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작가 Dec 16. 2024

어려울 때 친구가 찐 친구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 한번 여쭤보고 싶다. 여러분들 중에서 이 친구는 정말 나의 찐 친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 오늘 글에서의 친구는 같은 나이 또래뿐만이 아니라 선후배까지 확장한 광의의 친구이다.



늘작가의 경우는 고향 친구는 3명, 고등학교 친구는 딱 한 명, 대학교 친구(학과)는 3명, 회사 친구는 꼴랑 2명뿐이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내 주변 많은 친구들 중 누가 찐 친구인지 확인을 하게 되는 전화위복의 기가 되었다.



나의 찐 친구인지 아닌지 알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그 기준을 나는 이것으로 생각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찐 친구이다.



친구 (출처 : 픽사베이)



나는 59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주 어려웠을 때가 몇 번 있었다. 그 첫 번째가 IMF 다음 해인 1998년(결혼 2년 차) 내 잘못으로 전 재산을 말아먹고 반지하 단칸방으로 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엄청난 빚(1.3억 원. 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1채 값)을 지고 있었다. 빚을 갚기 위해서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나에게 돈을 좀 빌려달라. 100만 원 아니 50만 원이라도 좋다. 내가 시중 이자도 쳐주겠다.   계약서도 적겠다." 그런데 당시 수많았던 초중고대학교 친구 중 나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는 극소수였다. (빌려준 친구들 돈은 2년 내 모두 갚았다.)



물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돈을 빌려주긴 쉽지 않다.  지인 간에 돈거래는 관계가 끊어짐을 각오해야 한다.  당시 한 명은 나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어서 우리 집에 와서(당시 아내는 첫째 출산으로 처갓댁에 가있었다) 한 달 정도 머물면서 밥을 해 준 친구도 있다. 또 한 명은 나에게 네가 원하는 금액까지는 빌려주긴 힘들고 작지만 금액 너에게 그냥 주는 것이다. 이것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친구도 있었다.



돈을 빌려주고 빌려주지 않고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어려웠을 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격려를 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당시 나의 망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좋아한 친구도 있었다 ㅠㅠ)



참고로, 부모형제간이라도 돈 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꼭 도와 주고 싶다면, 돈을 빌려주지 말고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감당하는 선에서 그냥 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관계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렇게 돈을 준 케이스는 몇 번 있다. (이 지인들 모두 내가 준 돈 다행히 다 갚았다)



그리고 케이스가 좀 다르긴 하지만 2020년 회사에서 보직 팀장에서 물러나고 부장 팀원이 되었을 때 사내에 그 많았던 선후배, 동료들 중에서 지금까지 나와 교류하는 사람은 딱 2명뿐이다. 회사 인맥이라는 것은 이렇게 부질없는 것이다. 이 글 읽는 분들 중 직장인들 많으실 텐데, 회사 퇴사한 이후 본인이 파워가 없으면 그 많았던 회사와 외부 업체 사람들 99%는 다 사라진다.



그리고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또 한 번 절실하게 체험을 하게 되었다. 늘작가가 늘푸르게 필명으로 활동하는 네이버 블로그와 부동산스터디카페에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글이 올라가자 상당히 많은 분들이 나를 손절하였다.  나를 만나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다 치지만 대주주로서 수년동안 나를 직접 만나본 사람들이 단지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손절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나는 그분에서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이 일을 계기로 나를 더 신뢰하고 믿어주고 격려해 주신 친구들이 훨씬 많다.



정치성향 글 올린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수정 : + 잘못했다고는 생각한다) 앞으로는 그런 글은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철저히 회색인간-중도-으로 가정을 먼저 챙기고, 우리끼리만 돈을 버는 인간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독자생존의 삶을 더 철저히 하면서...



어려울 때 친구가 되지는 못할 망정 나를 떠나버리는 것을 보면서 새삼 세상이 비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체험을 했다. 어디 나뿐인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수많은 우리나라 리더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등에 칼을 꽂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른들께서 평생 진정한 친구 단 1명만 있어도 그 사람 인생을 성공한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여러분 곁에 지금 자신 있게 이 친구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고 지지하고 믿어주는 친구가 몇 명 있을까요?



친구 (츨처 : 픽사베이)

 


비상계엄 후 지금이 어쩌면 우리 주위에 누가 찐 친구이고, 누가 가짜 친구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by 법정 스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