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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하는 천대리 Jul 30. 2023

자기앞의 생, 생의 본질에 대한 로맹가리의 생각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일생 한 번밖에 받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공쿠르상을 2번이나 받게된 작가 로맹가리. 혹은 에밀아자르. 이미 한번의 공쿠르 상 수상 이후,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에밀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낸 ‘자기앞의 생’으로 공쿠르상을 또 한번 받게 된다. 얼마나 씀에 대한 재능이 넘쳤으면 무명으로 시작한 이 책 또한 상을 또 받게 된건지, 이 스토리를 들었을 때 로맹가리의 천재적 재능에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찬찬히 책을 읽으며 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로맹가리의 기량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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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설정 자체부터가 인상깊다. 주인공 아이 모모는 아랍인, 모모를 맡아 키워주는 로자 아줌마는 유태인으로 나온다. 통상 서로를 적대시하는 아랍인과 유태인을, 서로 사랑하는(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주인공들로 그린 로맹가리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평화를 그리는 소망이 담겨있는 듯 하다.

또 개개인으로써 인간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을 적대하게 만든 것은 종교,인종을 이용하는 소수의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자 아줌마와 모모가 서로를 위해 희생한 것처럼 종교와 인종을 떼어 놓고 인간은 원래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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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프랑스의 비 주류계층이다. 매춘부, 트렌스젠더, 고향을 떠나온 아프리카인 등.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 않다. 로자 아줌마가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집에 가기 위해 7층짜리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 처럼 일상은 고단하고 힘겹기만 하다.

생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에서는 평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생을 살아가는 모습은 공평하지 않다. 로자 아줌마의 병세가 악화되어 갈 수록 생은 더 고약하게 그녀를 괴롭힐 뿐이다. 불법적으로라도 돈을 벌었던 로자 아줌마도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더 이상 일조차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마음대로 죽을 권리조차 앗아가버린 생.

그러나 책 속의 비주류 인물들은 이 고약한 생 앞에서도 기꺼이 친절을 베푼다. 로자 아줌마의 병세가 악화될 수록 자주 찾아와 그들을 돌봐주는 롤라 아줌마, 그들만의 방식인 샤머니즘적 의식으로 그녀의 회복을 기원하는 이민자들. 그리고 누구보다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던 모모까지.

녹록치 않은 생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돌봐주는 그들이 있었기에 로자 아줌마도 결국은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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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 모모에게 항상 가르침을 주던 늙은 노인, 하밀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 로맹가리는 외롭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듯 하다.


나의 생 또한 때로는 친절하기도 때로는 고약하기도 할 테지만 로맹가리가 전한 것 처럼 사랑이라는 본질은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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