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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Apr 07. 2019

Riverside Park

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 8

만약 단 며칠의 일정만으로 뉴욕을 간다면 당연히 가보기 어렵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원한 강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은 바로 리버사이드 파크.


리버사이드 파크는 대략 WEST SIDE 135번가부터 72번가까지 이어져 있는데, 강변을 따라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산책은 꽤 했지만, 역시 아침 조깅을 해 본 적은 없다.

뉴욕에 살 때 좋아했던 집근처 풍경. 하늘만 봐도 그립고 좋다.
위럽뉴욕 집에서 리버사이드 파크 가는 길.

허드슨 강변을 따라 쭉 길게 조성된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기에도 너무너무 좋은 곳이다.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기 두렵다면 이 곳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으니 꼭 자전거를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느낌이다. (느낌이다 라고 쓰지만 느낌일 것이다가 정확한 표현. 난 자전거를 못 타니깐) 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들! 그래서 산책을 한다면 자전거를 조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거나 베이비시터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다. 평화로운 분위기이다. 내가 꼭 휴양지를 갈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바람을 느끼며 길을 걷다 보면 '아. 이게 행복이지. 행복이 별거냐. 행복한 순간도 찰나. 괴로운 순간도 사실 인생의 긴 관점에서는 찰나겠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강을 따라 야외 카페도 곳곳에 있어서 금상첨화.

가끔 다 걷기 힘들 때 타는 M5버스.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웨이를 쭉 내려간다.
가장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내 의도를 듬뿍 담은 사진. 파란 하늘도, 나뭇잎도, 강바람도, 햇님도 완벽한 풍경.
쨍한 햇님과 반짝거리는 강물

그리고 다이노소어 바비큐 Dinosaur bar-B-Que라는 맛집이 west 130번가 근처에 있는데.. 맛이.. 꿀맛이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난 맥주 맛을 몰라서 스프라이트와 함께. 그런데 전에는 맥주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아마 술을 즐기지 않다 보니 그런 것) 세상 맛있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맥주 맛이란 뭘까? 궁금해진다.


대략 3번 정도 가보았던 것 같다. 양도 푸짐하고 고기도 부드럽고 좋다. 토요일 저녁은 예약 없이 갈 경우 대기가 많은 편이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to-go로 구매한 뒤, 근처 공원에 가서 먹거나 옆에 피크닉 테이블에서 먹어도 좋다.


작년엔 일주일의 여름휴가를 갔다가 귀국을 며칠 앞두고, MJ언니와 숙소에서 만난 어떤 한의사분과 함께 저녁으로 바비큐를 먹으러 갔다. 둘이 먼저 식당에 갔고 난 막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던 중 130가에 내려 합류했다.


난 립(rib) 5개 짜리와 세트로 나오는 옥수수빵과 코울슬로, 스프라이트를 to-go로 샀고, 각자의 립 세트를 들고 셋이서 식당 바깥 피크닉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식사를 막 시작할 무렵 우르르 쾅쾅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나기 같아서 그냥 앉아있긴 했지만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비였다.


위쪽에 식당 지붕이 좀 길게 뻗어 있어 지붕이 테이블의 반 정도까지는 비를 막아줬지만, 억수같이 비가 오다 보니 빗물이 막 튀었다. 나의 일용할 양식 바비큐가 비에 젖어 눈물.. 아니 비에 젖은 고기를 먹을 뻔했다. 오.. 안돼엣.


여름날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살짝 맞아가며 식사를 하게 되었지만, 뭔가 어이없고 재미난 상황에 깔깔 대며 식사를 했다. 휴가를 가면 아무래도 open-minded person이 되는 것 같다. 뭘 해도 즐겁고, 신나서.

요건 2015년 식당 내에서 여러 명이 시켰던 립 세트. 립이 탄 것처럼 보이지만 저건 소스!

한창 수다를 떨며 식사 중간쯤이었는데, 꽤 큰 배낭을 메고 핑크색 레인코트를 입은 백인 할머니가 강아지를 데리고 우리 근처로 왔다. 할머니는 산책 중에 비가 갑자기 와서 놀랐다며 뒤쪽 벤치로 가서 빗물을 닦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며 강아지를 잠시 봐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우린 흔쾌히 오케이 했는데, 화장실에 간 할머니가 거의 30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강아지도 불안한지 하울링하듯 울기 시작.. 강아지를 버리고 간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는데, 우리 셋은 초조해졌다.


다행히 10분 정도 더 흐른 후 할머니가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비에 젖은 옷이랑 머리, 가방 등 물기 닦느라 늦었다고 했는데, 한참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와우. 할머니 말 많으시다. 외로우신가 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시던 할머니는 (우리가 더 이상 대화를 할 의향이 없을 정도로 시간이 좀 흐르자) 자리를 떠났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뭔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결론은 홈리스 할머니였던 것 같다. 처음엔 핑크색 레인코트를 입은 할머니가 홈리스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지만.


화장실에서 오래 있었던 것도 씻느라 그랬던 것 같다고 언니가 이야기해줬는데, 대화하며 좀 이상하다 느낀 부분도 있어서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뭐 우리도 서울역에 가면 홈리스들이 많지만, 뉴욕을 다니다 보면 진짜 곳곳에 누워서 자는 홈리스들, 박스에 도와달라고 써놓고 구걸하는 홈리스들도 많다.


한 번은 정말 예쁜 20대 초반의 백인 여자애가 자기가 지금 돈 한 푼도 없다며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처음엔 배낭여행하다가 돈이 떨어진 비주얼이어서 뭐지? 했는데 젊은 사람들도 홈리스로 사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기를 데리고 있는 홈리스나 커플 홈리스, 개를 데리고 있는 홈리스도 많다.


나이가 많은 홈리스를 보면 안타깝고 불쌍했는데, 젊은 홈리스를 보면, '왜? 젊은데 뭐라도 하지.'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예전엔 경제적 이유(파산, 해고 등등)로 갑자기 길로 내몰려서 홈리스가 된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좋아하는 영화 '행복을 찾아서'가 생각난다. 화장실에 휴지 깔아놓고 아들과 잠을 청한 윌 스미스의 모습도. 멀쩡히 회사 다니고, 멀쩡히 잘 지내다가도 누구나 어떤 사건으로 갑자기 홈리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해 준 영화다.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는 어려움을 극복한 성공신화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홈리스가 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테니 각자에게는 정말 피치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사실 많은 홈리스들은 mental issue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거라고.


홈리스를 보는 건 여행할 때마다 뭔가 아픈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다이노소어 바비큐 근처에 컬럼비아 대학교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예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고 동네도 더 밝아진 느낌이었다. 참고로 다이노소어 바비큐는 브루클린 아래쪽에도 있다. 첫 뉴욕행에서 우연히 호텔 앞에 있어서 바비큐 유명한지 모르고 샌드위치를 먹었던 곳이기도 한.

그러고 보니, 다이노소어와 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풋


또 바비큐집 바로 옆에는 Fairway라는 마트(Fairway Market Harlem)가 있는데 맥주 홀릭들은 거기서 맥주를 사다가 바비큐와 함께 하는 것을 정말 강추. 정말 다양한 맥주가 있으니.

Trader Joe's와 함께 자주 갔던 마트인데, Fairway 마켓에서 파는 체리도 맛있고, 연어도 맛있다!! 그래서 필수방문 코스!


공원 이야기인지, 맛집 이야기인지 모르겠는 이번 글 끝!

리버사이드 쪽 다이노소어: 700 W 125th St, New York
브루클린 쪽 다이노소어: 604 Union St, Brooklyn
페어웨이 마켓 할렘: 2328 12th Ave,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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