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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아마추어(amateur)란 단어는 프로보다 못한 실력이 미숙한 자라는 뜻이 아닙니다. 원래 이 단어의 가장 좋은 뜻은 사랑하는 자, 곧 애호가라는 의미이지요. 누구나 삶의 아마추어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삶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작년 동 학년 카톡 방이 울렸다. 학년 부장님께서 올려주신 글이다. 출처는 모르겠으나 코끝이 찡했다. 

 

교직 19년 차, 곧 20년 차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프로가 되고 싶었다. 솔직히 ‘프로’라는 단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아마추어’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 스스로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게 내가 프로가 되고 싶은 이유였다. 열심히 했고, 부족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부족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문제였다. 그 마음은 나에게 조급증과 강박증을 주었다. 나의 부족함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두려웠기 때문에.

 

김지은 작가님의 『50대, 중년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더구나 교감 선생님께서는 내게 특별히 젊은 사람들만 있는 것보다 40대가 있어서 든든하다며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부탁까지 하셨다.

‘뭔 중심을 잡아. 나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구먼.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잘 하는데….’”

 

이 부분이 공감되고 너무 웃겨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바로 내 마음이었기에. ‘프로’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무척 애썼지만 사실 나의 속마음은 이랬다.

 

‘뭔 프로야. 나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구먼.’

 

왠지 ‘프로’여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는 프로라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상태에 끼어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태연하게 ‘프로’라고 대답할 마음의 준비는 언제나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강박증 못 고침)

 

그런데 아마추어가 ‘사랑하는 자’라니 이렇게 기쁠 수가! 이제 더 이상 ‘저는 프로입니다’라는 어색한 대답을 미리 곱씹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뻤다. 나는 자유다! 하하하.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사랑한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목표는 당연히 아마추어가 아니겠는가! 그럼 이제 나는 당당한 아마추어다! 호호호.

 

갑자기 가수 이승철 님의 노래 ‘아마추어’가 생각나서 찾아들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그냥 즐기는 거야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혼자 심각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아무도 (다문화 1학년 교실 해결책)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다문화 1학년 교실 앞에)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그래! 내가 요즘 힘든 것 당연한 거다! 그래 내가 요즘 헤매는 것 당연한 거다! 괜찮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나는 처음 서 보는 거니까!’

 

오늘 나를 위로해 준 구절과 노래에 의하면,

아마추어는 사랑하는 사람이고, 실수투성이 아마추어여도 괜찮다!

 

두 ‘아마추어’는 조금 다른 의미인지는 몰라도 다문화 1학년 담임으로서 매일 전쟁을 겪고 있는 나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 내 교실을 사랑하고, 내 교실에서 미숙할 것이다. 

 

아주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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