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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오 Apr 10. 2024

내 이름 좀 불러줘요.

아직도 누구 엄마로 불리는 게 어색한 아줌마.

내 나이 마흔셋.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보니, 어딜 가든 내 이름 앞에는 아들들 이름이 먼저 붙는다. 병원, 학교, 학원 어느 장소를 가도 선생님들이 아들 이름 뒤에 '어머니'라는 대명사를 붙여 불러주신다. 가끔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엄마, 아니면 아파서 병원 갈 때 간호사 선생님의 호출.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좀 서글프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는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떠서 받았을 때, 대뜸 이름부터 대면 불안한 기운마저 감돈다. 


가끔 아이들 때문에 맺어지는 엄마들 핸드폰 번호를 교환할 때 나만의 방식으로 저장을 한다.

아이 이름 뒤에 항상 엄마들 이름을 같이 저장하는 식이다.

우리도 누구누구 엄마이기 전에 누구누구의 딸이었으며, 그 딸이 어른이 되고 성장하여 그냥 그 이름 자체로 사회의 한 구성원이었을 텐데. 이제는 '엄마'라는 우주최강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인지 이름도 뒷전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맘카페에서 이런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데 옷 매장에 갔더니 호칭을 어머니라고 불러서 좀 당황했다는 글.

한국 사회의 나름 특이한(?) 호칭 문화가 있다면, 여자들은 나이가 먹으면 의례적으로 누군가의 어머니겠지 라는 생각에 어디를 방문해도 자연스레 호칭이 어머니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나름 친근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호칭일 수도.

이렇듯 어머니라는 호칭은 여자들에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나도 엄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여린 소녀의 모습인데. 

애들 앞에서는 또 어른인 척, 엄마인척, 강한 척, 연기를 해야 한다.


둘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이름 모를 꽃을 찍어서 검색해 봤더니 "꽃다지꽃"이란 이름이 나온다. 너도 이름이 있었는데 몰랐구나. 이제부터 너를 만나게 되면 이름을 불러줄게!

꽃다지꽃. 다음 꽃 검색이 없었다면 몰랐을 너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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