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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우 Jan 26. 2023

요란한법이지

가짜와 진짜(사진출처 : Unsplash의 Ahmed Zayan)


과장된 행동이나 말투 그리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려는 시도는 대개 가짜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쎈 사나이 하제용. 그는 늘 그렇듯 <피지컬 100>에서도 스스로를 과하게 드러내며 등장했다.


<피지컬 100>은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몸 좀 쓰는'사람들을 한데 모은 서바이벌 예능이다. 유명한 운동 유튜버 들은 물론 엘리트 체육인들도 다수 참가했다. 특히 반가운 얼굴은 체조선수 양학선. 하제용의 우람한 팔과 그의 가녀린 팔이 비교되는 것만큼, 서바이벌에 임하는 그의 태도 또한 하제용의 태도와는 차이가 있었다. 자신감을 갈무리한 겸손한 모습, 연신 브라보를 외치는 하제용의 과장된 행동과는 궤를 달리했다. 첫 번째 퀘스트에서 양학선은 전체 3위를 차지했고, 하제용은 100번째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물론 오래 매달리기라는 과제가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는 불리한 종목이긴 하지만, 자칭 '대한민국에서 제일 힘쎈 사나이'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시작과 함께 떨어져 버렸다. 어쩌면 하제용은 경쟁자들의 몸 상태를 보고 느낀 패배감을 털어내기 위해 일부러 격양된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제용이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 올린 성취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피지컬 100>에서 그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몇 달 전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난 H는 그 누구보다 <성경>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자부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다니던 교회에서 주워들은 대강의 지식으로 그와 대화를 섞어보려 했던 나는 어느새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성경에 대한 수업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온갖 미사여구나 형용 표현을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오해하고 있어."라는 무엇보다 강력한 문장으로 모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는 6개월간 혹독한 성경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관심이 있거든 따로 연락을 하라는 말을 끝으로 1시간 남짓의 개론을 마쳤다. H는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 '안전사회'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코로나 확산에 '신천지'의 무책임한 행동이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주류 개신교 종파는 신천지(新天地,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 규정에 대한 옳고 그름이야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현시점에서 그들은 '진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신천지 지도자들은 H처럼 그럴싸하게 무장된 사람들을 배출해 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가짜로 여겨지는 것들은 철저한 논리로 그들의 실체를 포장해 진짜와 다름없이 보여야 하니 말이다.


빈틈없이 철저하고 매력적으로 포장된 것보다는 허술하지만 묘한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색색의 반찬들과 더불어 내어지는 화려한 오마카세 족발보단 새우젓 정도의 양념과 함께 차려지는 담백한 족발을 찾는 일처럼 어쩌면 이미 그 방법은 우리 안에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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