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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Shine Sep 05. 2020

보스턴 주민도  모르는 더 샤이어 중고 서점

보스턴 외곽 프랭클린에 위치한 The shire book shop



나만의 서점을 찾는 방법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간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서점을 들린다. 세계에서 유명한 서점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기도 하지만 방문한 도시의 서점은 여행자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기도 해서 보통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한 때 유행처럼 번지던 '로컬처럼 여행하기'를 위한 성지가 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서점은 내게 도시를 더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며, 오직 이 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 주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서점을 찾는 법은 먼저 구글에 'bookstore in 여행지'를 쳐 본다. 당연히 맨 위에는 구글 지도에 서점들이 빼곡히 표시가 되어 있고, 각 서점의 이름과 주소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내가 머무를 곳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을 살펴본다. 더 자세한 리뷰가 필요할 땐  현지인을 위한 yelp(미국 거의 모든 것의 리뷰 사이트)여행자를 위한 tripadvisor ( 여행 전반에 걸친 리뷰를 다룬 플랫폼)에서 구글 검색 결과의 서점을 하나씩 찾아본다. 두 곳을 비교하면서 읽는데 좋은 리뷰보다는 혹평한 리뷰를 일부러 보기도 한다. 어차피 리뷰는 좋은 말 일색이니까.


샤이어 중고서점

The Shire Bookshop 샤이어 중고 서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영화인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의 마을 이름 Shire(샤이어)라고 적힌 서점을 보고 난 그곳에 꼭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샤이어 중고 서점은 보스턴 백베이에서 한 시간 정도 통근기차를 타고 가면 프랭클린이라는 도시에 자리 작고 있다. 친구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며칠 방문 예정을 한 곳인데 마침 그곳에 있어서 반가웠다. 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친구는 '내일 뭐 하고 싶어?'하고 묻는다. 난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샤이어 중고 서점에 가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모르는 곳이라며 어디냐고 물었다. 그래서 미리 저장해 둔  구글 지도를 열어서 서점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멀지 않은 곳이라며 내일 함께 가자고 했다.


다음날, 샤이어 중고 서점에 도착했다. '어머, 여기구나, 나 여기 바로 옆에 패브릭 사러 자주 오는 곳인데.'라고 이야기를 한다. 서울 사람이 한강 유람선을 타지 않듯, 마을에 사는 사람보다 여행자가 더 많이 아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런 셈이다. 친구는 이 곳이 예전에 제조 공장의 창고였던 곳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훨씬 크다고 생각했는데 창고여서 이렇게 크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때 마침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 옆집에 사는 홈스쿨링을 하는 여자인데, 친구가 그녀에게 샤이어 중고 서점에 있다고 하니 그녀는 가끔 책 사러 간다고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내게 '넌 책을 좋아하는 아이' 라며 그녀가 이야기했다고 전해주었다. 얼떨결에 애서가로 변신한 타임이다. 책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애서가가 되려면 많이 남았는데 하며 고맙다고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샤이어 중고 서점


한국에선 알라딘과 예스 24에서 중고서점을 주로 갔지만 이곳과 비교하면 한국의 중고 서점은  훨씬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잘 찾으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 책을 찾을 수도 있을 만큼 세련미가 넘친다. 보스턴에서 만난 중고서점은 역사를 고스란히 나타낸 서점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미국의 역사는 1776년에 독립을 했으니 이제 고작해야 250살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것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닐까? 한국에서 종로서적이 다시 부활했다는 소식이 기뻤던 이유기도 했다.


샤이어 중고서점은 1982년에 오픈했고 내가 갔을 때 운영을 하던 서점 주인인 Jcak Boland는 1989년부터 운영을 해왔다고 한다. 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는데 ' 1989' 책을 사러 이 서점에 들렀다가 전 서점 주인과 이야기를 하게 되고 결국엔 서점을 맡았다고 하는데 이 보다 더 운명적인 스토리가 또 있을까?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딴 도시답게 서점 주인인  Jcak Boland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I’ve always wanted to have a bookstore that Benjamin Franklin would be proud of.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 벤자민 프랭클린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서점을 항상 가지고 싶었다'라고 이야기 한 그에게서 벤자민 크랭 클린만큼이나 책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책에 대한 애정으로 20만 권의 책을 소장한 중고 서점이 탄생한 순간이다.





20만권의 책이 보관된 서점


리뷰 사이트에서 읽은 내용으로는 가끔 서점 주인이 고객과 함께 티타임을 갖는다는 글이 있어서 기대를 하면서 갔는데 그 날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분이 계셔서 아쉬움을 접고 서점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오래된 하드 커버 책이며, 오래된 피아노와 앉는 곳이 푹 꺼져버린 소파, 바닥에 깔린 오래된 카펫까지 이 모든 것이 서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샤이어 중고 서점에서 나는 오래된 책 냄새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갔던 서점이 떠올랐다.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책 냄새가 가득했던 서점에서 할머니가 읽어주던 목소리가 그리웠다.




오래 된 공장이 서점으로 탄생되다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샤이어 중고 서점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폐업이라는 적혀있어서 내심 실망을 했다. 나의 장소 하나가 컴퓨터 포맷되듯 사라지다니 말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페북 메시지로 물어보았더니 올해 가보았더니 문을 닫았는데 주인이었던 Jcak Boland 돌아가셔서 지금은 문이 닫혔다고 한다. 하지만 또 작은 기도를 해 본다. 우연한 만남이 서점을 하게 만들었듯이 누군가가 나타나서 샤이어 중고 서점을 다시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래서 다음에 다시 보스턴을 간다면 다시 한번 들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프랭클린 지역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을  중심으로 하는 광역 도시권이다. 영어로  Greater Boston에 속하는 지역이다. 서울로 비유하면 서울 수도권을 생각하면 편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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