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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대소동


“선생님, 사인해 주세요.”

점심시간에 작년 제자들이 교실로 찾아왔다. 나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다들 손에 책 한 권씩을 들고 있다. 잔뜩 밀려온 5학년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1학년 아이들은 눈을 크게 뜨고 이 상황을 구경한다.

저자 사인회(?)를 마치고 5교시를 시작하려는데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점심시간 전과는 전혀 달랐다.

“선생님, 진짜 작가에요?”

“응. 여기 봐봐.”

책날개를 펼쳐 나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줬다. 

“우와. 우리 선생님 진짜 작가다!”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인 나도 이 상황이 그저 신기했다.

“저 선생님 책 살래요!”

“안돼, 사지 마!”

“왜요?”

“이건 주로 어른들이 보는 책이니까 너희들은 굳이 살 필요가 없단다.”

“그래도 살래요.”

“왜?”

“선생님 사진 보려고요.”

“학교에서 매일 선생님 보는데 뭐 하러 책에 있는 사진을 보니?”

“토요일에 선생님 보고 싶을 때 볼 거예요."

토요일마다 열릴 나의 책날개를 상상하니 갑자기 행복해졌다.

다음 날 아침 한 학생이 씩씩거리며 교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저 진짜 화나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내가 우리 선생님 작가라고 했는데, 다른 반 친구가 안 믿어요.”

“그럴 수도 있지.”

“자꾸 저한테 뻥치지 말라고 해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 한 아이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가까이로 불러서 휴지로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눈동자에 가득 담겨있는 그 진심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선생님이 작가인데, 친구가 안 믿어줘서 속상했구나?”

“네. 진짜라고 백 번도 아니 억 번도 조 번도 더 말했는데 안 믿어요.”

“그랬구나. 그래도 선생님이 작가인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괜찮아.”

“아니에요. 선생님이 가르쳐 줘요. 맞다고! 작가 맞다고!”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말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다른 반 친구를 살짝 불러서 내 책을 보여주며 말해주었다. 

“친구야, 이것 봐, 선생님 작가 맞지?”

“네.”

“앞으로는 거짓말이라고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

“네. 그런데 선생님!”

아이의 눈빛이 변했다. 미묘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두려웠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했다.

“응. 말해 봐.”

“작가 된 거 축하해요.”

아, 다른 반 아이의 갑작스러운 축하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식으로 축하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온 세상에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홍보해 주는 학생, 아니라고 하는 반대세력(?) 들과 싸워주는 학생, 순순히 축하 인사를 건네주는 학생.

작가가 되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의 학생들이다. 

작가가 된 나는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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