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을 거부하고

명예퇴직하시겠어요(#2)

by 늘작가

이렇게 호기롭게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길을 선택하고 회사 문을 열고 나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미리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지난 직장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말 못 할 감정이 휩써였다. 그렇게 멍하니 회사 앞에 서 있으니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늘작가 아내와 카톡 대화


아내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내고, 동네 마트에 들렀다. “오늘 지르자. 비싼 와인으로”


와인.jpg 와인 (그날 집 근처 마트에서 찍은 사진이다)


“음... 아주 비싼 와인은 보이지 않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와인들은 많이 있군." 와인 하나 고르고, 비싼 치즈(?^^)도 하나 사서, 집으로 갔다.


집 현관문을 여니, 공기가 무거웠다. 이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빠가 와인 질렀어. 비싼 것으로. 얼마게?" 이렇게 이야기하자 아들이 먼저 대답을 한다. ”아빠, 와인 가격을 잘 몰라서요, 보통 얼마짜리 마셔요?", " 보통 7~8천 원 비싸면 만 원" 이렇게 내가 대답을 하자 아내는 "3만 원!"이라고 말하고 아들과 딸은 동시에 "2만 4천 원"이라고 대답을 했다.


"아니 아빠가 명예퇴직 거부하고, 팀원으로 강등된 기념일이라, 비싼 와인 샀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정도 가격만 부르니?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 가족들은 아빠가 근검절약하는 것을 잘 알아서 이정도 가 아빠에게는 아주 비싼 와인으로 생각을 한 것이다. 아들과 딸이 정확하게 와인 가격을 맞추었다.


나는 와인을 좋아했었는데, 비싼 와인은 내 돈으로 사 본 적이 없다. Yellow tail(옐로우 테일)이나 Casillero de Diablo(디아블로), MONTES(몬테스), 마주왕 정도까지가 내돈내산 최고가 와인이다. 마트에 진열된 와인 중 더 비싼 와인도 있었지만 고르지 않았다. 물론 회사 일하면서는 수십만 원짜리 와인도 많이 먹어 보았다.


늘~NOTE

겉멋 들고 분수에 넘치게 돈 쓰기 쉬운 분야가 와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와인 정도이면 충분하다. 내가 와인을 좋아했을 때는 저렴한 와인을 와인 전문점이나 마트에서 사서 마셨다. 물론 수십, 수백만 원 와인 먹고 인스타 올리고 자랑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런 것 따라 하다가는 인생 망하는 지름길이다. 개인적으로 와인 2만 원 이상 사 먹으려면 서울 신축 34평은 등기 친 이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늘작가는 3년 반 전에 술을 완전히 끊었다. 건강 때문은 아니고, 특별한 일이 있었다. 그동안 맥주나 소주 단 한 잔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술 마실 생각은 없다.)


와인 치즈.jpg MONTES(몬테스) 칠레 가격 : 23,500원 스모크 치즈 4,500원


그날 저녁, 아이들과 아내와 MONTES 와인에 치즈 안주 삼아 한잔하면서, 도란도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직장을 다닌 아빠와 남편에게 감사해하고, 만약 앞으로 다니기 힘들면 그만두라고 이야기도 해 주었다. 가족들과 모임을 마무리한 후 처갓댁 단톡방에 카톡을 이렇게 보냈다.





그날 카톡을 보내면서 와신상담, 칼을 갈았다. "그래 지금 내가 이 회시에서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5년 뒤 정년퇴직 후에 한번 보자. " 이제 그 끝이 다 와 간다.


이 카톡을 보낸 후 내 인생, 그동안 걸어온 직장에서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KakaoTalk_20241012_050301636.jpg 선택, choice (그림 by 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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