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성공의 척도
정육점 업계 최초로 인스타+유튜브 합 6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과정과 실제 현장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 제작과정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새로 생긴 정육점에선 선물세트를 구입하지 않는다
라는 정육점 사장님의 한마디가 도전의 불씨가 됐습니다.
정육점의 대목이 되는 명절 바로 전 8월 말에 오픈을 하면서, 선물세트가 거의 팔리지 않을 거란 추측이 있었습니다. 고기맛을 여러 번 경험해 신뢰가 쌓여야 거금이 들어가는 선물세트 구매까지 연결된다는 말이었죠.
하지만 여기서 ‘아~원래 그런 거구나~’ 하고 신규 매장이라는 핑계 뒤에 숨을 순 없었습니다. 그럼 어떤 눈에 띄는 노력을 해야, 어떤 마케팅을 해야 “신규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세트가 대박이 났다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임금옷과 내시옷을 입고 콩트처럼 홍보해서 사람들을 웃기고, 자연바이럴이 될 수밖에 없는 그림을 만드는 기획이었어요.
바이럴 업체에 돈을 써서 남들과 똑같이 선물세트 사진을 블로그, 맘카페에 올리는 것보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유쾌한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테스트해 보기 위해 내시옷까진 구매하지 못했지만, 임금 코스튬은 저렴이 버전으로 구매했어요. 그리고 이에 더해 추석+임금옷과 어울리는 “부채춤 이벤트”까지 열게 되면서 정육점 업계 최초 <누적 조회수 600만 콘텐츠>가 탄생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8명 중 1명이 우리 정육점의 부채춤 이벤트를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 부채춤 영상 봤다면서 반응이 정말 핫했습니다)
처음엔 대치동 키즈들 사이에서 붐이 일어났어요. 주변 중학교들에서 챌린지처럼 유행해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 이 부채춤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고 해서 정말 신기했답니다.
그다음으론 아이들이 엄마들에게 말하면서 엄마들 카톡방 사이에서 또 한 번 소문이 났습니다. 실제로 어머니 나이대 고객분이 오셔서 카톡방에서 난리가 난 사진과 대화들을 보여주셔서 “입소문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파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이번 바이럴 이벤트의 핵심이었습니다.
600만이 넘는 조회수를 달성했다는 것도 자랑스러운 성과지만, 사실 이 이벤트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제가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1. 추억을 만들어줬다는 것
가장 강력한 마케팅, 팬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할인 이벤트나 리그램 유도가 아닌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통해 어떤 추억을 만들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추억을 나눈 브랜드에는 다른 유사 브랜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유대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건 구매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다른 곳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신제품을 내도 내가 추억을 함께한 곳은 이길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니까요.
2. “우리 동네에 사람냄새나는 가게가 생겼다”는 평가
다음 바이럴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주말에 정육점에 나가 있었는데, 새로 온 손님이 아들이 여기 부채춤을 추고 왔었단 얘기를 웃으며 해주셨어요.
순간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됐는데,
사장님이 우리 동네에 참 사람 냄새나는 가게를 만들어주셨네요
하는 말을 해주셔서 정말 찡하고 뭉클했습니다.
댓글 반응으로도 많이 들었던 얘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방문한 손님의 목소리로 들으니 마음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이건 조회수나 공유수 데이터로는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실제 고객들의 목소리이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평가였습니다.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 손님이라면 늘 기분 좋게 와주실 거고, 단순히 동네 여러 정육점들 중 하나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저희를 봐주실 거라 생각해요.
사람 냄새나는 정육점,
처음엔 유명해지고 싶어서, 방문하신 분들 웃기고 싶어서, 선물세트 많이 팔고 싶어서 시작한 이벤트였지만 ‘사람 냄새나는 가게’라는 평가를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만큼 들을 당시 놀라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3. 누리꾼들의 놀이터가 된 댓글창
(누리꾼, 베댓이라고 아시나요…? 옛날 사람 다된 느낌)
가장 인기 있는 댓글은 1,880개까지 받으면서 댓글창이 놀이터가 됐습니다. 댓글창까지 유쾌해서 운영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어요.
이벤트를 참여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겁지만, 이런 유쾌한 분들 덕에 저희 전 직원이 즐겁고 행복하게 이벤트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한 마케터마저도, 감성에 따라 구매하는 소비자들처럼, 조회수라는 이성적인 성과보다 사람들의 평가와 반응이라는 감성적인 성과에 더 취해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이벤트를 또 힘내서 준비합니다.
다음 이벤트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