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부터 바다까지, 쓰레기를 따라간 기록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2009년 MIT 센서블 시티 연구소(Senseable City Laboratory)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쓰레기 처리 업체, 이동통신 칩 개발 업체와의 협업으로 쓰레기의 위치 추적 칩을 만들고, 쓰레기 이동 경로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3,000여 개의 쓰레기에 칩을 붙여 추적하였고,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시애틀에서 버려진 프린트 토너가 5,000km 이상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해 플로리다에서 발견되는 등 재활용을 위해 버려지고 수거-운반되는 쓰레기의 이동 거리가 상당했는데요,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킨다는 문제가 포착된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오늘날 재활용 시스템이 과연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져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쓰레기,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쓰레기 탐사대’ 출동!
MIT 연구소와 비슷한 고민을 녹색연합도 했습니다. 소비하는 단계의 정보는 범람하는데 소비 이후 과정, 폐기에 대한 정보는 미미합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잘 알지만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요. 매년 여름이면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 쓰레기 더미와 플라스틱 생수병, 음료수병들이 거리에 쌓여 있는 풍경도 신경에 거슬립니다. 편의점이나 약국, 시장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비닐봉지, 커피 전문점 매장 안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던 각종 일회용 용기들을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언론 기사도 쓰레기에 대한 비일상적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2017 쓰레기 탐사대원’들은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재활용되는지 직접 파악하기 위해 처리 시설을 방문해 조사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① 종량제 봉투에는 가연성 쓰레기만 담아야.
서울에는 강남, 노원, 마포, 양천 총 4곳에 소각시설, 이른바 자원회수시설이 있습니다. 우리가 버린 종량제 봉투들은 수거-운반되어 각 권역에 해당하는 소각장으로 가는데, 한 해 약 75만 톤 정도의 ‘가연성 폐기물’이 소각됩니다. 자원회수시설이 없는 지역은 쓰레기를 중간 집하장으로 운반한 후 자체적으로 압축을 하여 바로 매립지로 운반하거나, 중간 집하장 없이 압축 차량으로 압축해 매립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소각시설에 반입된 쓰레기는 우선 저장조로 한꺼번에 모입니다. 뭉친 쓰레기들이 잘 연소할 수 있도록 크레인으로 섞어내는 작업 후 소각로에 떨어뜨립니다. 850℃ 이상의 고온으로 폐기물을 소각하면 바닥에 가라앉는 바닥재와 공기 중으로 흩날리는 비산재가 발생하는데, 이 재들을 포집하여 지정된 매립지로 운반해 매립합니다.
문제는 여기로 와서는 안 되는 쓰레기들이 온다는 것입니다. 재활용품으로 분류된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포함해 캔, 유리, 고온에서 구워낸 도자기류 등 끝까지 타지 않는 쓰레기까지 들어옵니다. 재가 되지 않은 잔재 쓰레기는 결국 매립지로 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도 유입됩니다. 염분과 수분이 높은 음식물이 섞일 경우 발열량이 높아져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리는 입장에서 현실적인 고민은 남습니다. 지금 버리려는 쓰레기가 가연성 폐기물에 속하는지 아닌지 버릴 때마다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는 이물질이 묻는 등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라고 안내하는데, 그 범위를 판단하기가 모호합니다.
② 매립량 줄이고, 재활용률 늘리는데 한몫한 비닐이 사실 골칫덩이.
흔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활용률 2위라고 자랑하듯 말합니다. OECD는 각 나라의 환경 정책 수립과 이행,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내용과 권고사항을 담아 10년 주기로 환경성과평가(EPR)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의 재활용률은 약 60%에 달해 독일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폐기물 재활용률을 정의할 때 발생한 폐기물 총량에 대한 재활용 비율을 따지는 게 아니라 재활용 업체로 반입되는 양을 근거로 삼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활용률이라 볼 수 없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탐사대는 재활용 선별장, 즉 재활용 업체로 이동해 처리되기 이전에 수거된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하는 중간 처리 시설을 찾았고, 현장 인터뷰를 통해 재활용률 통계의 허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대원들이 주목한 커다란 문제는 올해 초 쓰레기 대란의 원인, 비닐이었습니다. 과거 비닐(필름류; 비닐봉지, 과자봉지, 커피믹스 봉지, 우산비닐 등을 모두 일컬음)은 재활용 품목이 아니어서 매립되었으나, 2004년부터 재활용품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선별장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재활용 쓰레기 중 비닐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고, 재활용률도 상당히 늘었습니다. 알루미늄 캔이나 병, 종이 등은 재활용 선별장으로 잘 반입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길거리에서 가치가 있는 쓰레기들을 자발적으로 수거해 고물상으로 운반하는 사람들이 존재해 왔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시장은 유가의 영향을 받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재활용 업체에서 선별된 쓰레기를 구입해 가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수요처를 찾기 힘들어졌고, 그런 쓰레기더미들이 시설 한 켠에 쌓여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대책으로 이런 비닐류를 가공해 연료로 사용하는 SRF 시설을 늘리겠다는 발표도 내놓았지만,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지요. 비닐 포장재의 증가로 비닐 쓰레기도 계속 늘고, 비닐 재활용 분리배출도 꾸준히 권장되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비닐류를 재활용할 수요 업체가 줄어들면서 폐비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이 40~50% 가까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물질이 묻거나, 냄비 뚜껑, 화장품 용기, 일회용 면도기처럼 복합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태워지거나 매립됩니다.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Fiber Reinforced Plastic 또는 GFRP; Glass FRP)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꽤 낯선 재질인 FRP는 이미 텐트 폴대나 헬멧, 안경테 등 광범위한 제품에 이용되는 복합 소재입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플라스틱처럼 보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는 정보를 찾을 수 없어 구청 청소행정과에 문의해 알아낸 사실입니다.
③ 7년 뒤 포화될 매립지, 우리가 버릴 쓰레기는 어쩌나.
인천 앞바다를 메워 만든 부지에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크기인 ‘수도권 매립지’가 있습니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5.5배, 축구장 2,500개 크기에 달합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 63개 시∙군∙구로부터 하루 평균 15,160t의 폐기물이 반입되고, 그중 17%가 생활폐기물, 34%가 건설폐기물, 49%가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2018년 기준)입니다. 이를 운반하는 차량만 하루에 약 900대 정도가 매립지를 드나든다고 하니 양이 어마어마하지요.
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은 우리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상적으로 버리는 쓰레기 중 태울 수도, 재활용할 수도 없는 쓰레기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일차적으로 ‘적환장’에 모입니다. 적환장은 수거한 쓰레기를 임시로 모아서 분류작업을 하는 곳으로, 판별을 마친 후 각 성상에 맞게 ‘재활용 시설’이나 ‘소각 시설’, ‘매립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수도권 매립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1, 2 매립지는 매립이 종료되었고, 현재 매립 중인 3매립지의 일부는 7년 후면 포화가 될 예정입니다. 7년 후에 대안을 고민하면 너무 늦습니다.
④ 바다로 간 쓰레기.
지금으로부터 오래전, 쓰레기는 주로 유기물의 형태였습니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었지요. 오늘날 쓰레기는 석유화학제품으로 플라스틱, 비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양 생물들은 먹이인 줄 알고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켰다가 소화하지 못해 죽음에 이릅니다. 위생 문제를 넘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지요.
해안으로 밀려온 ‘표착 쓰레기’, 바닷속을 표류하는 ‘표류 쓰레기’, 해저에 내려앉아 퇴적한 ‘해저 쓰레기’, 이 모두를 통틀어 해양 쓰레기라고 합니다. 해양 쓰레기는 바람과 해류를 따라 발생한 지점에서 멀리 운반되어 오염이 퍼집니다. 해양 쓰레기가,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 바다 곳곳으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8백만 톤, 2010년에서 2025년 사이의 해양 쓰레기 총량은 1억 5,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3년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연간 유입량(발생량)과 현존량을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유입량(발생량)은 총 178,807t이며 육상 기인이 67%, 해상 기인이 33%가 된다고 합니다. 홍수기 하천으로 유입되는 초목을 제외하고 인공물 쓰레기로 좁힐 경우, 기인지 수치는 육상 기인이 36%, 해상 기인이 64%로 뒤바뀝니다. 폐어구, 양식장 스티로폼, 어선의 생활쓰레기 등의 비중이 높습니다.
쓰레기 모니터링 지역으로 정한 장봉도 북쪽 해안가 800m가량을 왕복하며 해안 쓰레기를 확인, 수거하였고 특징을 기록하였습니다. 신발, 캔 고리, 담배꽁초, 낚싯줄, 스티로폼 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였습니다.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총 53개로 국내 페트병, 오일/윤활유 병이 34개, 외국에서 흘러들어온 것이 19개였습니다. 라벨과 바닥 부분의 생산지 표시, 표기 언어 등을 통해 국내외 생산지를 확인하였고, 외국 기인 쓰레기는 대부분 중국의 생수병·음료수병으로 추정했습니다.
2016년이 되어서야 쓰레기 해양 투기가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군산, 포항과 부산 인근의 바다 세 곳에는 육상 폐기물 일부를 투기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은 육지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특히 페트병이나 식품 용기 등의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분해돼 미세한 입자로 변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신한 쓰레기는 해양 환경이나 생물∙생태계에 유입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탐사대가 내린 결론: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 손을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쓰레기는 도시를 여기저기 떠돌다가 바다로 가기도 합니다. 태워도 재로 남아 끝까지 타지 않고, 매립하면 완전히 분해되는 데 몇백 년이 걸릴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바다에서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고 우리 식탁으로 올라옵니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열심히 실천했던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만점짜리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에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활용보다 원천 감량이 중요합니다. ‘쓰레기 제로(Zero-waste)라는 말은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 일종의 원칙’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제도를 통해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지금과는 다른 제도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더 세분화되고 현실적인 분리배출 체계로 개편되어야 하고, 물건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으로 제공되도록 새로운 대책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향해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한 시민들이 환경부나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찾아보지만, 명확하고 유기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직접 쓰레기 탐사대로 활동하며 처리 시설을 가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설을 가보지 않고도 이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마련되어 더 많은 시민이 경각심을 갖고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에 공감하고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탐사대는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소각로, 재활용 선별 시설에 어마어마하게 쌓인 쓰레기를 보고 ‘쓰레기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긍정적인 결과였습니다.
또, 쓰레기를 둘러싼 주민 갈등, 노동 환경, 미흡한 제도 등 관점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점에서 의미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왜 쓰레기 수거-운반 차량은 위험하게 밤에만 움직이는 걸까?’, ‘왜 쓰레기 처리 시설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안전모도 없이 일하는 걸까?’, ‘왜 시민들이 좀 더 책임감 있게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걸까?’ 등 물음표들을 남긴 채 탐사 기록을 마쳤습니다.
쓰레기 제로 삶으로의 전환을 상상하며.
소비 지상주의에서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다시 바라봐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일상에서 내리는 나의 모든 결정은 세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칩니다. 쓰레기도 마찬가지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은 어떤 모양일까 상상하게 되고, 소비와 폐기의 사이클 안에서 어떤 선택이 현명한 걸까 머리를 맞댔지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을 통해 물리적인 쓰레기양을 줄이는 것을 비롯, 낭비 없이 생산하는 제품 구매하기,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의 제품이 아닌 단일 소재로 만든 제품 구매하기처럼 소비 단계에서 쓰레기 제로를 고려하는 방법도 떠올렸습니다.
소비 시대는 인간을 ‘버리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쉽게 사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시스템에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버리지 않는 삶의 방식을 새로 디자인하지 않는다면, 사라지지 않고 쌓여만 가는 쓰레기 문제는 영영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요.
*이 글은 녹색희망 265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