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 네 번째 먹거리 이야기의 시작
맛집 찾기란 귀찮으면서도 즐거운 일!
맛집 탐방은 이제 전 국민의 취미가 된 지 오래됐다. 이제는 식상한 취미일 것도 같지만, 그래도 여행의 묘미는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니까. 동선을 짜면서 항상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식사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시작은 2010년 일본 오사카 여행이었다. 먹방 여행의 시작.
뉴욕은 당연히 먹거리가 많다. 다양한 인종이 바글바글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 좋았지만, 완전 토종 입맛을 가졌거나 매우 싱겁게 먹는 사람들은 뉴욕의 음식들이 입맛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약간 짜고 달고. 특히 파스타가 짠 경우가 많았고, 빵은 확실히 달았다.
역시 나도 한국인이구나. 철저히 한국인 입맛인 것을 인턴 생활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양식을 좋아하고 자주 먹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잘 살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역시 한식을 기본으로 먹으니까 매일 양식도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삼시세끼 모두를 미국식으로 먹으면 몸이 일단 너무 힘들다. 배는 부르지만 정신적으로 뭔가 허전했고 체력도 보충이 덜 되는 느낌. 그래서 아무거나 먹으면 몸이 너무 힘드니까 먹는 걸 더 신경 써서 먹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인턴생활 동안 아침은 꼭 한식으로 먹었다. 인턴십 시작 전에 일주일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또는 귀차니즘 때문에 하루 세끼를 전부 미국식으로 먹었더니 체력이 급 저하되었다.
결국 한인마트에 가서 1인분씩 포장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사다 먹었다. 반찬은 트레이더조의 만다린 오렌지 치킨과 숙소 근처의 6불짜리 샐러드로! 가끔은 바지락 같은 조개도 사다가 찌개에 넣어 좀 더 맛깔나게 만들어 먹기도 했다.
다만, 조심했던 것은 아침에 김치를 먹지 않는 것. 김치찌개의 김치는 괜찮은 편인데, 그냥 생김치는 마늘냄새가 날 수 있어서였다. 서양인들도 냄새나는데 뭐 어떠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 맞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가끔 저녁 늦게 지하철을 타면 느껴지는 마늘냄새, 오징어볶음인지 낙지볶음인지 마늘향이 범벅된 냄새를 맡으면 너무 불쾌하지 않은가. 정말 머리가 지끈지끈. 마늘빵은 맛있고 향기로워도, 마늘 냄새는 싫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침만은 김치를 먹지 않았고, 먹더라도 한 조각 정도로 아주 적게 먹고 나갔다.
그냥 매너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곳이니까. 나에게 익숙한 것이 타인에게 괴롭다면, 또 그걸 알고 있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인종차별적인 생각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정당하지 않겠지.
어쨌든 뉴욕에서 살기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고 나니, 어느 날부터 같은 동양인한테 나는 미세한 마늘 냄새가 정말 귀신같이 느껴지는 바람에 놀랐던 적도 있다. 원래 후각이 좀 민감한 편이어서 냄새를 잘 맡지만, 그래도 신기한 현상이었다.
한인타운에서 부대찌개라도 먹는 날이면 지하철 타기가 너무 민망했다. 한 번은 부대찌개 먹은 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백인 할머니가 내 앞에 서있다가 잠시 후 코를 막고 슬그머니 도망간 적도 있다. 그냥 조용히 다른 자리로 가면 될 것이지, 코를 막고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기분이 나빴던 순간이었다. 인종차별 같아서.
어쨌든 일주일 이상 외국에 머무른다면 한국음식을 꼭 챙겨가는 것이 현명하다. ‘난 미국 체질이야’하는 사람, 양식만 삼시세끼 일주일 이상 먹어도 끄떡없는 사람은 내 말을 무시해도 좋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닌 것 같다면, 약간의 한국음식을 준비해 가면 수고스럽게 한인마트에 갈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절약하고 좋지 않을까.
이제 다음 글부터는 추억이 깃든 뉴욕의 먹거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fancy restaurant도, 간단히 먹을 만한 음식 이야기도, 마트 이야기도! 그 중에 미리 공유할 정보는 프리픽스와 레스토랑 위크!
★ 프리픽스 메뉴와 레스토랑 위크란?
뉴욕의 레스토랑에는 주로 점심에 프리픽스 메뉴가 있고, 아주 혜자스러운 레스토랑 위크도 있다.
1) 프리픽스 메뉴
Prix Fixe라고 해서 레스토랑에 미리 코스가 짜여 있는 메뉴가 있다. 점심에 많이 있는데 쉽게 말해 런치 코스 메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뉴욕에 있는 팬시 레스토랑에 많이 있는데, 고급 코스 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보통 2코스나 3코스에 40불~55불 정도의 런치메뉴가 있다. 사실 아주 저렴하진 않다고도 볼 수 있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 정도로 음식을 즐겨보는 것도 여행 중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싶다.
2) 레스토랑 위크
뉴욕엔 고급 레스토랑이 많지만, 당연히 비싸서 자주 갈 수가 없다. 저녁을 먹으면 1인당 2~30만원은 기본이니.
하지만 미슐랭의 1 스타 이상을 받은 고급 레스토랑들의 음식을 특정 기간에 저렴히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위크가 있다. 보통은 1년에 두 번, 2월과 8월 정도에 약 3주 동안 행사를 한다.
사실 여행을 가는 기간에 딱 맞춰 행사를 하면 좋겠지만, 직장인들이 일정을 맞춰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름휴가 기간과 맞물리는 7월 말~8월 중순의 레스토랑 위크를 경험해보기 쉬울 것 같다. 나 역시 2018년 여름휴가 때 마침 행사를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인턴 때 레스토랑 많이 못 다닌 한을 풀겠어"라고 작은 다짐도 했다.
미식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 기간에 여행을 가보는 것이 여러 레스토랑의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NYC Restaurant Week라고 구글링하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다음 편부터는 소소한 맛집 이야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