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첫 번째 공원 이야기. Part 7
아마 뉴욕 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센트럴 파크와 함께 가장 많이 선택하는 여행코스일 것이다. 나 역시 뉴욕 첫 방문 때 필수 코스로 하이라인을 생각했지만, 지독한 감기에 걸려 하루 반을 날리는 바람에 첼시마켓만 살짝 보고 하이라인 파크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하이라인 파크를 가게 된 것은 인턴십 덕택에 하게 된 두 번째 뉴욕 방문 때였다.
주 UN 대한민국 대표부 인턴십은 사법연수원의 연수과정인 변호사 시보를 대신하여 하게 된 마지막 시보 생활이었다. 인턴생활에 대하여는 따로 자세히 쓸 예정인데, 여기서는 간단히 사법연수원 시보 생활에 대해 남겨보려 한다.
[사법연수원의 시보 생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다음 해 3월부터 시작되는 사법연수원 2년의 과정에는 시보기간 즉, 실무수습기간이 있는데 2년 차 6월부터 시작한다. 약 6개월의 기간 동안 검찰, 법원, 로펌 실무수습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연수생이 같은 순서로 수습을 하기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이 3가지 수습기간은 갑군, 을군, 병군으로 나뉘어 순서가 달리 진행된다. 갑군이 검찰, 법원, 로펌 시보 순서로 진행되는데, 연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순서이다. 검사직무대리로서 검사의 업무를 하는 검찰 시보가 가장 힘들고, 마지막에 변호사 시보를 하면 취업준비를 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순서를 어떻게 정하냐 하면, 그 과정이 재미있다. 사법연수원 1반의 각 조(A조, B조, C조)의 조장들이 자치회장과 함께 순서 정하기를 하는데, 제비뽑기로 한다! 모든 사법연수생의 시보 순서를 각 조장이 뽑는 운에 맡기는 것이다. 물론 갑군, 을군, 병군의 연수생들은 인턴십 일정 등 때문에 순서를 바꿔야 한다면, 1:1 트레이드를 통해 바꿀 수 있다.
내가 사법연수원 2년 차 연수생일 때는 사법연수생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어 2년 차는 360명 정도, 1년 차는 230명 정도가 다니던 때였는데(올해 2019년은 50명의 49기 연수생들이 2년 차이다. 49기가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기수이다), 반이 총 6개였다. 각 반에 60명 정도의 연수생이 있으며, 한 반은 3개의 조(A, B, C)로 되어 각 조에는 20명 정도의 연수생이 속하게 되어 있다.
이런 구조에서 1반의 각 조장들이 너무나 부담감을 안고 제비뽑기를 하게 되는데, 내가 하필 1반 B조 조장이었던 바람에 제비뽑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제비를 뽑을 순서를 정한 후 각자 제비뽑기를 하였다. 결과는?? 다행히 내가 갑군을 뽑아 검찰부터 시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변호사 시보는 맨 마지막인 10월과 11월에 하게 된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의 인턴십 시작일이 10월 5일이었기 때문에! 만약 을군이나 병군을 뽑았다면 다른 연수생과 트레이드를 해야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 좋았다.
이렇게 3번의 실무수습 기간은 각 2개월이었고, 8월과 9월에 했던 법원 시보는 9월 25일경에 끝났기 때문에 29일에 출국을 할 수 있었다. 결국 10월 5일 출근일까지는 완전히 자유시간이었고, 일주일간 많이 다녀보자고 야심찬 계획을 했었다.
인턴십 때문에 뉴욕에 도착한 당일은 여름 날씨 같았는데, 2일 정도 후부터는 급격히 쌀쌀한 바람이 불곤 했다. 그래서 결국 열심히 돌아다니던 나는 출근 전날 또 감기에 걸렸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하이라인을 끝까지 걸었던 때는 인턴십 기간은 아니고, 그 다음 해 가을 추석 휴가 때였다. 10월 말이나 11월만 해도 강바람을 맞으며 걷긴 약간 유쾌하지만은 않다.
9월 중순부터 10월 초의 뉴욕 날씨는 정말 좋아서, 이때 여행을 가는 것이 베스트! 물론 봄도 좋겠지만 뉴욕의 봄을 누려본 적이 없다. 여름도 나쁘지 않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더 더워서.
특히 하이라인 북쪽 끝으로 가면 허드슨 강이 보이는데 너무 멋지다. 탁 트여 있어서 빌딩 숲만 보이던 맨해튼 중심에서와 다른 곳에 와 있는 느낌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그런 풍경.
첼시마켓 자체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하이라인의 풍경은 좋아한다. 사람에 따라 하이라인이 생각보다 별로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왜 그런지도 알 것 같다.
사실 하이라인은 옛 철도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고, 어찌 보면 그냥 공원이라서 특별할 것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뉴욕의 다른 좋은 곳을 먼저 봤다면! (서울역 근처의 서울로?!에 가보았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단 위치부터 설정 오류..)
그래도 하이라인은 산책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에 쏙 들었고, 철길의 원형 그대로를 살려 공원을 만들어서인지 주변 건물과의 조화가 멋졌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 살았던 사람들은 기차 소리에 밤잠을 설쳤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건물과 철길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즉, 건물의 생김새나 건물 내부에 언뜻 보이는 인테리어까지 보면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을 바라보는 느낌마저 든다.
또 하이라인이 시작되는 남쪽 지점에서는 마켓이 열려서 마실 것, 먹을 것도 팔고, 엽서나 액자, 자석 같은 소품들도 팔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는 것. 너무 예쁜 사진, 소품들이 많았다.
하이라인을 만난 첫인상이 좋아서, 또 그 근처 음식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니, 인턴생활을 하며 몇 번 더 갔는데 하이라인 산책 후 근처에 맛있는 피자집 Artichoke's Pizza의 크랩 피자를 먹는 것도 추천한다.
크림소스의 크랩 피자가 맛있기도 하지만, 정말 큰 사이즈라서 더욱 만족했다. 둘이서 3조각을 시켰는데.. 한조각으로도 충분했다. 브루클린의 유명한 피자집도 좋지만 여기도 너무 맛있었고, 하이라인 산책하기 전 한 입하기에 딱이었다.
하이라인 산책은 첼시마켓이나 주변의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