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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작가 Apr 29. 2024

기회의 땅 해외로

살아온 32년, 살아갈 32년 [11]

10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두 번째 반지하 삶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달랐다. 비록 서울에서 집값이 제일 싼 동네 반지하 빌라에서 살고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강남 아파트 가진 사람이니까. (부부 공동명의로^^)


당시에는 몸테크/몸빵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갭투자라는 단어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면,  집은 내 돈 100%로 절대 마련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때는 은행 대출은 더 어려웠다. 그래서 돈 없는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전세 끼고 집을 사 둔 후 본인들의 주거지는 등기 친 곳보다 훨씬 싸고 열악한 다른 아파트나 주택에서 거주하는 것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지 못하면 그 동네보다 훨씬 싼 동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면서 전세금 모아서 내 집으로 들어가는 방법. 이 방법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후배들 보면 이런 삶은 별로 원하지도 않고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뭐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냐고. 비싼 동네 썩다리 아파트/연립/빌라에서 사는 것보다, 신도시나 인근 신규 택지개발지구 신축 아파트에서 살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꼰대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후배들에게 아직도 내가 첫 집을 장만하고 살았던 그 방법을 권유한다. 특히 4월 10일 총선 결과를 보면 앞으로 거주 지역 양극화가 점점 더 가속화될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빨간색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나는 추천한다.




암튼, 나는 이렇게 지내다가 이전에 살았던 썩다리 연립이 2동짜리 신축 아파트로 변했는데, 집주인에 다시 들어와서 살라고 하였다. 집주인이 그 말을 했을 때, 전세금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아파트에는 선순위 근저당이 잡혀 있어서 후순위 전세금을 아주 적게 내고 들어가서 살 수 있었다. 안전하게 근저당 포함하여 집 시세 70% 정도까지만 전세금을 내고 입주했다. 개꿀 ^^ 비록 2동 짜리였지만 광폭 베란다가 있는 34평이라 우리 수준에는 궁궐 같은 집이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신축 아파트에 살아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빚을 갚으면서 열심히 살아갔지만 대기업 샐러리맨 월급으로 강남 아파트 전세금 1억 2천만 원을 마련하기까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살 길은 해외주재원뿐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한 준비(어학, 고과 등)를 했다.


당시 나는 국내 영업에 근무하고 있어서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소속 팀장과 내가 아는 임원들에게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간절하게 바라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면 그 길이 보인다. 


2003년 2월 어느 날. 외출해서 일한 후 회사로 들어오니 팀장이 “늘작가. 인사팀에 가봐. 네가 그렇게 원했던 해외주재원 갈 수 있을 듯 해.”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내 팀장이 인사팀과 네트워크가 있었는데, 나를 해외주재원으로 적극 추천을 했었다고 한다. 그 팀장 지금도 만나고 있다. 당시 나는 입사 10년 차였지만 해외에 가본 나라는 신입사원 때 회사 연수로 일본에 가본 것 외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내 이야기를 하니 해외 부문 고위임원이 껄껄 웃더라능 (우리 회사는 해외 출장 기회가 어마하게 많은 곳이라 나 같이 10년 동안 해외 출장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위임원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태어나서 두 번째로 해외를 나가게 되었다. 출장이 아니라 해외 주재원으로서. 그 나라는 인도네시아였다. 


출처 : 123RF


인도네시아 맛보기

 

국명 : Indonesia (Indo + nesia, 인도양의 섬)  인도니서아(印度尼西亞, 줄임말 印尼)

면적 : 1,904,569km2(세계 14위, 동서 길이가 미국보다 길다)

인구 : 2억 7천만 명(세계 4위)

수도 : 자카르타(자바섬에 소재)

 : 17,508개 (세계 최대 섬나라), 주요 5개 섬(자바, 수마트라, 깔리만딴, 슬라웨시, 뉴기니)


종교 : 이슬람국가(인구 80%)이지만 종교 자유 보장된 나라(불교, 힌두교, 가톨릭, 기독교 종교일 모두 공휴일)

언어 : 인도네시아어(마인어, 말레지아어와 서로 비슷, 1920년대 만든 세계에서 가장 늦게 만든 언어 중 하나), 알파벳 표음문자로 배우기 쉬움

민족 : 300여 민족 (아직도 식인종 있는 나라 ㅎ)


역사 : 불교와 힌두교 왕국 → 13세기 경 수마트라섬부터 이슬람왕국에 점령(이슬람 국가화) → 17세기부터 네덜란드 350년 지배 → 일본 지배(2차 대전 말기) → 1945년 ~ 1949년 네덜란드와 독립전쟁 → 1949년 독립(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정치 : 대통령 직선제


관광지 : 발리섬(세계 최고 휴양지, 힌두교), 보르보드로사원(불교사원), 빈탄섬(싱가포르 옆), 롬복섬(발리섬 옆), 보르모 화산, 부나켄(세계 3대 다이빙 장소)

자연 : 호랑이/코끼리 사는 나라, 어마한 정글과 원시림, 아마 세계에서 제일 많은 활화산 :)


인도네시아 브로모화산(2004.11.14. 07:14) 늘작가가 지금까지 본 자연 중 두 번째로 멋있던 곳 (가족여행) 이날 늦게 도착해서 일출 보지 못해 넘 아쉽


비행기에서 본 브로모화산






IMF 이후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들은 급격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 해외 법인/지점을 늘렸었다. 지금이야 인도네시아 정도이면 해외주재국으로 좋은 나라였지만 당시에는 험지 중 한 곳이었다.  해외 주재국으로는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선호한다. 하지만 글로벌 부서에 있지 않았던 나에게 그런 좋은 나라 기회를 잡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차선이라도 잡은 것이 현명한 것이다. 당시 나는 회사에게 어떤 나라이든지 좋으니 해외 주재원으로 보내만 달라고 이야기해 두었다.


후진국은 안전하지 않고 각종 인프라도 좋지 않고 여러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있다. 자녀들을 모두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고, 식모와 보모를 고용할 수 있고, 회사에서는 운전사를 제공하고(자가운전은 위험해서 회사에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한다) 고급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 돈을 선진국보다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위험수당이 나오고 물가도 싸니깐.


기회의 땅 해외 인도네시아. 1993년 입사한 지 10년 만인 2003년. 드디어 직장에서, 내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중꺽마.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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