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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치과 교정기만 200만 원

두 달 채우는 교정기값이 후덜덜하다.

by 환오

기특이는 태어나서 열흘째 되는 날 풍납동에 위치한 아○병원으로 첫 진료를 보러 가게 되었다.

원래는 출산한 다음날 병원에서 아이를 봐야 한다며 오라고 했지만 일산에서 서울 풍납동 병원까지 아무리 차를 타고 간다 해도 걸음도 어기적 걷던 나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가 세상 빛을 본 지 열흘 만에 꽁꽁 포대기에 싸매고 병원을 방문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팔뚝만 한 신생아를 보면 다들 웃음기를 머금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양보를 해준다.

아기들은 천사라는 말이 맞나 보다.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병원 교수님은 인자함 가득한 얼굴로 기특이를 보시더니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주셨고 몸무게가 5킬로가 안 넘으면 수술이 미뤄지니 잘 먹이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병원과 연계된 구순구개열 전문 치과에 가서 기특이의 교정기를 맞추게 되었다.



허걱....

그런데 가격이 200만 원이다.(2015년 당시)

지금은 가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치과 비용은 나라에서 보험이 안 됐었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기특이의 실비보험 사인을 하려는 날 구순구개열 진단이 나왔기에 보험 가입도 안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쌩돈’이 나가야 했다.


하지만 기특이를 위해서라면 돈이 문제랴!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교정 장치가 잘 장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치과를 방문했다.

기특이는 매주 서울로 차로 왕복 2시간씩은 걸려 치과를 가야 했지만 생각보다 울지 않고 그 길을 잘 견뎌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태명처럼 기특한 아이였다.


산후조리도 하기 전에 그 뜨거운 여름날 갓난아기를 안고 일산에서 치과가 있는 압구정역까지 가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당시 시아버지께서 매주 운전을 해주셨더랬다.(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드리는 점..)

친정엄마를 포함해 온 식구들이 기특이를 위해 힘써 주셨다.


내가 기특이를 안고 차에서 내리면 이렇게 작은 신생아가 뜨거운 여름에 그것도 사람들 바글거리는 압구정역에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멀리서 어머 아기다~라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어느 날이었나. 친정집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특이를 포대기에 싸고 엄마가 안고 계셨는데 모르는 할머니가 포대기 안을 열어서 기특이 얼굴을 보려고 하셨다.

엄마는 잽싸게 등을 돌려 아기가 아파요~ 라며 기특이 얼굴을 가렸다.

할머니는 눈을 흘기며 내리셨다. 애기 얼굴 한 번 비싸다는 듯이.


그때는 그랬다. 사람들이 기특이의 얼굴을 보고 놀래는 게 싫었고 뚫어지게 쳐다볼까 두려웠다.

그 시선들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할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는 게 제일 싫었다.

그 밀집된 공간에 작은 신생아.

나는 비싸게 구는 엄마도 될지언정 기특이를 지켜 주고 싶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내 마음이 다치는게 두려웠다.


친정에서 아이 수술 전까지 몸조리를 하면서 아이 케어를 함께 했었다.

기특이는 그 작은 입 안에 교정장치를 빼지 않고 계속 끼고 있어야 했다.

입천장이 갈라져 있기에 교정장치를 해주면 천장을 막아줘서 분유 먹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분수토도 좀 덜하게 된다.


하지만 교정기를 끼우기 싫어했던 기특이는 목이 찢어져라 울기 일쑤였고 교정기에는 분유 찌꺼기가 묻어있어 주기적으로 가재수건으로 닦아줘야 했다.


육아도 처음인데, 더욱이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나와 남편은 어리버리 교정기를 끼울 때면 진땀을 빼고 한창 기특이랑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힘들 때마다 인터넷 구순구개열 환우 카페에 들어가서 선배맘들의 정보를 열심히 찾아봤다.

그 당시에는 아이를 재우고 카페글을 읽는게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님들의 경험담은 나에게 내일의 희망을 품게 해줬다.

수술 전까지 최대한 교정기를 껴야 효과가 좋다는 말을 볼 때마다 마음을 재정비하고 아이 입에 딱딱한 교정기를 채워줬다.


아이의 연한 볼에 테이프를 항상 붙여놔야 해서 피부가 빨갛게 일어날 때마다 아쿠O포 연고를 발라주었다.

지금도 그 연고는 우리 집 식구들 입술 보호제로 잘 쓰이고 있다.


내돈내산 아쿠O포 연고 강추!

기특이는 내가 주는 분유량을 거의 남기지 않고 다 먹는 아기였다,

먹기 싫어서 혓바닥을 내밀면 조금 쉬었다가 40분이 걸려도 끝까지 먹이고는 했다.

뱃고리를 늘려서 살을 찌워야 한다.


5킬로가 넘지 않으면 또 수술이 미뤄진다.

최대한 빨리 아이에게 떨어진 인중을 붙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드디어 생후 79일 수술대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왼쪽부터 생후 29일/42일/74일




*독자님들의 따뜻한 댓글은 저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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