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3-1. 살면서 지식인인척 하기 딱 좋은 책
어릴 때 서당을 다니면서 한자와 빠르게 친숙해졌다.
고등학교에는 '한자' 수업이 있었다.
대학교 학과를 고를 때 아빠가 중국이 뜬다고 중국어과를 가라고 권유했다.
결국 국문과를 갔지만, A+을 받기 위해 한자 자격증 2급을 땄다.
그렇게 나는 한자와 나름은 친숙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나도, 시대도 한자의 쓸모를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신문에서는 한자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한글로 신문을 찍었다.
학교에서는 더이상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한자의 쓸모가 이제는 없는 건가?
아. 니. 다.
이 책을 보면, 한자는 쓸모가 있다. 아주 많이.
우리 삶에 우리가 몰랐을 뿐 많은 부분 침투하고 있었다.
원래 이책을 나는 전자책으로 먼저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으면서 북마크를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결국 종이책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왜냐?
한자의 쓸모는 지식 뽐내기에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살이있는 한자 교과서>, <기적의 한자 학습> 등 한자 관련 베스트셀러를 집필하고 대학에서 수십 년간 학생들 가르친 박수밀 교수의 한자 교양 사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어쩐지... 읽으면서 뇌에 쏙쏙 들어오더라니... 나중에 <기적의 한자 학습>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막연히 한자의 뜻과 음을 풀이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 말을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하기 위해 우리 일상, 문화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한자를 찾아내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근데, 나는 내 이름도 한자로 못 쓰는데요? 한자 너무 어려워요! 할머니때문에 그나마 조금 알지 다른 친구들이 한자 모르는 이들도 많아요."
"그래~ 한자가 복잡한 그림과도 같아 보여서 거부감이 먼저 들 수도 있어. 근데 이렇게 접근해보면 한자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거야."
"어떻게요?"
"봉기를 들다!라는 말 들어봤어?"
"아이구! 야가 알겠어~ 민중들이 봉기를 들었다~ 싸우자!! 이럴 때 많이 쓰는 거 아니야."
"맞죠!"
"할머니! 나도 알아요!"
"오!!! 역시 다솔이는 똑똑해! 근데 봉기가 어디에서 나온 말이게?"
"봉기? 데모할 때?"
"아... 그래서 봉기라는 뜻을 알았구나~ 놀랍게도, 봉기는 벌하고 관련이 있어."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봉기'라는 단어가 '벌'과 관련이 있는 줄 몰랐다.
봉기에서의 蜂은 '벌 봉'이다. (오! 나는 받들 봉인 줄 알았는데... 벌 봉이었다니.)
벌 봉에 일어날 기.
즉, 벌떼처럼 일어난다는 뜻이다. 저자의 풀이에 따르면 산에서 오르다 자칫 벌집을 잘못 건드리는 수가 있는데 그 때 수많은 벌떼가 마구 튀어나오는 형국을 표현한 말이었다.
허어... 이제 이렇게 알게된 단어의 어원은 절대 잊지 못하지.
"와! 신기하다."
"그치?"
"또 있어요? 또?"
"그러엄~! 이 책에는 대부분 이런 재미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고."
한자는 일단 모양새가 어렵고 딱딱해 보이기 때문에 무조건 외워! 무조건 공부해!라고 하면 접근하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책을 한 번 쓰윽 읽게 되면 자연히 뇌리에 한자가 박히게 되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자 2급 시험 공부를 하면서 같은 뜻을 지닌 다양한 한자가 있음에 외우기가 험난했었다.
그러면서 대체 왜 이렇게 같은 뜻을 지닌 한자가 많은지, 통일해서 쓰면 안되는 건지 투덜투덜 거리며 외웠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부분이 또 이해가 된다.
같은 뜻을 지니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쓰임에 따라, 뜻의 농도에 따라 사용되기 때문에 다 그 자리에서의 쓰임이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자의 쓸모를 언급하면서 언어의 역사와 잘못 알고 있는 일본말 등 언어를 폭 넓게 다루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한자에 담긴 삶의 지혜, 역사적 서사를 풀어내는 게 파트가 있다.
이 부분을 적극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갠소해서 꾸준히 읽고 또 읽을 참이다.
그렇게 읽다보면 저자의 지식이 나의 뇌에 꽂혀서 박히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