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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베짱이 Feb 17. 2024

이 사회를 떠 받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아침 6시 아내가 일어난다. 45분간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출근한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출근 여행을 시작한다. 난 둘째를 껴안고 잠들어있다. 7시 2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 출근과 등교가 환장적으로 버무려진 한 시간을 보낸다.


8시 20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면 아이의 고모, 그러니까 내 동생이 우리를 기다린다. 아이의 볼에뽀뽀를 하고 아이 손을 동생에게 건네고 출근한다.


6시에 퇴근한다. 나로 인해 회사는 수익이 발생하고, 수익의 일부를 나에게 월급으로 준다. 그 월급으로 퇴근길에 딸기를 산다.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엄마 혹은 아빠의 퇴근을 기다린다. 방학 때는 11시간을, 학기 중엔 6시간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보낸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내려와 함께 딸기를 먹는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이 사회는 내가 저 딸기를 사는 행위로 인해 돌아간다. 500g에 만 원, 어제는 마지막 특가 세일로 7,500원 하더라. 2팩 샀다. 개꿀. 어쨌든, 이 비싼 딸기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마음 놓고 사 먹기 위해 일한다. 그 덕에 회사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다른 회사에서 월급을 받은 누군가가 그 생산품을 산다. 그렇게 이 사회는 돌아가고 사람들은 살아나간다.


자! 그렇다면, 내가 회사에 출근해서 문제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엄마 덕분이다.


70에 가까워진 우리 엄마가 우리 아이를 문제없이 보살펴주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챙겨주며, 아이의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며, 안전하게 보살펴주며, 웃어주며, 안아주며, 쓰다듬어주며, 때로는 단호하게 훈육하며 그렇게 손주를 돌보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의 어깨에 몇 명이나 올라타 있을까?


일단, 나와 아내 그리고 우리 아이들 2명까지 4명이 올라타있다. 이미 위에서 말했다시피 우리가 회사에 다니며 일하고, 돈을 벌고, 그로 인해 약간은 뻐기고 으스대며, 약간의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남편이 올라타있다. 아빠는 몇 년 전 퇴직하셨다.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운전을 하시고, 아주 가끔 집안일도 하시며 엄마를 도와주시지만, 엄마의 어깨에 올라타있다. 아빠가 없는 엄마는 너무나 상상 가능하지만, 엄마가 없는 아빠는 상상할 수 없다.


이 올라타있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내 동생 역시 조카들을 돌보고, 명절에 전을 만들고, LA갈비를 재는 등 한 몫 단단히 하지만 엄마의 어깨에 올라타있다.


엄마의 엄마가 아프다. 할머니가 엄마네 집에 머무신 지 2주가 넘었다. 할머니 돌봄의 최전선에도 엄마가 있다. 병원에 가셔도, 입원을 하셔도, 밥을 먹어도 엄마는 필요조건이다. 할머니는 엄마의 어깨에 올라타있다.


총 7명이 엄마의 어깨에 올라타있다. 엄마는 7명의 부담과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우리 집에 불화, 갈등, 힘듦, 짜증을 몰고 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엄마에게 휴가를 주면 된다. 지금 당장 한 달간의 강제 휴가가 집행된다면, 연차를 쓰며 어찌어찌 버틸 수 있겠지만, 화와 짜증으로 점철된 마지막 한 주를 보내고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엄마는 돌아올 것이다. 만약 외계인이 엄마를 데려가 1년 후 보내준다면 아마도 우리 가족은 해체


우리 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 나이 대, 그러니까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유자녀 가족의 80%는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주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떠 받치고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60대 여성이 아닐까?



어머니는 힘듦을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겨내고 계신다. 바로 글쓰기다. 내가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다.

https://blog.naver.com/ppolice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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