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직장 그리고 내 인생

살아온 32년, 살아갈 32년 [7]

직장. 취업. 요즘에 비하면, 예전에는 취직하기가 꿀이었다고 이야기 많이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물론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당시는(1990년대) 경제성장률이 높고 일자리도 많아서 지금보다 조건이 나았다. 하지만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예전에도 힘들었다.

이렇게 내가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고 모든 직장인들이 꾸는 꿈인 임원과 CEO가 되겠다는 생각도 물론 했었다. 하지만 이런 꿈을 이루려면 뼈를 갈고, 일과 회사에 올인을 해야 했었는데,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속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길을 걸어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이 회사나 업종이 싫은 것도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물에 술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회사 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자만심으로 직장 초년을 보냈었다. 더 창피했던 것은 돈을 모으고 재테크 잘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버는 족족 다 쓰는 쪽으로 생활을 했었다.

직장생활 (출처 : 세이프티퍼스트 닷뉴스)

당시(지금도 그렇다) 내가 다녔던(지금도 다니는^^) 이 회사 동기와 선후배들 중에서는 모태 금수저 출신이 많았었다. (물론 나 같은 모태 흙수저도 있었고) 흙수저 주제에 금수저 출신들과 어울리고 돈을 지출하다 보니 돈은 모을 수 없었다. 내 수준을 알기는커녕 압구정동, 신촌, 방배동 등을 돌아다니면서 금수저 회사 선후배 동료들과 돈을 팡팡 사용했었다. 아마 이 글 읽는 분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당시 늘작가는 이렇게 한심하게 살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아마 지금도 젊은 후배들 중에서 과거 나의 전철을 밟는 분이 있을 텐 데, 더 늦기 전에 꼭 정신 차리시길…

그렇게 한심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하늘이 도왔는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회사 같은 팀에 다니는 배우자 친구였었는데, 소개팅으로 만났었다.  낑깡족이었던 늘푸르게는 아내를 만나 1년 반 정도 연애를 한 후 결혼을 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혼의 기쁨도 잠깐, 그 유명한 1997년 IMF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결혼을 1997년 가을에 했었는데, 2개월 만에 이런 시련이 온 것이다. IMF 이후 대한민국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했고, 버티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IMF 외환위기 (출처 : 조선일보)

우리 회사도 두 번에 걸쳐 직원 숫자를 무려 40%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하였다. 당시 사원이었던 나도 나도 1차 감원 대상 명단에 있었는데, 인사팀에 있었던 아주 잘 아는 선배 덕분에 살아남았다. 만약 그때 잘렸다면 결혼 한지 3개월 만에 직장을 잃게 되었고,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타로 이미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늘작가는 아버님에게 빌려드린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주식에 손 되었다가 1997년 IMF를 맞이하게 되었고, 1998년 여름 이 세상을 두 번이나 작별하려고 까지 했었다. (중략)

1993년 회사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나는 빈털터리가 되어 반지하 단칸방에서 마이너스 3천만 원으로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이후 돌을 깨고, 대오 각성하고 다시 밑바닥부터 살기 시작했다. 그때 사고 친 나야 뭐 그렇지만 아무 죄 없는 아내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직장 초년, 인생 초년은 이렇게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제 터널 끝을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다른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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