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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우닝 May 04. 2024

01.영화 브로크백마운틴

 Brokeback Mountain

전 과거  KBS에서 외화번역작가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외화가 뭔가 하시겠죠? 옛날에는 외화라는 말을 썼었습니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외화라고 하고  그런 영상물을 번역하는 사람을 외화번역가 혹은 번역작가라고 불렀었습니다. 지금은 워낙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위상이 높아서 그렇지 않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방송국에서 많이 틀었답니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더빙이 많아서 번역을 하면 주로 더빙을 위한 대본을 준비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몇 년 정도  번역을 하고 보니 그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번역해놓은 것을 보면 관심이 많이 갔어요. 원문의 영어는 어떤 문장인데 저렇게 번역을 한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리스닝이 잘 될 때는 바로 알아듣지만 잘 안 들리면 영어 자막으로 바꿔서 확인해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이 브런치 공간에 제가 그렇게  영어로 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알아두면 요긴하겠다 라던가 참 멋진 문장이야 라면서 남기고 싶은 대사들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영화 브로크백마운틴Brokeback Mountain 입니다. (넥플릭스 참고)



애니 프루의 동명 원작 소설을 이안 감독이 영화로 만든 "브로백 마운틴"은 지금은 고인이 된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 미셀 윌리엄스, 앤 헤서웨이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영화 '그린북'에서 주인공 토니의 부인 돌로레스로 나온 린다 카델리니도 보이고요. 1963년 미국 와이오밍 주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 방목일을  같이 일하게 된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 제이크 질렌 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200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아래의 내용에는 영화에 대한 spoiler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영화에 대해서 말하자면 할 말이 참으로 많겠지만 이쯤에서  대사로 넘어가볼까요~

영화 초반부 브로크백마운틴에서 양 방목일을 같이 일하게 된  에니스와 잭이 나누는 대화입니다. 식사를 하면서 둘은 서로의 종교 정확히는 부모님의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잭의 어머니가 성령감림교(Pentecost)를 믿는다면서 자기도 잘은 모르지만  심판의 날이 오면 우리는 지옥으로 갈 거라고 (Fellas like you and me, we march off to hell) 하죠 그 말에  에니스가 대답합니다.   

Speak for yourself. 너나 그렇지


그러면서 에니스는 너는 죄를 지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고 이야기하죠 (You may be a sinner , but I ain't had the opportunity ) Speak for yourself는 상대방이 말한 내용에 대해 내 생각은 다르라며 이의를 제기할 때 말하는 표현인 거죠. 이 영화에서는 Fellas like you and me 가 지옥에 갈 거라는 잭의 말에 대해 에니스가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종교 이야기며 죄 이야기며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었는데 끝까지 보면 잭과 에니스의 감정 즉 동성애를 생각하고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둘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단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너는 죄인일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나는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감정은 커지지만 그 감정을 인정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  또한 커져만 갑니다.


이 대화 후  바로 뒤에 둘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 둘은 다른 시선이  없는 자연에서 그렇게 금지된 행복을 누리는 듯 했지만 8월 중순 태풍이 예보되면서 생각보다 빨리 양을 일찍 데리고 산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방목일이 끝나면서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에니스는 계획했던 대로 알마(미셀 윌리암스)와 결혼하고 딸 둘을 낳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남들처럼 살아가게 되는 줄 알았지만 잭과 다시 연락이 닿고 그가 에니스가 있는 곳으로 와서 재회하게 되면서 둘은 위험천만한 만남을 이어가게 됩니다. 잭은 로데오 일을 하다 만난 , 지방 갑부의 딸 로린(앤 헤서웨이)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둔 상태였죠.  잭의 장인은 로데오 일을 하던 잭을 대놓고 무시합니다.


에니스의 상태를 알아버린 알마는 계속 힘들어하다가 결국 둘은 이혼하게 됩니다. 이혼당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잭은 에니스의 이혼소식을 듣고는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그 먼 텍사스에서 달려오지만 에니스는  딸 둘을 자기가 봐야 하는 날이라며 에둘러 거절합니다. (I don't know what to say) 그렇게 에니스가 이혼하고 나서도 잭은  바라는 대로 자주 그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에니스는 방목일을 계속 해서 산에 올라가 있어야 하거나 딸들과 같이 있어야  했었던 것이죠.  두 남자는 일년에 한 두번 인적이 드문 산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서로를 향한 감정의 농도는  같을지 몰라도 방향이나 방식이 달랐던 둘은 같이 있을 때면 그 문제로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같이 시간을 보낸 후 다음에 만날 시기를 정하는 것을 두고 둘은  충돌합니다. 방목철이 끝나고 11월이나 되어야 만날 수 있다고 에니스가 이야기하자 잭은 왜 맨날 추운 겨울에 만나냐면서 8월에 만나면 안 되냐고, 따뜻한 멕시코 같은 데 가면 안 되냐고 화를 냅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잭에게 8월에 여행은 힘들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Come on , Jack. Lighten up on me 나 좀 봐줘라.  


부자 장인과 사업가 아내를 두어서 여유로운 잭과 달리 이혼한 아내에게 두 딸의 양육비까지 보내야 하는 에니스는 방목일이 유일하고도 중요한 생계수단이었습니다. 내 상황을 헤아려달라며 Lighten up on me 라고 이야기합니다. 날씨 좋은 여름은 자기가 일해야 하는 방목철이고 양들이 우리 안에 갖히는 추운 겨울이 여유가 생기는 시기이니까요. 일만 하며 철처히 자신을 외롭게 고립시키면서  살아갔던 에니스- 자기에게 다가오는 캐시도 결국 그 차가움에 질려서 포기하게 만들고, 같이 살고 싶다는 첫째 딸도 밀어내고 - 와 달리, 잭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못한 채 방황하다가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영화에서는 그의 죽음을 두고 로린의 이야기와 에네시의 시점을 교차시키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단서들을 남깁니다. 이렇게 잭이 죽은 후 에니스는 잭의 본가로 찾아가서 잭의 부모님을 만나고 인사를 드립니다.


I feel awful bad about  Jack.  잭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I can't begin to tell you how bad I feel. 뭐라고 위로드릴 말씀이 없네요


자식의 죽음 앞에서 황망해있을 부모님에게 에니스는 유감이라며, 자신의 마음도 너무 괴로움을 강조하며  I can't begin to tell 이라고 거듭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런 후 둘이 오랜 친구사이였다고 - I knew him a log time-  잭의 유골을 브로크백산에 자기가 뿌려도 될지 아버지에게 물어보죠.


잭의 아버지는 에니스의 이름을 언급하며 잭이 들려줬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버지는 둘 사이를 짐작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눈빛이 매서워보여요. 이 날 에니스는  집 2층에 남겨져있던 잭의 방에서 잭이 남겨두었던 자신과 잭의 셔츠 -방목일을 할 때 둘이 입었던 - 를  찾고는  어머니에게 동의를 구하여 가져옵니다.  아버지는 잭의 유골은 가족 묘지 (family plot)에 묻겠다며 에니스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 후  에니스는 외딴 길에 있는 자신의  컨테이너 집에서 첫째 딸을 만납니다. 딸은 6월에  결혼한다며 자신의 결혼식에 꼭 와달라고 아빠에게 부탁을 하죠. 에니스는 그 때가 원래는 방목일이 잡혀 있는 시기지만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하고 딸을 보내줍니다. 딸이 간 후 딸이 깜빡하고 두고 간 외투를 정성스럽게 접어서 딸의 채취까지 맡아본 후 옷장에 넣어둡니다. 그 옷장에는 바로 에니스가 잭의 집에서 가져온 잭의 유품인  잭과 에니스의  셔츠가 걸려있고 그 뒤로는 산 사진(아마도 브로크백마운틴이겠죠)이 걸려있습니다. 에니스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옷과 사진을 바라보며  Jack , I swear 라며 읆조리고....뭘 맹세한다는 걸까요.... 그렇게 영화는 끝납니다.


가끔 다시 볼 때마다 감탄하며 보는 영화입니다. 연출이며 연기며 ..주인공인 잭과 에니스뿐 아니라 에니스의 부인, 딸 알마주니어  등  모든 인물이 각자 상황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니스(히스 레저)는 너무도 외로워보입니다. 평생 자신을 감추고 억압하고 부인하며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서관에 상호 대차 신청을 했더니 책이 들어왔다고 톡이 왔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애니 프루의 '브로크백마운틴'을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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