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길은 사람들을 예술가로 만든다.
지난번 이야기, 조화로운 트라이던트 서점 & 카페 이야기에 이서서 서점이 있는 뉴베리 스트리트를 걸어볼까요?
뉴베리 스트리트는 보스턴에서 백베이라고 불리는 곳에 위치해있다. 백베이 지역은 1850년까지만 해도 습지대였는데 미국 산업이 발전하면서 많은 자본이 보스턴으로 유입이 되었고 사람들은 거주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습지대였던 이곳은 간척개발이 이루어져서 그 당시 신흥 부유층이나 이민 온 유럽인이 거주하기 시작한다.
그럴만한 게 백베이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찰스 강이 흐르고, 강변을 따라 녹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서울에서도 한강을 볼 수 있는 조망권에 따라서 아파트 값이 천지차이가 있듯이 찰스 강변과 가까운 이 곳은
보스턴 내에서도 부촌 중에 부촌으로 손에 꼽는다.
1950년대 이후 나름 계획된 도시기도 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들어와서 집을 지었다. 그곳에 가보면 알겠지만 빨간 벽돌로 3-4층의 타운하우스가 대부분이다. 빅토리아 형식의 집 모양인데 층마다 창문이 돌출되어 있고 반지하처럼 생긴 공간에 작은 정원이 마련돼있다. 그리고 타운하우스 앞에는 자동차가 열을 지어서 주차되어있다. 평행주차를 이곳에서 할 수 있을까? 미국이 넓어도 보스턴은 인구 밀도가 높으니 주차공간은 부족하게 당연하다.
작년 내숙소는 백베이에 있는 집을 렌트를 했다. 보스턴에 머무는 동안 새벽에 일어나서 백베이를 걷거나 조깅을 했다. 가스등이 있는 거리, 빨간 벽돌집 사이에 햇살이 조금씩 비추기 시작하고, 안개가 낀 상태에서 백베이를 걷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마침 5월에 간 보스턴이어서 벚꽃과 나무의 싱그러움까지 더해져서 새벽마다 산책을 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그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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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스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 보스턴 퍼블릭 가든의 서쪽 문으로 나오면 앨링턴 스트리트를 만난다. 그곳을 시작으로 동쪽을 향해서 8 블락을 걸을 수가 있는데 이 곳이 전 포스팅에서 이야기 한 뉴베리 스트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컨힐(전통적인 부촌)과 가까운 앨링턴 스트리트에서부터 부티크와 명품샵들이 시작하는데 뉴스트리트에 마지막인 메사스체츠 애비뉴로 가는 동안 좀 더 개성이 강한 샵이나 힙스러운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저가의 브랜드 샵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서 버버리와 샤넬이 있는 샵에서 시작해서 티제이맥스(할인점)로 끝이 난다. 지금은 부도가 나서 없을지도 모르지만 forever 21 이 있었고 유니클로도 보였다.
보스턴의 뉴베리 스트리트는 뉴욕의 5번가나 서울의 청담동처럼 명품샵이 줄지어 있지만 그것만을 뽐내며 있지 않다. 서울의 청담동은 차도의 폭이 너무 넓어서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길이지 보행자에겐 좋은 거리는 아니다. 뉴베리 스트리의 인도는 너무 좁지 않은 폭, 적당한 차도 폭 덕분에 사람들은 좌우로 자유롭게 길을 건너고 편안하게 걷는다. 뉴욕의 마천루와 달리 뉴베리 스트리트의 건물은 대부분이 낮은 층수의 건물이면서 오래된 건물이 주는 고상함과 젊은 사람들의 활기가 섞여서 자유롭게 뉴베리 스트리트를 걸을 수 있다.
뉴베리 스트리트에는 보스턴 건축 단과대학이 있고, 뉴베리 스트리트 끝 매사추세츠 애비뉴 뒤로 버클리 음대가 자리 잡고 있다. 가끔 한국에서 UC 버클리와 버클리 음대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에서 말한 대학은 캘리포니아에 있고 버클리 음대는 보스턴에 있다. 어쨌든 두 대학 덕분인지 책가방을 맨 대학생도 자주 걷는 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매사추세츠 애비뉴와 가까운 곳에 트라이던트 북 셀러 앤 카페가 자리 잡은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방 이야기는 앞 포스팅에서.
뉴베리 스트리트에 들어서면 빨간 3-4층 벽돌집 스타일의 상가가 눈에 보인다. 이곳에 카페, 명품샵, 아기자기한 소품샵,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가 줄지어서 나란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반지하층이 있는데 그곳엔 밖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거나 실내에 앉을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 잡았다. 봄부터 날씨가 좋은 여름이면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다. 길 건너편에 앉은 사람도 앉아서 다 보이니 서로 쳐다보며 그 거리를 즐기는 셈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보스턴에서 뭘 하면 좋을까? 라고 묻는다면 뉴베리 스트리에 가면 계획을 세우지 말고 여유롭게 걸어보라고 하고 싶다. 뉴베리 스트리트를 따라서 걷다가 아름다운 그림이 있으면 갤러리에 들어가고, 커피 향이 나면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시며, 가방에 넣어둔 책을 읽거나 노트를 꺼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이 저절로 쓰이는 곳이다. 내게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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