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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May 01. 2024

0. 단식을 쓰는 마음

7일 단식 후, 다시 7일 그 후 이야기 

따뜻한 봄기운에 곳곳에 꽃이 피는 봄이다. 나는 머지않아 곧 생기를 잃고 지고 말 꽃의 빈자리를 상상하며 현재 피어있는 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혹시 하나라도 놓칠세라 냄새를 맡고, 살짝 만져도 보고, 더 오래 기억하려고 사진에도 담는다. 말려서 꽃차로도 만들고, 책 사이에 끼워도 본다. 꽃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식물의 혁혁한 업적일까? 곧 지고 말 꽃을 애타도록 찬양하는 내 마음은 어느새 가난해진다. 


단식을 성공하고도 이내 허무해지고 마는 내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 7일 동안 힘들었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목표로 하는 몸무게 숫자가 있었다. 그걸 향해 절벽에서 아래로 뛰어들 듯 내리 꽂혀 가는 숫자를 보는 것은 아둔하게도 즐거웠다. 몸은 가벼워지고 생각은 정돈되는 기분도 상쾌했다. 목표로 한 숫자를 체중계에서 본 후에 나는 비로소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7일. 목표가 사라지자 나는 어느새 다시 새로운 목표를 찾고 있다. 단단하게 조여있던 마음이 한없이 풀어지자 그걸 또 견딜 수가 없다. 꽃이 진 자리에 어두운 땅 속에서 헤매고 있는 벌레처럼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 또 어디든 나아가려고 바둥거린다. 성공은 찰나요, 인생은 그 허무함을 견디기에 너무 길다. 


다이어트의 성공을 알린 그 숫자, 달라진 몸과 같은 결과가 아니라, 나는 단식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위해 글을 쓰려한다.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는 꽃이 아쉬워 책갈피로 꽂아두었으나 몇 달 뒤 바삭거리며 부서져있는 꽃의 흔적을 더듬는 것은 애타는 마음을 더 애석하게만 만든다. 다만 내가 목표 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유유자적 흘러가는 과정 속에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쓰겠다. 읽는 분들도 그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봄의 꽃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의 발버둥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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