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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ug 09. 2021

할매, 집에 가요

나이가 든다면





아이고 허리야. 먹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배가 부르니 허리를 못 피겠네.


해가 비추는 자리에 구름이 살포시 지나가니 뜨거운 열기가 가려지고 바람이 자리를 메꾸네.


가벼이 얼굴을 간지럽히니 그 재롱에 눈이 절로 살 내려앉는다.


나이를 먹으니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이 더이상 선명하지많은 않구나.


기억이 나지 않아도 알 수는 있네 해를 가리는 구름처럼 모르는 새 삶에 맺힌 땀방울들을 달래 주었던 웃음거리들이.


살아오던 시간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걸


참 많이도 웃고 떠들고 나누었네 그러나 마음속 돌덩이는 언제부터 이리 내 속을 눌렀은가.


드디어 이리 나이를 먹었네 길고 길었던 청춘이 단숨에 끝났구나.


살아가는 길이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대여섯 걸음 집으로 내딛는 길이 힘에 부치는구나.


젊음이 맹글었던 얼굴은 주름 하나 없어도 그 속은 까맣게 곪았었지,


힘겹게 살았다. 모든 책임이 끝나니 이제 내 앞에 더 놓인 것은 시간을 지나는 것뿐이구나.


끝만을 향해 가는 기간은 이미 끝이라고 보아도 할 말이 없겠지


지나온 시간의 끝에서 나는 곱씹기만을 하면서,


이제 집에 가야지 또다시 잠을 청하고 밥을 먹고 누워 다가오는 것을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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