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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지 Dec 23. 2020

선생님은 왜 답장이 없으실까?

제 카톡 읽고 뭐 하고 계신지요

그냥 사소한 궁금증이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해도 할 말 없다.


중장년층은 왜 그렇게 '읽씹'할까?


나름 Z세대 열차 얻어 탄 밀레니얼로서 디지털 소통에 자부심이 있다. 인생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7살 때 쥬니어네이죠아저씨 동물농장에서 '오늘의 농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당시 최고 레벨도 아니었던 내 농장이 메인에 걸린 이유는 활발한 네트워킹 때문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싸이월드 이전에 쥬니버에서 '소통'과 '반사' 개념을 익혔다. 동물들을 관리하면서 수시로 다른 농장에 놀러 가 방명록 댓글을 달았다. 심지어 HTML 태그도 붙여 번쩍거리고 색깔이 화려한 소개 글을 만들었다. (그게 유행이었다.) 그렇게 농장을 광고했으니 방문자 수가 꽤 높았을 테다. 열심히 꾸민 농장이 관리자 눈에 띄었나 보다. 내 농장이 메인 화면에 떠있던 24시간을 잊지 못한다.


자랑이 길었는데, 아무튼 디지털의 매력은 즉각적인 소통과 피드백이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수평적이고 빠른 의사소통  덕에 7살짜리의 동물농장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 문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나는 어떤 소셜미디어를 쓰더라도 칼답의 중요성을 느낀다. 메시지에 바로 답장하면 피드백이 빠르게 오가면서 시너지가 난다. 디지털은 우편이나 삐삐처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내가 보낸 순간 상대가 받는다. 그걸 나도 알고 상대도 안다. 그런데도 읽지 않거나 확인하고 답이 없다는 건 의도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문자나 메일, 카톡은 비동시적이어서 내가 원할 때 확인하고 답장할 수 있다. 각자 가능한 시간에 압축된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업무상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연되는 시간이 어지간히 길어야지, 답이 없는 수준이면 쌍방향 소통이 아니다.


우리 디지털 원주민들에게는 상식과 규율이 있다. 안읽씹과 읽씹은 무례하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 너무 바쁘다면 카톡 상태 메시지에 "급한 연락은 문자나 전화로 주세요ㅠㅠ"를 써놓는다. 늦게 확인했으면 "답이 늦어서 미안하다"라고 말한다. 상대를 답답하게 만든 사정을 납득시키는 게 예의다.


하지만 경험상 많은 중장년층이 그러지 않는다. 본인이 바쁘거나 일이 있을지 몰라도 말없이 그냥 읽고 만다. 나중에 답하겠다는 이야기도 없다. 악의는 아닐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디지털 소통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설마 위계의 표현은 아니겠지? 읽씹하는 와중에 페이스북을 하는 심리는 뭘까 궁금하다.


문제는 그들이 높은 위치에 있거나, 결정권을 쥐고 있거나, 뭔가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생애주기상 그 나잇대는 그렇다. 답이 없으면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생각하게 된다. 읽씹하는 선생님들 답장 기다리는 이십대는 애간장이 탄다.




너무 세대차이로 생각한 것 같다. 답장하는 속도는 나잇대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다. 상대를 덜 기다리게 하는 스킬도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다.

-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김신회 작가 인터뷰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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