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리는 떡볶이계의 신.
일주일 만에 또 떡볶이다.
나는 왜 이리 떡볶이를 좋아할까.
떡볶이는 뭔가 따듯하다. 빨간색 비주얼이 뜨끈하고 얼얼하면서 나를 녹인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돌고 돌아 떡볶이다.
인터넷으로 떠도는 여러 레시피를 가진 나에게
오늘은 특별히 더 자극적인 엽떡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언제 엽떡을 처음 먹어봤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큰아이의 육아로 사투를 벌일 때 동네 고딩 베프께서 아이가 보고 싶다며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늘어진 옷, 반쯤 풀린 동공, 화장실도 문 열고 싸야 하는 내 현실을 마주한 친구는 갑자기 엽떡을 먹어보자 제안한다.
"야, 엽떡 먹어봤냐?"
"아니. 그거 매운 거 아냐?"
"야 내 친구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주문해서 먹어. 스트레스 쫙 풀린다고"
그만큼 강력하게 자극적이고 맵다는 뜻이겠지?
난 매운 음식을 잘 먹지도, 못 먹지도 않는 사람이다.
맛있게 매운맛이면 참고 끝까지 먹는다.
음식 안에 밸런스만 맞으면 매운맛은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두근두근. 배민으로 주문한 엽떡 도착 5초 전.
"띵동"
"네~~ 나가요!!"
하얀 봉지에 꽤 묵직한 하얀색 플라스틱 통.
이제부터 나도 엽떡 먹어봤다고 동네 사람들한테 다 자랑해야지!!
친구와 나는 그날 떡볶이를 먹으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맛있다면서 울고 있는 나와 친구.
근데 혓바닥을 헥헥거리면서 어 이거 계속 들어간다 그치?
그치?를 연발하며 우리는 포크를 손에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리고 혼자서는 엽떡을 시켜 먹지 못했다.
일단 나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고 적어도 2~3명은 모여야 깔끔하게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이었으니까.
떡볶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양도 가격도 헤비 해졌는지 여러모로 불편해졌다.
옛날 시장에서 팔던 3천 원 치 떡볶이가 합리적이고 좋은데..
세월이 흘러 친오빠가 결혼을 하고 새언니와 사는 신혼집에 종종 놀러 갔었다.
그날은 애들까지 오빠 집에서 자기로 한 날이었다.
밤 11시경.... 그분이 오셨다.... 야식을 안 먹으면 죽을 거 같은 날.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언니랑 고민 끝에 그래~ 엽떡 먹자로 의견을 모았다.
매운만 조절이 가능하기에 보통맛으로 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잠시 후 배달. 언니와 나는 그야말로 환장하며 먹기 시작했는데.....
5분도 되지 않아 언니는 눈물샘 폭발, 나는 콧물샘 폭발이었다.
두루마리 휴지를 거의 한통 다 쓸 만큼 콧물은 멈추지 않았으며 언니의 눈물도 마를 새가 없었다.
분명 보통맛이랬는데.. 이게 보통이면 더 상단계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간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이렇게 눈물 콧물 흘릴 일은 없다.
내가 알아서 고춧가루도 깎아서 3스푼 넣으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을 위한 레시피이다.
역시 밖에서 사 먹는 떡볶이가 맛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를 알겠다.
MSG를 팍팍 넣으니 입에서는 야호 폭죽이 터지고 축제가 벌어진다.
레시피에는 다시다를 1큰술이나 넣으라는데 양심에 찔려 적당히 깎이서 넣었다.
완성된 비주얼이 나쁘지 않다.
한 입 먹어보니 엽떡보다는 간이 밍밍하지만 제법 흉내는 낸듯하다.
떡볶이를 좋아하다니 보니 사 먹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반조리 제품을 산적도 많지만..
결국 내가 만든 게 더 맛있었다.
아니, 맛은 살짝 빠져도 내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 거 같다..
가끔은 아이들이나 남편이 아닌 나를 위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메뉴는 어김없이 떡볶이 하나지만.
만드는 동안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노동이 아니라 힐링이라는 생각이 든다.
떡볶이님!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근데 남은 회차도 다 떡볶이로 채우실건가요?
아 글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