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이래 전쟁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997년 IMF이후 몇 년 간일 것이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던 적은 있었지만, IMF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8년 금융 위기도 IMF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IMF는 국가가 망한 것이었으니까.
회사는 다행히 부도는 나지 않았지만 생존을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당시 나도 구조조정 명단에 들어갔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다. 이때 “지금 내가 부도가 났는데,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만약 다시 구조조정 명단에 들어가게 되면 살아날 길이 없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회사에서 생존을 위해 올인을 하였다.
그 결과 다음 해에 있었던 회사 2차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도 좋아지고 고과도 잘 받기 시작했다. 또한 죽기 살기로 돈을 모으니 호전이 되어가고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정되어 가던 회사 내에서 또 한 번의 부도급 위기가 나에게 왔다. 직장인에게 부도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는 상황, 즉 감원/명퇴/권고사직 일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부도급 상황은 승진 탈락이라고 생각한다. 늘작가는 승진 그것도 회사 승진 중에서 임원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인 간부 승진을 탈락하였다.
승진 탈락 (출처 : 머니투데이)
나는 당시 고과가 좋았기 때문에 승진이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IMF 구조조정 때 고과가 좋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 되어 탈락을 하고 말았다. 팀장과 본부장도 내가 승진에 떨어질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승진이 어려울 것을 미리 알고 소속 팀장이나 임원에게 사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승진도 가능했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직장 생활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승진 시 점수 차이가 아주 크면 구제 불가능하지만 미세하면 회사에서 힘 있는 분 도움을 받으면 승진 가능할 수도 있다.)
승진 탈락 후 회사에 사표 던지고 다른 회사 이직을 고려했었다. 승진 탈락한 년도가 2001년이었는데, 당시는 IMF 충격도 벗어나고 IT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해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을 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때 나의 직속 고위 임원이 “늘 대리, 승진 탈락으로 상심이 크겠지만 회사 옮기지는 마. 이직은 본인 몸값이 높을 때 하는 거야. 지금 젊은 혈기에 사표 던지면 쉽게 이직할 수 있을 것 같지? 그렇지 않다. 진급 떨어진 사람을 누가 스카우트 하겠어? 지금 잘하고 있으니 정 회사 옮기고 싶으면 내년 승진한 후 이직해. 머리 식힐 겸 휴가 일주일 다녀와. 휴가원 내지 말고…”
갈림길, 길 (출처 : 늘작가, 늘푸르게)
인생을 살아가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몇 번은 온다. 이때 임원의 조언을 새겨듣고 사표 내지 않고 제주도 나 홀로 여행 갔었다. 만약 그때 사표 던졌다면 아마 내 인생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좋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 이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회사에 몰입하고 일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다음 해에 우수한 성적으로(?^^) 간부 진급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직장에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기고 긴 터널이 이제 정말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고향 집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신 것이다.
터널 (출처 : pixaby)
당시 느낌이 딱 이 그림 같았었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나쁜 일이 한꺼번에 온다지만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4년 동안 가정과 회사를 돌아가면서 일이 터지는 것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이...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고, 어머니 암 걸렸던 시기에 고향 부모님의 큰 자산이었던 고향 산을 아버님이 사기당해서 날리고, 고향 집이 경매에 붙여지는 영화 같은 상황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하~ 이 시찌프스 신화, 나의 돌 굴리는 고난의 길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