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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11. 2022

벽돌장이


멍하다


잠을 못 잔 지가 오래되었다

먹은  없다. 눈이 아프고 눈곱이 많이 낀다

손목과 손가락이 참을 수 없게 시리고 어깨랑 등은 해마처럼 구부정해졌다.

 쉬고 영원을 달린  같았던 어제는 고작 화요일이었다


막노동꾼이   같다. 사다리를 타고 자꾸자꾸 올라 끝없이 벽돌을 쌓는다. 벽돌은 하나하나 너무 무겁고 시멘트 독에 살이 썩어간다.

눈 앞에는 회붉은색 벽돌탑만이 보이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직도 바닥과 가깝다

모든 것이 트리거가 된다

작은 실망, 서러움의 씨앗,

생각보다 적게 남은 통장 잔고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 것과

생각보다 얼음이 빨리 녹아 맛이 없어진 간만의 녹차라떼,

걷다가 잘못 디뎌 살짝 휘청인 ,

등등이 잭과 콩나무의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삶의 의미와 존재의 무의미에 대한 생각, 철학

뫼비우스의  모양 가지를 뻗었다.

돌처럼 단단한 듯 하지만 막상 손을 뻗어 휘휘 저으면 구름처럼 사라지는 허깨비임을 이제는 씨앗을 땅에 묻을 때부터 안다


벽돌을 곱게 쌓아 빵과 바꾸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쌓은 벽돌탑을 보며 의기양양해하기 위해 계속 벽돌을 나른다

 쌓은 벽돌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한 조각이 달래주는 잠깐의 허기와는 지속되는 포만감이 다르다 완성된 것이 쌓다  탑이라도 잘못 발린 시멘트가 여기저기 삐져나와 굳은 불량 탑일지라도 결과물에 따라 빵의 크기는 달라져도 얻은  마음의 값은 같다

손이 부르트고 눈알이 아리지만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는 것이 즐겁다 어쩌면 나는 벽돌  조각일지도 모른다

벽돌이 남긴 생채기와 시멘트 아린 냄새는 이제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나는 콧 속으로 진하게 스며드는 그 독한 가스를 있는 힘껏 들이마신다

울지  한조각 벽돌을 쌓을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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