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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Oct 04. 2020

무너지고 싶은. 20200308




이런 시기가 가끔 찾아온다 영화 겟아웃의 한 장면처럼

소파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어둠 속으로 몸이 슉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무력감에 잡아먹히고 있다.


거울 속의 나와 눈 마주치기가 싫어졌다. 내 모습이 꼴 보기 싫어졌다. 가끔 가끔 이런 시기가 찾아오더라

모두에게서 숨기고 싶으면서 모두에게 소리치고 싶은 이상한 마음이다. 이런 때 나는 보통 혼자 있고 싶으면서 혼자 있기가 싫더라.


몇달간 아무것도 안 했다.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일년간 매일 했던 버티기라 괴롭지 않다. 사람을 만날 때 나는 모두가 다 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경이지만 혼자 있을때 나는 멍청하고 어둡고 내성적이다. 생각보다 그것이 편해서 멋있고 당당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멍청하고 어둡고 내성적인 김이경으로 처음부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에도 나는 할일을 꾸역꾸역 잘 해낸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그 시기에 나는 아무 것도 못 했다.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낱낱히 기록하는 글을 쓰고 싶다.




살면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을 끄적이는 글을 쓰고 싶다. 아픔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결함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눈이 마른다.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나는 배운다. 피로가 쌓였다.

인스타는 웃는 사진만 올리는 공간 이곳은 그런 내가 바닥났을 때 찾아와 혼잣말을 지껄이는 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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