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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서 May 16. 2023

커피 한잔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 카페주아이유

사회적 기업이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단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고 외면하게 된 적 있으신가요? 아직은 내 그릇이 그 정도는 아닌가 보다, 하며 마음 한켠에 넣어두고는 잊고 살았습니다. 늘 마음으로는 응원하지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는 괴리에서 오는 못난 자신에 죄책감이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잠시 괴로워하다 또다시 안 속으로 넣어뒀습니다.


파리 카페 주아이유



그런 제가 파리의 <카페 주아이유>에 가서는, 내가 진짜 '마음'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단 생각에 마음이 들떠 한참을 굿즈존 앞에 서있었습니다. 마치 그동안의 죄책감은 씻기고 이들을 위해 나도 한몫을 할 수 있게 됐단 것에 이 카페의 이름(Joyeux : 기쁜, 행복)처럼 말 그대로 벅찬 행복을 느꼈습니다.



카페 주아이유는 사회적 목적으로 2017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F&B 기업입니다.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여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하고 돕는 것이 사업의 목표인 곳입니다. 단순히 그들을 위해 일시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물건이나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일을 통한 수입을 얻는 것이죠. 


저는 이 기업의 형태를 보며 어쩌면 쌀이나 돈을 보내는 것보다,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립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더 이상적인 형태의 도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쌀이나 돈을 보내주는 것은 그 당시 시기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자원이 떨어지면 그다음 기부를 또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또 다른 선한 이의 도움이 끊기더라도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카페 주아이유 곳곳의 행복해 보이는 미소들



카페 주아이유에서는 진동벨 대신 블록을 서빙에 이용합니다. 주문 시 블록 스탠드를 주고, 그 블록 컬러에 맞는 음료를 가져다주는데, 블록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에 귀여워 웃음이 납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블록 회수 미션입니다. (ㅋㅋㅋ)


진동벨 대신 쓰는 블럭, 그들에게 가장 큰 미션은 블럭 회수



블록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서인지, 오는 길이 험난했는지 제가 시킨 커피는 컵받침에 쏟아져있었지만 이 또한 짜증은커녕 응원하게 되는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카페 주아이유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세상에 대한 이해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닐까요? 오직 이 공간에서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나를 포함하여 누가 됐든 실수는 할 수 있으니 어떤 실수에 엄격함보다는 "오는 길이 쉽지 않았나 보다" 이해라는 감정이 먼저 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고,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니까요.


쏟아진 커피 마저 매력이 되는 카페





"Servi avec le cœur"(마음으로 서비스합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노련한 스킬보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에 단순히 커피만 파는 카페에선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사회적 기업이 단순히 프랑스 한 지역의 착한 카페로 그치지 않고, 프랑스 내 총 8개의 매장과 포르투갈, 벨기에에까지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카페 주아이유의 원두와 굿즈들


주아이유는 카페의 본질인 원두를 판매해 수익을 꾸준히 받쳐주고, "MA DIFFÉRENCE C'EST MA FORCE"(다름은 나의 힘)과 같은 감동적인 카피들이 새겨진 굿즈들도 판매합니다. 찌그러진 컵, 다름의 힘을 알려주는, 혹은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카피들이 담긴 원두, 캡슐, 에코백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애를 틀림이나 숨겨야 할 것이 아닌, '다름에서 오는 힘과 당당함'으로 이야기하는 이 멋짐에 저는 흠뻑 반해버렸습니다.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그게 차별성이 되고, 브랜딩이 되고, 꼭 와야 하는 곳이 되고, 꼭 사야 하는 것이 되는 것. 따뜻함을 품은 장애가 가장 강력한 브랜딩을 만들어주는 힘이 됩니다. 



저도 친구에게 줄 선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슬로건(다름은 나의 힘)이 쓰인 커피 캡슐을 구매했습니다. 이런 구매가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일이 됩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카페 주아이유는 꼭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 몰에서도 원두와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매번 매장까지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물리적으로 먼 곳에 사는 사람들도 이 제품들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일자리를 지속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고, 이런 도움들이 모여 사회를 바꿉니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장애인들도 사회의 일원이 되어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로 말이죠.




다름을 숨겨 다른 경쟁사들을 따라 하려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름을 힘으로 강조하고,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만드는 카페 주아이유. 이게 바로 브랜딩의 본질과 가장 가까운 사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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