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3. 한자, 한자 아련한 추억이여...
"아니! 할미가 말했잖아. 어째 일을 시키면 그렇게 함흥차사인거야~"
"할머니! 내가 모르는 말 쓰지 말랬지!"
"아니, 이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마법 천자문 읽었잖아."
"그냥 그건 남들 다 읽으니까 읽는 거지!! 밖에서 나 챙피 줄 거야?"
꽃할매와 다솔이가 옥신각신하며 들어온다.
"아이구 알았어~! 뭐 먹을 겨?"
"나 아이스 초코!"
"주인장, 다방 커피 한 잔 차가운 거랑,, 아이스 초코!"
"네~!"
"나왔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아니, 이짝에 앉아봐."
"네네. 왜요?"
"아니~ 얘들이 읽을만한 책은 안 들여놔?"
"아... 제가 들여놓은 책들 대부분은 아이들도 읽을 수는 있는데.. 앞으로는 동화 같은 책들도 고민해볼게요."
"동화 같은 거 말고~ 공부될만 한 거. 요즘 어린 아이들이 할미랑 너무 대화가 안 돼. 다솔이 뿐만 아니여~ 요즘 문해력 문해력 난리더만. 이게 다 기본을 안 배워서 그래~"
'뭐... 그렇기는 하죠.'
꽃할매는 뭔가 쌓인 게 많은지 타깃을 다솔이에게서 나로 돌렸다.
"아니 뉴스에도 났더만~ 하루 이틀 사흘 나흘도 모른다고. 그 뿐이여? 심심하 사과의 말을 전한다니까 사과를 왜 심심하게 하냐고 난리라며~ 이게 다 한자를 몰라서 그래~!"
"음..."
사실 나도 한자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
내 밑으로 신참이 들어왔었다 . 밝은 아이였다.
단점이 있다면 문해력이 바닥이었다는 것.
"야! 그렇게 하는 건 조삼모사랑 다를 바가 뭐냐?" 라고 했는데 '조삼모사'를 알지 못했다.
응???
처음에는 못들었겠거니, 설마 모르겠나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너무 일에 치여 힘들어하기에 "힘내!"라고 했고, 해맑게 웃으며 그녀는 말했다.
"치얼스!"
응???
이 후로도 계속된 대화에서 문맥의 오류를 발견했다.
한 명이 다수를 대표할 순 없지만,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아이들이 특히나 한자에 굉장히 취약했다.
물어보니, 고등학교 한자를 배우지 않는다고 하더라.
아! 한자도 수능에 무관해서 글런가 안 배우는구나.
나는 어린 시절 집 앞에 서당이 있었다.
뭐 시골 청학동 같은 곳에서 있을법한 서당은 아니고 상가 건물 2층 끝에 자리한 서당으로, 선생님만 전통 한복을 입고 옛스타일로 가르치시긴 했다.
물론 가르치는 방식이며 교재 역시 조선시대 같긴 했다.
배우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이 조선시대 양반과 다를 뿐;;;
어쨌든, 그 때부터 나는 한자와 제법 친숙했다.
그러다가 국문과를 가게 되었고, 서당 선생님과 다를 바 없는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너무 고지식해서 학점을 포기하려던 찰라에 한자 자격증 2급을 따면 A+ 프리패스권을 부여하겠노라 선언하셨다.
그 때! 나는 부득부득 한자 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 그리고 A+를 땄다.
하. 지. 만.
수십년도 더 된 이야기. 지금은 그 당시 공부했던 대부분의 한자가 가물가물하다.
그리하여, 꽃할매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대답 대신, 이번 주 책을 슬며시 꽃할매에게 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