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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조훈희
Nov 12. 2023
고객이 오른뺨을 치거든 외뺨도 내어라
시장 닭강정집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이유
이번 생은 망했다.
큰 시련이 오면 누구나 당연히 주저앉기 마련이다.
요식업에도 그런 순간이 오는데
그것은 바로 영업정지의 순간일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고 피해야 할 리스크는
그냥 음식이 맛이 없는 것 아니다.
맛이 없으면 슬슬 손님이 끊기게 되므로
사장님은 마음의 준비도 하며 서서히 망해가지만
위생이 문제가 생기면 손 쓸 새도 없이
길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갑자기 망한다.
결국 손님이 없는 리스크는 대비가 가능한 다음 문제고
가장 큰 리스크는 손님이 음식을 드시고 배탈이 나거나
식품 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가 되는 것이다.
.
영업정지를 느끼는 고객의 입장은
'어? 여기 문 닫았네. 옆집에서 다른 것 사 먹어야겠다.'
정도의 사소한 일이다.
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식당 사장의 느낌은 절대 그렇게 사소하지 않다.
우선 영업정지로 인한 가게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으며
그 기간 동안 장사를 못해서 매출과 이익이 사라진다.
냉장고 안에 받아 놓은 식자재를 폐기처분 해야 하며
식자재 공급업체와의 거래도 끊기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형 오븐, 냉장고 등 주방기구를 렌털로 대여했거나
대출이 있는 경우 그 비용도 고스란히 쌓인다.
함께 일한 숙련된 직원들을 정리해야 하고,
해고에 따른 추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인건비도 더 얹어줘야 하는데
임대료와 관리비는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혹여나 임대료가 밀리면
임대차보호법의 보장도 못 받게 되므로,
계약 연장은커녕 권리금 회수의 기회도 박탈당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벌이가 없어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꼬박꼬박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피를 깎는 노력을 한다고 해도
그 사이 매출이 없기에 권리금은 떨어져만 간다.
그만큼 식당에서의 위생관리는
생사가 달린 만큼 중요한 문제다.
.
속초 중앙시장 안의 한 닭강정 가게는
과거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전국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정도로
맛으로 유명한 가게였기 때문에
그동안 그 닭강정을 사랑해 온 많은 고객들은 실망했다.
해당 가게는 고객분들께 사과문을 공개하고,
식약처의 처분을 받아들인다.
그 기간 동안 이 가게는 내부뿐만 아니라
조리 과정, 사람까지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내부 주방, 직원들의 의상까지 모두 흰색으로 통일하고
조리 과정을 CCTV로 공개하며,
주방과 픽업대 사이에 유리벽을 쳐서 조리과정을 볼 순 있지만
이물질을 들어갈 수 없는 닫혀있는 오픈 주방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부동산을 다루는 나의 경험상
주로 튀김을 다루는 식당은 청결하기가 어렵다.
공기를 향해 퍼져나가는 기름기는 벽면과 천장에 붙고,
거기에 먼지가 들러붙는 악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의 주방 화구 주변 벽면이 은박지로 싸여있는 것은
기름때 청소가 어렵기 때문에 바로바로 벗겨내기 위함도 있다.
또한 기름을 그냥 하수구에 버리게 되면 기름이 물과 만나
하수도 안에서 굳어버리기 때문에 자주 막혀 처리하기도 매우 번거롭고
덕트를 통해 나가는 기름기는 건물의 모든 환기구를 더럽힌다.
그래서 건물 관리 경험이 많은 임대인은
튀김메뉴를 주로 다루는 식당이
임차인으로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
그럼에도 이 닭강정 가게가 흰색을 고집하는 것은
공기 중 기름기까지 매일 닦아내겠다는
청결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닭강정 박스를 옮기는 과정도 롤러를 이용해서
직접 사람의 손으로 옮기지 않게 했다.
이 정도로 과하게 대처를 하니
이건 닭 강정 가게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이라고 불렀고,
그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으며
사람들은 과거 영업정지에 대해서는 잊고
깔끔한 리모델링을 위해
잠시 문을 닫은 것으로 인식했다.
위생과 청결은 고객의 입장에서도, 업주의 입장에서도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에게 실수를 했다면
그 상황을 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처하는 자세.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껏 때리도록 곤장대에 스스로 올라가는 것
그 자세가 이 집 닭강정 맛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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