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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Apr 24. 2023

내가 자격이 될까? 두려울 때.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는 방법


제목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구보다도 두려움이 많고 겁이 많은 내가 쓸 제목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잘할 거예요-라는 말을 귀로 몇 번이나 똑똑히 듣고도 그래도 의심이 풀어지지 않았던 나이기에... 




"엄마, 배가 아파. 

지난번에도 시험 시작해도 1교시에 계속 배가 아파서 중간에 화장실에 갔었어."


고3 때 모의고사 시험이 있는 날이면 아침마다 배탈이 났다. 시험 전날 일부러 밥도 적게 먹고, 시험 당일 아침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소화는 되지 않으면서 배가 부글거려 화장실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1년 내내 그랬고 시험날마다 지사제 알약을 꼬박 챙겨 먹는 수밖에 없었다.


수능 당일에도 어김없이 배는 아파왔다. 약을 먹고 시험을 쳤다. 첫 번째 과목이 수능 과목 중에서 가장 수월했던 국어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과민성 대장증후군. 지금에야 그런 이름을 알았지만 그땐 알지 못했으니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약만 먹었다. 나는 겉으로 평온하고 차분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에 가까웠고 나는 외부 변화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도 그랬고 더 커서도 그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술이 찢어지고, 팔과 얼굴에는 아토피가 올라왔다. 아토피로부터 해방된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소심함과 내향성이 디폴트 모드인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나 보다.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불안함이 많은 건 내향인인 나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마케팅의 대가인 세스 고딘마저도 오죽하면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 딱 하나로 책 한 권을 썼을까. 


책 트라이브즈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용기를 내요라고 말하는 책. 혼자서 사이드프로젝트로 몇 가지를 시작해 보면서 나는 나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트라이브즈 책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집중할 때 반복해서 듣는 음악이 있다. 고3 때도 1년 동안 매일 듣는 앨범이 있었고 3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나는 몇 개월 이상 또는 거의 일 년 넘도록 집중할 때 배경음악으로 같은 음악을 틀어놓는다. 같은 플레이리스트라서 음악의 순서도 같다. 가사는 없지만 일정한 순서로 반복되는 몇 개의 피아노곡. (반드시 같은 음악 이어야 하고 음악의 재생 순서도 random이면 안된다. 항상 같아야 한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내향성향인 나는 줌미팅을 시작하기 전이면 항상 몇 분 전, 내가 수개월 이상 반복해서 들었던 음악을 틀어놓았다. 익숙한 피아노 멜로디가 들리면 비로소 마음의 불안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더 흘렀고 줌미팅이 계속 이어져서 익숙해졌지만, 처음 혼자 시작했을 때는 불안을 가라앉히고자 스스로 부단히 노력을 하고 또 해야만 했다. (스스로 만든 일정에 쫓겨 잠도 못 자면서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를 거스르는 시간들이 있었다.)







강의 전, 한참 강의 목차를 정리하면서 문득 찾아온 물음들.


- 내가 이런 이야기를 앞에서 해도 되는 걸까? 

- 알맹이 없이 겉에서 맴도는 말만 반복한다면 어떻게 하지? 

- 나는 빈껍데기이고 싶지 않은데. 



이번 리블로그 블로그 글쓰기 특강을 준비하면서도 어김없이 입술은 터지고 배가 종종 부글거렸다. 어렸을 때와 달라진 점은 몸의 반응에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걱정이 되는구나, 나는 원래 그래. 라면서 조금 멀리서 나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불안도가 높아, 

겁이 많았지, 

스트레스가 생기면 감정을 느끼기 이전에 몸에서부터 반응이 오지.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구나.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본성은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이러한 나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혀갈 뿐이다. 



불안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나는 책을 펼쳐 읽었다. 위키북스에서 나온 챗GPT와 글쓰기 책. 유튜브의 짧은 호흡이 아쉬워 내 돈을 지불하여 강의도 두 개 더 찾아서 수강했다. 타인의 생각과 사고를 따라가며 내 생각의 지도를 다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나의 중심에 있었다. 3년 동안 읽었던 글쓰기, 블로그(SNS)와 관련된 책들을 떠올려 보았다. 하나의 분야에 그래도 좀 깊이를 쌓고 싶다면 책 20권을 먼저 읽으라는 말이 있다. 다행히 글쓰기 책으로 20권 넘게 읽은 건 분명했다. 사서 읽은 책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들까지 더하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았다. 



그래,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자. 읽고 또 읽자. 

단번에 내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엉키고 뒤얽히면서 경험과 더불어 연결되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힘이 크다.

당신이 현재 상황을 바꾸는 것을 막는 단 하나의 요소는 '믿음의 결여'다.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실패가 당신을 파멸시키지 않을 것임을 믿어야 한다.


/ 리더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단 두가지

[책 트라이브즈 (2020), 세스고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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