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라 미안합니다.

에피소드 24-1. 책 제목입니다.

by 더곰


내가 아메리카노라고 불리우는 커피를 처음 먹었던 때가 또렷이 기억이 난다.

대학교 시절, 늘 캔커피만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험 시즌에 나는 퀭한 눈으로 학교로 가던 중에 자석에 이끌리듯이 학교 앞 카페에 들어갔다.

원래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스티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던 카페 사장님께서


"혹시 피로하세요?"

"네?"

"피로하시면 제가 커피 한 잔 추천해드려도 될까요?"

"네..."


사먹으려고 했던 음료와 가격대가 동일하기에 그냥 주인 아저씨가 추천해주시는 커피 음료를 먹기로 했다.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커피 종류 중 하나 였다.

그 음료를 받아들고 학교로 향했고, 시험 공부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지저스!!!! 뭐야? 피로회복제야? 매직이 일어났다.

이후부터 대학교 졸업하는 내내 이 커피숍에 단골이 되었다.

(훗날 알고보니 그 분은 대단한 바리스타였던 것이었다아!!!!!!!! 그땐 왜 몰랐지?! 이 커피숍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지가 궁금해서 학교에 가보고 싶을 지경이다!!)


그렇게 나도 단골 커피숍이 있었다.

단골이 되면 손님 입장에서 혜택이 참으로 많다. 아아를 시켜도 얼음 하나 더 넣어주고, 가끔 쿠키도 준다. 해장으로 커피를 살 때면 샷을 추가해주시기도 한다.


그런 입장에서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라고 하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해 책을 잡았고, 단골이 아닌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 당당히 펼쳐 읽었다.



image.png?type=w580 시간의 흐름, 2020


카페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준의 카페 취향을 담은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출판사 시간의 흐름에서펴낸 4부작 시리즈 '카페 소사이어티' 두 번째 이야기였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 없이 이 책을 선뜻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이기준 때문이었다.

그 또한 우연이기는 하지만. <저, 죄송한데요>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글이 너무 술술 읽히고, 재미 있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이다지도 재미있다니!!! 그 때부터 이기준 작가를 내 뇌 폴더 중 [작가] 폴더에 넣어뒀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저자가 이기준임을 알게 되고 고민하지 않고 냅다 산 것이다.


이 당시(아마 지금도 그렇겠지만) 작가들의 작업실은 대부분 단골 카페였다.

오죽하면 'ㅇㅇ작가를 만나고 싶으면 XX카페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기준 작가 역시 작업실이 단골 카페였다.

그런데, 단골 카페가 한 곳이 아니라는 게 포인트다.

카페 유목민처럼 맘에 드는 카페를 찾아 다니며 그곳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책에 담았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카페 사장님이 바리스타 정신이 투철하여 인스타그램용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에게 엄중히 대한다는 것. 커피를 내린 후 바로 마시지 않으면 그 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장님이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하였고, 손님들은 신나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그때 사장님이 다가와서 커피를 회수해간다. 가장 맛있는 순간을 포기한 손님들에게서 커피를 수거해간 것이다. 허어... 이토록 장인 정신이 투철하다니! (자존심은 챙기셨겠지만, 손님은 잃을 수도 있겠다. 참고로 나는... 뜨거운 걸 바로 먹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계속 사장님에게 커피를 빼앗길 듯)


우리는 늘 카페에 간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친구들과 수다도 떤다.

그러면서도 이기준 작가처럼 카페에 대해서 온전히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단골이라 미안합니다>라는 말에 화답을 해줘야 할 것같은 입장이 되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구독과좋아요가 큰 힘이 되는 것처럼 재방문과 좋아요는 카페에 큰 힘이 된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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