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3-2. 영화 <승부>는 바둑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입니다.
1990년대 초, 사제 관계이자 바둑 통산 우승 횟수 1,2위를 다투는 한국의 대표 기사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세기의 대결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바둑 영화 <승부>.
나는 바둑에 크게 관심이 없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대작이 온다며 '승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서 한 번은 봐야지 했는데...
이래저래한 일들로 인해 잊혀졌다가 올해 3월 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개봉을 했다.
이래저래한 일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스토리를 미개봉 상태로 묵히고 싶지 않았던 듯 했다. 다행히도 영화는 흥행을 했다.
흥행요인을 살펴보자면,
단연 이병헌을 들 수 있겠다.
참 이병헌은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에 대해 호불호가 없다.
그냥 관심이 없는데... 희한하게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봤다. (그만큼 대작엔 그가 있었다는 말일수도)
근데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캐릭에 완벽 빙의되는 그를 볼 때면 신기함을 감출수가 없다.
이 영화도 처음에는 조훈현의 위용을 알려주기위한 뉴스 화면으로 시작되는데 그 뒤에 이병헌의 등장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싱크로율 100을 넘어섰다.
그게 조훈현을 따라한 이병헌이 아니라, 조훈현에 빙의된 이병헌이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럽다. (허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얼굴 생김새까지 같아보이는 착시를 느꼈다고!)
두 번째는 바둑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
드라마 <미생>과 같은 접근 법이랄까? 바둑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생사를 담았다.
바둑에 전부를 건 남자들의 서사에 집중했다.
특히,
승승장구만 하던 조훈현이 자신이 픽한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찌질함의 모든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제법 리얼하게 담았다.
즉, 위너는 늘 멋있지! 시련조차 멋있어! 그러니까 성공할 수밖에! 그에게 시련은 한 스텝 나아가기 위한 소품일뿐~ 이라는 뻔한 영웅서사의 클리세를 밟아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더 친근함과 공감대를 얻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솔직히, 모든 게 완벽하다고 기립박수 쳐주고 싶지만!
조금은 아쉬운 것이 연출진의 투머치 욕심 연출이라고나 할까?
감정에 더 집중하고 싶은데 갑자기 화려한 연출 기교가 펼쳐진다거나 해서 약간 집중력을 떨어트릴 때가 있기는 했다.
그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
이병헌을 비롯한 내놓으라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하기도 했고
과거 시대를 완벽 재현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명대사로 정리를 해볼까 한다.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네 바둑을 찾았으니 그걸로 됐어."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바둑이다."
그. 리. 고.
영화에서는 제법 많은 한자들이 등장한다.
바둑 용어도 그러하고, 후반부에 초훈현과 이창호가 대국전에 각각 한자를 적는다.
무심과 성의.
자신의 뜻한 바, 자신의 아이텐티티를 적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영화 속 깨알 사자성어!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이창호 역을 맡은 인물에게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靑出於藍 (청출어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