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비혼 여성의 구매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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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과 이어서 그 두 번째,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비혼 여성의 구매 목록입니다.
1. 법복
한 때 사모았던 화려한 옷 대신 수수하고 단정한 법복 한벌로 출근룩을 완성했습니다. 따로 글을 썼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겨울용 누빔 법복은 16만원가량 하기에 가격이 아깝지 않은 품질인지 확인 후 구매하고자 합니다. 우선 올 겨울은 봄가을용 법복 안에 따듯하게 내복을 받쳐 입고 롱패딩으로 중무장해보겠습니다. 생생한 후기 기다려주세요^^
2. 영양제
영양제도 사모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타고난 맥시멀리스트) 그 결과 먹지 않아 한참 남은, 그럼에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유통기한은 꽤 지났을 것 같은 영양제들이 냉장고에 그득했습니다. 아무리 좋다고 하는 영양제라도 당장 체감을 하지 못하면 잘 먹지 않는 성격 탓입니다. (타고난 급한 성질머리) 항상 먹는 영양제는 정해져 있습니다. 마그네슘(수산화 마그네슘은 먹지 않습니다), 비타민b군, 비타민d입니다. 이것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렸습니다. 항상 챙겨 먹는 영양제는 바닥을 얼핏 보일 때쯤 직구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게 노력합니다. 프리, 프로 바이오틱스도 살까 노려보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3. 무선 청소기
유선 청소기를 쓰다 보니 방바닥에 머리카락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제 성격과 자꾸 타협하게 되더군요. 에이 내일 청소기 돌리지 뭐. 선을 빼서 꼽고 열심히 돌리고 선을 다시 빼서 집어넣는 일련의 과정들이 제 귀차니즘에 무게를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방 한 칸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작은 무선 청소기를 샀습니다. 리뷰를 읽고 구입한 무선 청소기는 회색에 작고 깔끔해 방 분위기도 해치지 않습니다. 충전해놓고 거슬리는 게 있으면 곧바로 작동시켜 방바닥을 깔끔하게 유지합니다. 방이 청결해지는 게 눈에 보이니 즐겁습니다.
4. 운동화
구두를 신지 않고 만약을 대비해 단화 하나만 남겨놨더니 매일 운동화를 신게 됩니다. 운동용 런닝화와 데일리 운동화 두 가지를 구비해놓습니다. 런닝화는 누가 봐도 운동화처럼 생겨 발이 편합니다. 데일리 운동화는 깔끔한 디자인에 여기저기 다 잘 어울립니다. 심지어 코트와도 믹스매치가 되니 최적입니다. 두 켤레를 때에 따라 번갈아 신다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버립니다. 두 가지 모두 딱 정해놓은 모델로만 구입하는 편입니다. 기준은 1. 발이 편할 것 2. 디자인이 깔끔해 두루두루 잘 어울릴 것 3. 가격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5. 꽂힌 음식
5번에서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보통의 미니멀리스트는 밥도 건강식으로 본인이 직접 해 먹는다는 데 말이죠. 사실 저도 배달음식이나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직접 해 먹긴 하지만 건강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B형의 특징이라는데(혈액혈론을 믿지 않지만 왠지 B형의 특징은 믿게 됩니다) 하나에 꽂히면 무식하게 그것에 파고듭니다. 고등학생 때 하루 삼시세끼 먹었던 쫄면부터 대학생 때 하루 삼시세끼 먹었던 스파게티에 몇 년 전부터 하루 삼시세끼 먹었던 당면, 최근에 한 끼는 꼭 챙겨 먹는 냉면이 그렇습니다. 쓰고 보니 모두 면 종류입니다. 밥을 좋아하지 않아 뚝딱 만들어 고기와 함께 먹는 면 종류에 환장합니다. 냉면은 현재 진행형이라 삼시 세 끼는 어려워도 하루 한 끼는 꼭 먹고자 합니다. 마트에서 1인분씩 개별 포장한 면을 잔뜩 구매해 냉장고에 넣습니다. (미니멀리스트와 한 발 멀어졌습니다. 흑) 집에 돌아오자마자 물을 끓이고 끓는 동안 양념장을 만듭니다. 물이 끓으면 냉면 면을 투하, 30초 정도가 지나면 불을 끄고 찬물에 빡빡 씻습니다. 차가워 탱탱해진 면을 양념장과 잘 비벼 가능하면 고기와 함께 먹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눈물이 납니다. 역시 냉면은 진리입니다. (쓰다 보니 먹순이 티 나게 제일 기네요)
6. 보험
나 스스로를 챙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중 하나가 보험입니다. 참 갑론을박 많지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금액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한 달에 10만원 + @로 내고 있습니다. 어릴 때 가입해둔 거라 계속 유지 중입니다. 더 추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보장받고 싶은 적정선입니다.
7. 스트리밍 사이트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합니다. 보다가 내키는 대로 글을 끄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넷플릭x나 웨이x를 결제합니다. 둘 다 다회선 동시 시청이 가능해서 한 달에 몇천원꼴로 저렴하게 이용 중입니다. 요즘엔 한국 드라마에 꽂혀 웨이x를 결제했습니다. 자동결제 전날에 알람을 울리게 해 더 연장하고 싶지 않을 땐 자동결제를 해지합니다. 깜빡하고 자동 결제해 억지로 한 달 연장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8. 책
서점을 워낙 좋아합니다. 신간도서를 훑다가 맘에 드는 제목의 책은 구입해 카페 가서 읽는 게 한 때 루틴이었습니다. 그러다 미니멀리즘을 시도한 후 헌책을 정리했는데 이게 웬걸, 구입한 금액의 반값도 안 되는 헐값에 팔아야 했습니다. 이젠 도서관에 있는 건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신간도서나 소장하고 싶은 책은 한 번 망설이고 구입합니다. 신간도서는 읽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팔아버리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두고두고 읽습니다. 한 번 맘에 든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기에 손때가 묻습니다. 소중한 책이 됩니다.
9. 국내여행
유럽, 중국, 일본을 다녀온 후 분명 무언갈 많이 얻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더군요. 유럽과 동남아, 미국은 더 다닐 계획이지만 우선 국내여행부터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낙곱새 먹으러 부산에 가고 고기국수 먹으러 제주도에 가고 순대 먹으러 전주에 갑니다. 먹부림 여행으로 나날이 행복 갱신 중입니다. 못해도 두 달에 한 번은 국내여행 계획을 세웁니다. 처음엔 이것저것 소품들을 샀지만 이젠 소품 대신 뱃살을 가져옵니다.
10. 샴푸
촬영을 하는데 정수리의 머리숱이 줄었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샴푸부터 바꿔야 한다는 조언에 인터넷으로만 구입할 수 있는 샴푸를 구매했습니다.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순풍순풍 자라길 바래봅니다. 헤어 오일도 바르는 게 좋다는데 귀차니즘 만렙인지라 차근차근 샴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11. 은 헤어 오일이 되길...!
쥐어짜고 짜낸 목록이 완성되었습니다. 쓰면서 느꼈습니다. 나 참 돈 안 쓰는구나. 굳이 노력하고 스스로를 억제하지 않아도 물욕이 적어 소비도 덜한 것 같습니다.
경제적 자유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는 몇 년만 일해서 돈을 모아 배당주에 투자하기만 해도 경제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쓰는 게 적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100만원을 쓰는 사람은 일 년에 1200만원, 즉 5% 이율이라면 2억 4천만원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 달에 50만원을 쓰는 사람은 일 년에 600만원, 즉 5% 이율이라면 1억 2천만원만 모으면 되겠죠. 저는 더 적게 모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적게 쓰니 많이 모으게 되고 경제적 자유는 훨씬 더 빨리 획득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살면 무슨 재미냐고 하겠지만 저는 재미있습니다. 매일 깨끗한 침구에서 눈을 뜨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가 꾸민 내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주말엔 여행하는 삶, 아주 끝내줍니다.
큰돈을 아끼지 말고 작은 돈을 아껴보세요. 택시를 타는 대신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보세요. 2만원씩 하는 배달 떡볶이 결국 남겨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에 이걸 왜 시켰지 후회하지 말고 직접 해 먹어 보세요. 내 몸에 수혈하는 포션이라고 생각하며 들리는 테이크아웃 카페 대신 텀블러와 카x를 준비해보세요. 그렇게 작은 돈을 아끼다 보면 큰돈도 아끼게 됩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찾게 됩니다. 곧 생활이 됩니다.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곧 획득할 비혼 여성이라면 몰라도(이미 잘하고 있겠지요) 아직 갈길이 먼 비혼 여성이라면 꼭 한 번쯤 자신의 소비 생활을 점검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를 위해 스스로 고삐를 잡아당겨봅시다. 힘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팽팽하고 적당히 느슨하게 말입니다.
단, 절대! 돈을 모으겠다고 생활이 힘들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마세요. 모든 건 내가 괜찮은 선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비혼 여성들끼리 모여 케잌을 먹으며 수다 떨 그날까지 저의 비혼 일기는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