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4. 커피와 에어컨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요 며칠 대책없이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더운 것 같은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듯이 뉴스에서는 연일 폭염 주의보 관련 뉴스를 뱉어내고 있다.
숨막히는 더위를 체감하는 요즘, 다행히도 나는 작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집은 부모님의 이상한 똥고집 때문에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켜지 않는다.
우리 집 에어컨은 1년 내내, 아니 구입 후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매년 참을 인을 무하히 그리다보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하. 지. 만.
지금 나는 에어컨과 함께 있다~~~ 바로 이곳에서~~~~
"어서오세요."
"와... 진짜 덥다. 더워. 날씨가 미친 듯."
"그러니까. 진짜 너무 덥다. 덥다라는 말 한 오백번 한 듯."
"아아 주세요! 얼음 많이요."
"저도요!"
"전 따뜻한 아메리카노요."
"어어????"
세 명의 여성이 들어왔는데 두 명은 얼음 가득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머지 한 명은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따뜻한 거요?"
나는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확인했다.
"네."
"너 뭐야? 안 더워?"
"더워."
"근데 왜 따뜻한 거 먹어?"
"아. 회사가 너무 춥더라고~ 여기도 조금만 앉아있으면 추워질 거잖아. 그래서~"
"와... 너 진짜 대단하다!"
"그러니까. 완전 존경."
"이러니까 T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거야."
"뭐래~"
한 참을 더워하던 세 명의 여성은 자리를 잡은 후 연신 손부채질을 해댔다.
커피가 나오자 마자 두 여성은 얼음을 오도독 깨먹으면서 커피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반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킨 여성은 더위따위에게 지지 않겠다는 중세시대 공녀처럼 우아한 자세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세 명의 여성은 폭풍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30분 후.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저... 혹시 담요 하나 있을까요?"
"추우세요?"
"네~ 조금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가 조금 추운 거 같아요."
"온도를 조금 올려드릴까요?"
"아니요! 카페 막 들어오시는 분들한테는 죄송하잖아요~ 어차피 저희 조금만 더 앉아 있다가 갈거라서요."
"아, 네. 여기요!"
나는 손님에게 담요를 건네드렸다.
"와! 여긴 정말 없는 게 없네요~"
"아~ 찾아오시는 연령대가 다양해서 하나하나 갖추다보니까 화개장터가 되었네요."
"아. 흐흐. 감사합니다."
"네. 나가실 때는 그냥 자리에 두고 가세요."
"네네! 아! 사장님, 영수증 좀 주세요."
"아까 괜찮다고 하셔서 안 드렸는데 다시 드려요?"
"네네! 제가 영수증 리뷰 써 드리려고요."
"아... 괜찮아요! 그냥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그래도 주세요~~~"
손님에게 영수증을 드렸고, 몇 분 후 영수증 리뷰가 달렸다.
'흠... 감사하긴 한데... 여기가 독립서점인데 많은 이들이 책 있는 카페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만....'
"에이- 커피를 팔고 있으니 카페가 맞고, 책을 팔고 있으니 독립서점도 맞지~ 다른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뭐가 중한가! 내가 즐거운 게 중하지."
손님도 없는데, 이번 주 책이나 읽어야겠구만!
이렇게 카페 사장으로 이 책을 읽게 되니 느낌이 사뭇 다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