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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가 Feb 19. 2024

국가도 개인도 회사도 부도

살아온 32년, 살아갈 32년[8]

대한민국 건국 아니 어쩌면 단군 할배가 우리나라를 만든 이후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고,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997년 IMF이후 몇 년 간일 것이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던 적은 있었지만, IMF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IMF는 국가부도 즉 망한 것이었으니까. 나라가 망한 그 시기에 6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늘작가는 개인/가정도 부도가 났었다.  


회사의 경우 부도는 나지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앞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당시 나도 구조조정 명단에 들어갔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다.  이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만약 다시 구조조정 명단에 들어가게 되면 정말 엿 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일과 회사에 생존을 위해 올인을 하였다.


그 결과 다음 해에 있었던 회사 2차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도 좋아지고 고과도 잘 받기 시작했다. 또한 죽기 살기로 돈을 모으니 호전이 되어가고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정되어 가던 회사 내에서 또 한 번의 부도급 위기가 나에게 왔다. 직장인에게 부도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는 상황, 즉 감원/명퇴/권고사직 일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부도급 상황은 승진 탈락이라고 생각한다. 늘작가는 승진 그것도 회사 승진 중에서 임원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인 간부 승진을 탈락하였다.


승진 탈락 (출처 : 머니투데이)


나는 당시 고과가 좋았기 때문에 승진이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리 초년 시절이었던 IMF 구조조정 때 고과가 좋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탈락을 하고 말았다. 그때 팀장과 본부장도 내가 승진에 떨어질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당시 내가 승진이 어려울 것을 미리 알고 소속 팀장이나 임원에게 사전 이야기하고 도움으로 요청했다면 승진도 가능했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직장 생활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승진 시 점수 차이가 아주 크면 구제 불가능하지만 미세하면 회사에서 힘 있는 분 도움을 받으면 승진 가능할 수도 있다.)


승진 탈락 후 회사에 사표 던지고 다른 회사 이직을 고려했었다. 승진 탈락한 년도가 2001년이었는데, 당시는 IMF 충격도 벗어나고 IT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해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을 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때 직속 임원께서 나와 면담을 하면서 “늘 대리, 승진 탈락으로 상심이 크겠지만 회사 옮기지는 마. 이직은 본인 몸값이 높을 때 하는 거야. 지금 젊은 혈기에 사표 던지면 쉽게 이직할 수 있을 것 같지? 그렇지 않다. 진급 떨어진 사람을 누가 스카우트 하겠어? 지금 잘하고 있으니 정 회사 옮기고 싶으면 내년 승진한 후 이직해. 머리 식힐 겸 휴가 일주일 다녀와. 휴가원 내지 말고…”


갈림길, 길 (출처 : 늘작가, 늘푸르게)


인생을 살아가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몇 번은 온다. 이때 임원의 조언을 새겨듣고 사표 내지 않고 제주도 나 홀로 여행 갔었다. 만약 그때 사표 던졌다면 아마 내 인생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좋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고 생각을 한다. (이 무렵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드라마틱한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로 만들 생각이다)


그 이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회사에 몰입하고 일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다음 해에 우수한 성적으로(?^^) 간부 진급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직장에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기고 긴 터널이 이제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고향 집에 일이 생겼다.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신 것이다.


터널 (출처 : pixaby)


당시 느낌이 딱 이 그림 같았었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나쁜 일이 한꺼번에 온다지만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4년 동안 가정과 회사를 돌아가면서 일이 터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고 어머니 암 걸렸던 시기에 고향 부모님 큰 자산이었던 고향 산을 아버님이 사기당해서 날리고, 고향 집이 경매에 붙여지는 완전 골 때리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이거 뭐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하~ 이 시찌프스 신화, 나의 돌 굴리는 고난의 길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시찌프스 신화 (그림 : 늘작


'인생은 고해(苦海)다'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이 맞을까? 맞을 수도 있고, 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때가 IMF로 반지하 갔을 때부터 오늘 적은 이때까지였다. 나에게 만약 지금 다시 이런 어려움이 온다면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때는 젊었고, 지금은 늙었으니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많이 와닿는다.


지난 금요일 늘푸르게 블로그에서 당분간 잠수 탄다고 이야기했었다.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늘 글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글쓰기를 중단한다. 이유는 이 글 읽는 분들은 아마 다 아실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힘든 시기이다. 그런데 젊었을 때 고생을 워낙 세게 해서인지, 저 굴러 내려오는 돌덩어리를 잘 치울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가장 큰 돌 덩어리 하나가 주말에 치워졌다. :)  


이왕 쉬는 것 SNS 방학을 좀 길게 가지려고 한다. 나 자신과 대화도 많이 하고, 주변도 잘 정리하고,  여행도 하고, 부동산과 재테크 내공과 실익도 많이 챙길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서 굴러 내려오는 저 돌 덩어리들 싹~ 다 치우고 평평한 언덕 위에 올라가서, 홀가분하게 다시 돌아오겠다.  씨 유 어게인!


출처 : 늘푸르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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