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선 Jul 11. 2022

베트남에서 다른 회사 방문 예절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회사 운영하기

처음 베트남에 들어와서 법인 설립을 하다 보면 막막한 게 한둘이 아니다. 사무실 구하고 직원 구하는 건 그나마 눈에 보이는 일들이고 한국에서 하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로계약서 쓰는 법, 연차휴가, 급여일은 언제로 해야 되는지, 보너스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출퇴근 시간은 몇 시로 하는 게 좋은지, 경조사 규정은? 주 6일 근무해도 되나? 한국 법인에서 송금은 어떻게 받는지,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노트북은 어디서 사지? 이런 거 하면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나? 싫어하나?

하다못해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먹는 게 좋은지, 아니면 직원들이 불편해할지. 모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우리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외국에 나와있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시행착오 겪어가며 배워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테지만 기회비용이 상당히 낭비되는 일이다 보니 대부분은 미리 진출해있는 선배 기업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선배 회사들 도움을 많이 받았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개을러서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내 뒤에 베트남에 오신 분들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베트남에 한국 IT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민 중 소프트웨어 종사자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고, 그나마도 이쪽 업종 특성상 낯가리는 분들이 많아 나도 아직 많은 분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아무튼 위와 같은 이유로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으신 분들은 베트남 선배 기업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베트남에 시장조사를 오거나 법인 설립을 위해 오실 때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선배 기업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에 오시는 분들은 선배 기업들 방문이 처음이거나 경험이 적은 경우가 다. 특히 우리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영업담당이 아닌 이상 대면 미팅에 매우 취약하다. 나도 나름 베트남에서 개발자 티 벗으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업계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그거다.

현지에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간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이 거의 없었지만 그 전 3년 동안 적어도 한 달에 두세 팀, 많을 때는 1주일에 두세 팀이 방문할 정도로 한국에서 방문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방문하시는 분들도 대학생 창업팀부터 지자체 공무원, 중견기업, 대기업 등 다양했고, 수십 명이 한 번에 오시는 세미나 형태도 종종 있었다. 방문 목적도 다양해서 법인 설립, 개발자 구인, 투자 상담, 앱 개발 상담, 시장 조사 등 여러 가지다.

우리 회사가 그렇게 많이 알려진 회사가 아니니 다른 회사들은 더 많은 방문 요청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방문객들에 비해 선배 기업 쪽이 훨씬 경험이 많고, 정보가 풍부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실상의 컨설팅 상황이 된다. 방문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모든 게 새롭고 처음 경험하는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선배 기업들은 생각보다 자주 겪는 일이고, 일상적인 업무의 영역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방문 기업이 고객인 경우도 아니고, 90% 이상은 1회성 방문 이후 연락 한번 없고, 몇몇 기업은 경쟁사가 되어서 나타나는 데다가,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할 이유가 없는 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이유는 정말 선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나주지 않을 때의 아쉬움보다는 만나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으면 좋겠고, 어렵게 시간 내서 만나주시는 선배 기업 담당자분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알고 가셨으면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서론이 정말 길었는데, 이제부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선배 기업 방문 시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아마도 베트남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1. 복장

21세기가 된지도 벌써 20년 넘게 지났고, IT 하는 사람들끼리 복장 이야기를 첫 번째로 하는 게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한다. 등산복 복장도 있고, 골프 복장일 때도 있다. 특히 단체로 오시는 분들이 그렇다. 다음 일정이 관광지 방문이라 그러실 수도 있다. 이건 사무실 밖에서 만날 땐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사무실 안에서 만날 때, 특히 베트남 직원들이 지나다니다 보게 된다면 상당히 예의 없는 방문이 된다. 정장을 차려입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은 피하는 게 좋다. 현지인들은 반팔 셔츠 조차도 예의 없다고 생각해 다른 업체 방문 시 긴팔 셔츠를 입고 간다. 만약 현지인 업체를 방문할 때 예의를 차려야 한다면 긴팔 셔츠까지도 준비하는 게 좋다.

 

2. 첫 연락

방문업체에 처음 연락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지인을 통해 연락처를 받아 연락할 수도 있고, 블로그나 언론 기사에서 본 경우, 링크드인을 통한 경우, 코참이나 NIPA 등 단체를 통해 연락하는 경우 등. 대부분 일면식 없는 상황에서 연락하는 경우라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우선 처음 연락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과 소속 정도는 밝히고 시작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Medium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링크드인을 통해서만 연락을 받았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확인이 가능했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연락을 받는 경우에는 아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지인을 통해 연락처가 전달된 경우에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시는 분이 많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누구 소개로 연락드립니다. 어디의 누구입니다. 정도로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방문 시기와 방문 목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할 테고, 방문 시기는 대락 며칠부터 며칠까지 호찌민 방문 계획이고, 며칟날 방문하고 싶은데 한 시간 정도 미팅 가능한지 물어보면 된다.

사실 내 입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경우는 전화번호 하나 남기면서 연락 주십시오 하는 분들이다. 내가 왜 연락을 해야 될까.


3. 방문 목적

방문 업체들의 많은 수는 잠재 경쟁업체이다. 선배기업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숨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에 방문해서 아웃소싱 업체 만들러 왔습니다.라고 하기 멋쩍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방문 목적을 숨기고 빙빙 돌려서 필요한 정보만 얻어가려고 한다면. 그게 당장은 괜찮을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뒤에 호찌민에 법인 설립하면 어차피 다 만나게 된다. 그때의 민망함은 어떻게 감당하시려는지.

회사들끼리 경쟁을 하건 말건 호찌민에 온 주재원 혹은 대표들은 다 그냥 같이 타국 생활하는 교민 들일뿐이다. 그냥 인간적으로 솔직하게 궁금한 거 물어보면 대부분 잘 대답해주신다. 외국 나오면 한국인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니 저 사람이 나한테 사기 치지 않을까 하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이름도 이야기 안 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명함도 안 준다. 뭐 돈이라도 한 푼 주고 그러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내가 뭐 얻을 게 있다고 사기를 칠까. 나도 해봐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다. 그냥 너무 티 내지는 말자. 가끔 법인 설립 컨설팅받을 법무법인이나 비자 업체 소개해달라는 분들이 있다. 막상 지인 소개해드리면 내가 무슨 커미션이라도 받을까 봐, 한국사람들 등쳐먹을까 봐 의심 가득한 눈치로 방문하시기 때문에 아예 소개 안 시켜드린다. 어차피 그분들 인터넷 검색해서 최저가 업체에게 맡기고 뒤통수 맞을 거 다 알지만 이야기 안 한다.


4. 방문

사실상의 컨설팅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컨설팅비 준비해 오시는 분은 못 봤다. 사실 기대도 안 한다. 우리나라 정서에 돈 이야기 꺼내는 건 서로 어렵고, 업무시간에 시간 내서 만나는 건데 사적으로 돈 받는 건 나도 부담스럽다. 정상적인 프로세스는 회사에 정식으로 컨설팅 요청하는 거고, 솔직히 중견기업 이상 직원이라면 이 정도는 비용처리 하자. 서로 좋지 않나. 술 먹는 거만 비용 처리하지 마시고...

사실 한국 현실에서 컨설팅비까지 바라는 건 어렵겠고, 그냥 미팅 때 같이 마실 음료수 정도 사 오면 상위 5% 안에 드는 방문객 되실 수 있다. 베트남 회사들은 보통 손님맞이로 상온의 생수 한 병 내오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회사도 베트남 회사 본받아 생수 정도는 준비한다. 전에 커피 요구하신 손님도 계셔서 직원 시켜서 사온적도 있다. 물론 베트남 오셨으니 길도 낯설고 정신없으실 거 안다. 우리 사무실 방문한 뒤에는 다른 회사 사무실로 바로 이동하실 테니 중간에 뭐 사고 할 시간 없으시겠지. 이건 그냥 팁 드리는 거다. 상위 5%로 기억에 남으실 수 있는 팁.

사무실 방문하셨으니 직원들 일하는 모습도 보고 싶으시고, 사진도 좀 찍고 싶으실 거다. 베트남은 초상권 개념이 별로 없어서 소리 없이 사진 찍으시는 것까지 뭐라고 하진 않지만 한국 폰들은 어찌나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한지.. 사진은 양해를 구하고 찍으시는 게 좋다.

사무실 이 정도면 월세 얼마나 나와요? 직원들 월급은 얼마나 주세요? 이런 질문도 매번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말해줘도 될 만큼 오픈된 정보는 아니다. 충분히 이야기가 오간 뒤에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게 좋다.

베트남 직원들을 존중하자. 함부로 베트남 애들이라는 표현하지 말고, 외모 평가하지 말고, 미팅에서 만나면 한국인과 똑같이 명함 교환하고, 인사하고, 한국인에게만 예의 지킬게 아니라 베트남 직원들에게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5. 점심/저녁 식사

고마움의 표시로 점심/저녁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별일 없으면 거절하지 않는다. 내가 밥값이 없어서, 고기 먹을 돈이 없어서 그런 자리 거절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저 새로운 인연이고 반가운 마음에 같이 식사 한 끼 할 수 있는거다. 이 때도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사실 식사 초대를 받으면 나 같은 성격의 사람은 아침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 뭘 먹을까? 물론 가끔 식당까지 정해서 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정말 고맙다. 하지만 대부분 호찌민 초행길이니 식당까지 섭외할 정신은 없으시다. "법인장님 뭐 좋아하세요?"라고 시작하면 정말 고민이 된다. 사실 대부분 법인장들은 한식 좋아한다. 근데 어제 한국에서 온 손님한테 "저 한식 좋아하는데요"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 같은 경우 미리 한식, 베트남식, 양식, 중식, 일식 식당 한두 개씩은 준비해놓는다. 그리고 역으로 물어본다. "저는 아무거나 잘 먹는데, 뭐 좋아하세요?"

분명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해서 베트남 식당 가면 "저는 고수 못 먹어요" 라던지, 일식집 가면 "회는 못 먹습니다."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쌀국숫집 가면 "오늘 조식으로도 쌀국수 먹었는데 허허". 연애시절 밀당하듯이 하지 마시고, 적어도 힌트는 좀 주시는 게 좋다. "저희가 아직 베트남식을 제대로 못 먹어봐서요.", "소주 괜찮으세요?" 이런 정도의 힌트만으로도 여행객들은 못 가볼 식당으로 안내 가능하다.


6. 방문 이후

베트남 진출 관련해 미팅을 했으니 이후에 베트남 진출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거나, 법인을 설립했거나, 법인장이 들어왔거나 하면 한 번씩 연락 주시는 게 좋다. 미팅 때는 평생의 친구가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소리 소문도 없이 다른 채널을 통해서 베트남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애매한 경우는 미팅한 사람과 베트남에 들어온 사람이 다를 경우다. 미팅은 대표와 했는데 이사가 법인장으로 들어오는 식이다. 이럴 경우 아는 척하기도 그렇고, 모르는 것도 아닌 애매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사실 그 정도 관계라도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 괜찮은데 경쟁 업체 거나, 우리 개발자를 빼가거나 하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호찌민에 한국 IT 업체가 많아봐야 얼마나 될까. 처음 진출해서 개발자 면접을 봤는데 그 개발자의 현 근무지가 한국 회사면 반가울 거다. 한국 회사 다녀봤으니 우리 회사 세팅하는데 도움되겠지. 그런 생각 하면서 웃돈 주고라도 데려가고 싶을 거다. 그러지 말자. 모르고 뽑는 건 어쩔 수 없는데 한국 회사 다니고 있다는 걸 장점으로 보고 뽑아가 버리면 그땐 뭐 전쟁이지.


이 글 쓰고 올리는 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어떤 업체가 방문했는데 다음날 내가 이걸 올리면 그분들 저격하는 것 밖에는 안되니까 미루고 미루다 보니 몇 개월이 흘렀다. 이 글을 쓰는 건 앞으로 베트남 업체 방문하실 분들에게 팁을 드리기 위해서이지 나한테 왜 그랬어라고 저격하려는 게 아니다. 나도 5년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업체 방문해서 유용한 정보/노하우 얻을 생각만 했지 상대방에 대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때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자리 잡을 수 있었으니 나도 똑같이 돕는 것뿐이다. 여기서 오래 사업하신 분들은 한국 손님들에 질려서 반기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다. 인도인이나 중국인들은 해외 나가면 서로 끌어주기 바쁜데 한국인들은 서로 총질하기 바쁘다고 한다. 한국인 등쳐먹는 나쁜 교민들도 문제지만 교민들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방문자들도 문제이지 않을까?


그리고 브런치의 예의는 구독과 하트.......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에서 개발자 채용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