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앉아도 될까요?
요 며칠 잔비가 오더니 봄이 왔네요. 봄맞이 청소를 했었나 봐요.
내일은 더 따듯하답니다. 그 다음날은 또 더 따듯해 진대요.
어제는 나쁜 꿈을 또 꾸었습니다. 새벽에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깼지 뭐에요.
정말 무서웠어요, 어떤 꿈이었냐면, 마트에 갔는데 대게가 있는 거에요. 엄청나게 큰 대게였어요.
그 대게가 저를 따라왔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 데 저만 노렸어요. 막 공격하려 들지 뭐에요. 긴 집게발도 있고, 다리도 엄청나게 길어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무서웠어요. 게다가 내내 절 빤히 쳐다보는데, 표정이랄 것도 없는데 그 새까만 두 눈이 얼마나 소름 끼치던지…
저를 공격하려고 막 따라다녀서, 마트 이곳저곳으로 도망쳤어요. 제가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걸자 마트에서 그 대게를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막아 줬어요. 여기저기 틈으로 빠져나오려고 하도 노력하는 탓에, 다리가 하나 둘 씩 떨어져 나가지 뭐에요. 대게 먹을 때 다리부터 뜯잖아요.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좋아하긴 하지만 하도 비싸서 많이 먹어보지도 못했는데요… 복수할 사람도 많을 텐데, 왜 나에게 그랬던 건지. 아무튼 그래서 저는 장도 제대로 못 보고 대게 눈치를 보면서 돌아다녔죠. 그런데 필사적으로 판을 넘고 물건들을 헤치면서 저를 계속해서 따라다녔어요. 걸음이 빠르지는 않아 뛰어다닐 필요는 없어 다행이었죠. 다리가 계속 떨어져 나가 결국에는 한쪽에 다리 두 개만 남았어요. 한쪽은 관절 아래로는 또 없었구요. 그 둥그런 몸통만 남았는데도 계속 꿈틀대더라구요… 결국 그냥 가게를 나왔죠. 그냥 그런 꿈이었어요. 깜짝 놀라지도 않았고, 딱히 해를 입은 것도 없지만..
번뜩 잠에서 깨보니 몸이 너무 차가워 덜덜 떨리더라구요. 캔들을 켜놓은 채로 잠들었어서 양초 냄새가 좀 났어요.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건가? 캔들워머 하고 남은 양초 향 날아간 거, 아까워서 다 태우거든요. 바로 방 불을 환히 켰는데 눈이 하나도 안 부시더라구요. 창문 바짝 열어 환기도 시키고, 괜히 일어나 가족들 잘 자고 있는지 한번씩 확인하고, 멍멍이한테 인사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샤워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려는데, 잠들기가 싫더라구요. 하도 기분이 불쾌해서… 그냥 좋게 생각하려 했어요.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과자 까먹으며 넷플릭스 보는 걸 좋아하는데, 하룻밤에 잠들기 전의 힐링타임을 두 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고는 그냥 다시 잤어요. 열두 시 수업인데 30분 전에 깨서, 그냥 뒹굴거리며 시간 보내다 침대에서 바로 수업 들어갔죠. 비대면 시대가 좋은 점 단 하나에요. 자고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 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휴.
그래도 수업이 끝나니 날씨가 참 좋더군요. 낮잠을 즐기고 싶기도 했지만, 그냥 일어나서 나오기로 했어요. 햇빛도 좀 쬐고 싶고, 맛있는 커피 한 잔도 마시고 싶어서요. 커피를 마시고 좀 걷고 나니 배가 고파오네요. 이렇게도 끔찍한 삶인데, 아직도 살아가려 한다니. 저는 참 비위도 좋아요.
버티는 것도 점점 지치네요. 사는게 그냥 사니까 사는 거죠 뭐. 그냥 말 걸어 보았어요, 이런 얘기를 누구한테 하겠어요.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요.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