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프 응우옌,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 서삼독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느낌 때문이다. 평화, 안정, 안전, 충만, 행복, 성취 따위를 느끼기 위해 살아간다. '1억 모으기'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적금을 들어 갖고 싶었던 명품백을 사고, 프로젝트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목표를 세우고, 승진을 목표로 직장 생활을 하는 이유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 찾아오는 느낌을 위해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느낌'을 위해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목표를 달성하는 이유, 돈을 모으는 이유도 그 이후에 찾아오는 느낌을 위해서인 듯하다. 정말일까? 느낌은 정말로 물질을 얻으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일까? 그래서 사는 걸까?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의 작가 조세프 응우옌은 느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의미 또는 사고의 필터를 통해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실제가 아닌 실제에 대한 관념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 우리에게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은 삶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해석입니다. (…)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외부의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건에 관한 우리 자신의 사고 행위를 통해 생겨납니다.
느낌은 사건 자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사고 행위를 통해 생겨난다. 1억을 모았기 때문에 행복한 것도, 승진을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달성한 순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순간에 몰입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뭔 소리냐고? ㅎㅎㅎ 조금 더 질문을 던져볼까?
자! 느낌은 사건이 아닌 사고 행위에서 온다고 했으니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느낌을 가지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느낌을 갖는 것일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작가는 놀랍게도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괴로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삶에서 가장 큰 기쁨과 사랑을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려 볼까?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니?
큰 기쁨과 사랑을 경험했던 그 당시 우리는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그냥 기쁘고, 행복했다. 이러저러해서, 아이가 어떻게 생겨서, 건강해서 따위의 이유를 생각한 후 충만한 기쁨을 느끼지 않았다. 어떠한 생각도 없이 그냥 좋았다.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도 잘 생각해 보면 기쁨이라는 감정이 지나간 후 무언가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그래.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맞아. 정말 그랬다.
결론적으로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인간은 인간 본연의 상태인 기쁨, 안정, 충만, 평화의 상태로 갈 수 있다.
인간은 뭔가를 합리화하고, 분석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지적 존재로 진화했습니다. 그 능력이 생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mind)은 몸을 생존시키는 데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마음이 관심을 쏟는 대상은 삶의 보람이나 기쁨이 아니라 육신의 안전과 생존일 뿐입니다. 마음의 역할은 우리 주위에서 삶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이에 대해 경고하는 겁니다.
‘마음의 역할은 우리 주위에서 삶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이에 대해 경고하는’ 거다. 따라서 인류는 생각하는 행위를 통해 걱정, 불안과 같은 감정을 만들어내고 삶의 위협 요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구석기시대 인류만큼 코 앞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는 거다.
마음이 문제가 아니다. 마음은 항상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생각하기’를 멈추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인간 본연의 상태인 사랑, 기쁨, 평화, 안정, 충만함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떠오르는 생각을 어떻게 하지 말라는 거지?
생각은 의식하지 않아도 떠오른다. 욕구에 대한 생각부터, 샤워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명상을 하다 떠오른 어제 주문한 신발 따위의 것들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자유롭게 내 머릿속을 떠다니게 하면 된다. 문제는 떠오른 생각들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이다. 이 행위가 우리를 괴로움으로 몰고 간다.
욕구를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다 난 망할 거야 따위로 뻗어나가는 생각들이 바로 생각하기다. 좋은 아이디어일까? 말했다 망신만 당하는 거 아냐? 어제 산 신발이 안 맞으면 어쩌지?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비싼 걸 산 건 아닐까? 즉 판단하는 생각하기가 바로 괴로움을 불러온다.
생각하기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내 삶에 적용해보려고 하는 건 3가지다.
첫 번째는 고통이 밀려오면 그 원인은 생각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모든 것은 느낌일 뿐이며, 그 느낌은 모두 내 내면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하는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떠오른 생각은 흘려보내고, 그 생각을 잡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두 번째는 몰입이다. 가장 생산성이 좋았던 상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에 매달렸던 상황, 스트레스가 풀리고 무한한 긍정적인 감정이 솟구쳤던 그런 상태가 바로 몰입이다.
세 번째는 겸손이다.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린다. 모든 것을 다 내가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 겸손하면 분석하고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오는 대로, 가는 대로 직관에 따라 살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여러 고민을 해보고,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내 깜냥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책의 이러한 인사이트가 내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하고 있는 말이 전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내 고통이 사라질 테니 말이다. 짜증이 몰려오고 스트레스가 날 지배하려고 할 때 생각하기가 고통의 근원임을 알아차리는 순간 고통이 완화되는 경험을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막상 하루의 대부분을 행복하고 평화로운 느낌 속에서 보내게 된 사람들이 그것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들은 자신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거나, ‘경쟁력’을 잃었다거나, 게을러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과는 매우 거리가 먼 착각입니다. 단지 당신의 두뇌가 ‘안전’에 대한 환상을 창조해서 다시 사고를 시작하게 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생각하기를 멈추는 연습. 이 연습이 날 평화와 안정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