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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콩 Apr 07. 2022

너와 나의 거리

   

MBTI로 사람을 소개하는 게 가장 쉽게 느껴지는 요즘

나는 ISTP로 나 외의 것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걸 좋아하는 편.

그러니 주변 사람 챙기는 건 당연 못하고 나만의 세상에 빠져서 산다.

흥미를 끌지 못하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한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마는 나.

그러면서도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대화를 하다 보면 당연하게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읽으려 하고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불쾌감에 큰 불안을 느낀다. 그러니 더욱 사람 만나는 게 힘들다.    

 

그래서 아름답기만 한 4월의 봄날이 벅차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흔히들 말하는 봄을 타는 것 같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는 벚꽃과 중간고사가 같은 말이었기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고 20대 중반엔 친구들과 자주 만나며 봄의 외로움을 잊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나서는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과 약간의 거리감이 생겼다. 나는 육아에 집중했고 친구들은 커리어나 연애에 집중했으니까 당연하다. 게다가 나는 주변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간간히 오는 친구들의 안부 인사가 없다면 연락하는 사람이라곤 남편과 엄마가 전부이게 된다.(온라인 친구들도 있지만)  어쩌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어도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자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아아의 사회불안은 성향이 딱 맞는 친구가 아니면 거부감이 심했기에 그분의 아이에게 미안한 상황이 자주 벌어져 결국은 안 만나게 되더라.      


며칠 전 대학 친구들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요즘 자신의 무기력과 우울함을 토로했다. 어? 너도 그래? 야 나두! 라며 이어진 대화에서 날이 따뜻해지고 밖은 너무 예쁜데 장사를 하는 친구와 육아를 하는 나의 발이 묶여 여기저기 다니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친구들에게 연락하자니 워낙에 먼저 연락한 적이 없어 만나자고 말하기도 무안하다는 그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게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그 순간엔 좋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엔 오히려 더 우울해진다는 얘기도. 주변에 우울감을 얘기하면 ‘네가 목표가 없어서 그래.’라는 답변을 받기도 한다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보단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결국 우리는 지금 봄을 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대화를 보던 다른 친구는 우울에 빠지면 한 없이 파고들어서 좋지 않다며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올 때 현타를 느끼더라도 환기를 시켜줘야 한단다. 오히려 자기는 그럴 때만큼은 나 너무 우울하니까 제발 만나 달라고 연락을 한다고 너희도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라길래. ‘그래 다인아, 제발 나 좀 만나줘.’라고 말했다. 흔쾌히 ‘그래, 지선아 다음 주에 볼까?’라고 돌아온 따뜻한 말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아.. 내가 너무 잊고 살았구나. 친구들에게 나 요즘 힘들어 만나자.라고 말하면 거절하지 않을 텐데 어렵게 생각하고 이상한 눈치를 봤다. 육아를 하면서 생긴 거리감이란 것도 이런 얘기하면 재미없겠지? 아줌마 같다고 생각하겠지?라는 자격지심에 휩싸여 만들어낸 벽 같은 거였나 보다. 오늘은 보고 싶은 친구에게 얼굴 좀 보자 라며 연락해봐야지.      


지금 이 우울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얼굴 보면서 웃고 떠들다 보면 지나갈 수 있다는 걸. 오늘 이 글을 남기고 내년 봄에 찾아온 우울에게 답안지를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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