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기록 1. 겨울의 출근복

단벌신사

날씨가 정말 추워졌다. 롱패딩을 동생에게 빌려준 후 아직 가져오지않아 입을 옷이 마땅치가 않다.

예쁜 숏패딩은 색이 밝아 회사에서 더러운걸 묻혀올 것 같으니 탈락. 뽀글이 숏자켓은 너무 귀여워서 탈락. (이런거 입으려면 외투 안에도 귀엽게 입어야한다.) 코트는 너무 추워서 탈락.

아직 겨울용 법복을 구입하지 못했기때문에 결국 흰 반팔 티셔츠 + 경량 패딩 조끼 + 양털 맨투맨 조합으로 입는다. (이 때 중요한건 반드시 패딩조끼를 맨투맨 안에 입어야한다는 것이다.) 바지 또한 안감이 양털로 된 퓨마의 면츄리닝바지다. 그리고 깔깔이 패딩과 목도리.

드레스코드가 엄격했던 전회사를 퇴사한 보람이 있다. 지금의 회사는 드레스코드가 자유롭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위에 너무 약한 몸이라 겨울이 싫다. (물론 집에만 있을 수 있다면 겨울 사랑해줄 수 있다. 전기장판 위에서 까먹는 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겨울이 너무 싫지만 딱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탈브라가 가능하다는 점. 속옷 없이 옷만 켜켜이 입을 수 있어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여름엔 불편하더라도 속옷을 껴입게된다.)

겨울 법복을 사야하나 고민하고있다. 겨울 법복을 사게되면 제목을 미니멀 기록이 아닌 맥시멀 기록으로 바꿔야 하는걸까? 출근복으로 입는 양털 맨투맨도 두개밖에 없어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 하나는 안에 경량 패딩 조끼를 껴입으면 꼴이 우스워져서 춥게 다녀야한다.)

겨울 법복을 사게된다면 겨울 법복이 얼마나 따듯한지 폭풍 검색한 후 지금 입고다니는 출근복보다 더 나을 것인지 셈한 후일테다.

어쩐지 이렇게 계산만 하다 겨울이 끝나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러면 더 좋다. 제목을 미니멀 기록으로 내버려둘 수 있을테니.

우리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은 내 옷장을 보고 놀란다. 옷이 엄청 많을 것 같았는데 이 작은 옷장이 전부냐며.

내 친구들은 내가 단벌신사 출근러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심지어 직장동료들 마저도.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는 지금의 거리가 딱 적당하다. 적어도 단벌신사인 나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