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30년, 살아갈 30년 [3]
2편에 이어 계속 …
이렇게 호기롭게 명예퇴직 거부하고 회사 빌딩 문을 열고 나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니, 갑자기 가족들이 무지 보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내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내고, 동네 마트에 들렀다. “오늘 지르자. 비싼 와인으로”
“음... 아주 비싼 와인은 보이지 않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와인들은 많이 있군. 와인 하나 고르고, 비싼 치즈(?^^)도 하나 사서, 집으로 갔다.
집 현관문을 여니, 공기가 좀…
늘~ (아주 밝은 목소리로) "아빠가 와인 질렀어. 비싼 것으로. 얼마게?" 아들~”아빠, 와인 가격을 잘 몰라서요, 보통 얼마짜리 마셔요?". 늘~" 보통 7~8천 원 비싸면 만 원". 아내 "3만 원!", 아들/딸 "2만 4천 원"
늘~ "아니 아빠가 명예퇴직 거부하고, 팀원으로 강등된 기념일이라, 비싼 와인 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정도 가격만 불러?
아이와 아내는 아빠의 배포를 너무 잘 아는구나. 아들과 딸이 정확하게 와인 가격을 맞추었다. ^^ Yellow tail이나 Casillero de Diablo(디아블로), MONTES, 마주왕 정도까지가 내 돈으로 사 먹어 본 와인이다. 마트에 진열된 와인 중 더 비싼 와인도 있었지만, 이보다 비싼 와인은 내 돈으로 사 먹은 적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 (물론 회사 일하면서는 수십만 원짜리 와인도 많이 먹어 보았다) 이 와인도 손 떨리면서 지른 것이다.
늘~NOTE
겉멋 들고 분수에 넘치게 돈 쓰기 쉬운 분야가 와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와인 정도이면 차고 넘친다. 나는 저 와인보다 더 저렴한 와인을 코스트코 양재동이나 송파 엔씨 백화점에서 자주 사 마셨다. 물론 수십, 수백만 원 와인 먹고 인스타 올리고 자랑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건 그분들의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와인 2만 원 이상 사 먹으려면 서울 신축 34평은 등기 친 이후 마셔야 한다고 늘작가는 생각한다.
그날 저녁, 아이들과 아내와 MONTES 와인에 치즈 안주 삼아 한잔하면서, 도란도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빠 축하해 줘~ 오늘부터 사원으로 직장 생활 다시 시작해”
늘~NOTE
지금 늘작가는 2년 반 전에 술을 완전히 끊었다.(건강 때문은 아니다. 왜 끊었는지 블로그에 글도 올렸었다.) 그동안 맥주 한 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술 마실 생각은 없다.
그리고 처갓댁 단톡방에 카톡을 이렇게 보냈다.
3년 전 소회
00그룹, 0000 회사에서 28년 동안 살아왔다. 팀장(해외 지점장) 1차 6년 그리고 귀임하여 팀원으로 일한 후 다시 재기하여 다시 팀장 복귀. 지금까지 팀장 정확히 10년 차이다. 그리고 다시 팀원이 되었다. 28년 중 총 16년을 팀장으로 살았네. 정말 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이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 다 했다.
하지만 아직 못한 일이 딱 하나 있다. 나에게 남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인생과 직장의 마지막 미션이 남았다. 제2인생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그래서 나는 마침표 대신 쉼표를 선택했다. 이제 정년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
이 꿈 늘푸르게(=늘작가) 반드시 실현한다. 단 구질 구질 하지 않게, 더 폼 나고, 간지 나고, 일 프로페셔널하게 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 쫙 펴고, 고개 바짝 들고!
한편으로는 자아실현형 노비로서
한편으로는 직장을 제2인생 베이스캠프로!
파이팅
늘푸르게(=늘작가)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
20년 12월 25일(금)
성탄절 아침에
2023년 오늘 소회
오늘은 2023년 12월 26일(화) 2023년 마지막 주 첫 출근길이다.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만 3년 전 성탄절 아침에 이 글을 블로그에 올렸었다. 지난주 이번 시리즈 연재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다. 3년 전 이 글을 보고 오늘 이 글을 올리기 위해서.
정년퇴직의 꿈은 내가 가장 잘 나갔던 해외주재원 시절에 꾸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브런치스토리에서 했었다. 이후 한국에 귀임한 후 주위에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난 임원 될 깜냥이 아니고, 임원 될 수도 없고, 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정년퇴직은 꼭 할 것이다.”
당시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때까지 우리 회사에서 임원 외 부장으로서 만 60세 정년 퇴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정년 퇴직한 부장 팀원 선배 한 명이 생겼다. 그리고 곧 내 차례가 된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만 2년도 남지 않았다.
23년 12월 26일(화)
2023년 마지막 출근 날 아침
늘작가
늘~NOTE
늘작가는 오늘이 2023년 출근 마지막 날입니다. 갓 연말 휴가 내었습니다.^^ (부장 팀원이면 이런 좋은 점도 있어요. ㅎ)
이 글이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올해 마지막 글입니다. 남은 2023년 잘 보내시고 희망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2024년 다시 뵐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