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터틀 키우기] 개성 있는 녀석
터틀이 침대엔 상어 인형이 있다. 영어로 shark인 바로 그 상어 맞다. 밤에는 상어 인형을 안고 잔다.
가끔 상어가 잠옷을 입은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 상어 인형은 스웨덴의 민속촌 스칸센에서 온 아이이다.
북유럽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은 한창 퇴사를 고민하던 2018년이었다. 터틀이와 누나 코알라, 그리고 터틀맘은 여름 방학에 북유럽으로 떠났다. 터틀이 아빠는 서울에 남았다. 큰 맘먹고 일주일간 휴가를 내서 아이 둘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터틀이와 함께라면 패키지여행은 금물이다. 소리와 식감, 냄새에 민감하고 사람 많은 곳에는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관심 있는 것을 보면 한없이 기다려줘야 한다. 누나 코알라는 터틀이와 취향과 속도가 달라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틀맘은 여행을 가야 했다. 퇴사를 결정하기 전 터틀이와 일주일간 24시간 같이 지내며 살펴보기로 했다. 날마다 환경 변화를 경험하는 여행이야말로 터틀이가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지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과연 터틀맘이 직장을 그만두고 터틀이를 도와주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야외 박물관과 동물원이 있는 스칸센에서 터틀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상점에 들어갔다. 터틀이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아서 누나 코알라와 터틀맘이 여행 중에 기프트샵에서 구경하면 보통 화난 표정으로 빨리 가자고 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터틀맘이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터틀이가 상어 인형을 안고 있었다!
"(인형이라니? 터틀이는 인형 안 좋아하는데...) 터틀아, 상어 인형이네?"
"나 이거 살꺼야."
"(허걱. 크기도 꽤 큰데 여행 가방에 안 들어가겠는데.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다.) 진짜 상어 같다."
"응 옆에 주름(!)도 있어. 사줘."
"(이걸 어쩌나. 분위기 심상찮네.) 근데 상어가 너무 크다. 가방에 안 들어갈 것 같아. 한국 돌아가면 사줄게."
"아냐. 이렇게 생긴 건 한국에 없어. 사줘!"
"(다른 작은 기념품들을 보며) 터틀아, 이런 건 어때? 이리 와봐."
"싫어! 엄마는 또 딴소리하잖아. 상어 사줘. 살꺼야!!!"
그리하여 상어 인형은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를 거쳐 터틀이네 집까지 오게 되었다. 터틀맘은 기대했던 마리메코 샵에서 쇼핑을 포기하고 여행 가방에서 상어 인형의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무슨 상어 인형을 이렇게 진짜같이 만들어서 터틀이 맘에 쏙 들어버렸네... 흠'
터틀이는 어릴 때부터 귀여운 캐릭터는 질색이고 실제에 가까운 그림이나 인형을 좋아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귀엽고 깜찍한 상어 인형이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터틀이 상어 인형의 친구들도 있다. 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틀이가 어찌 된 일인지 누나 코알라를 따라갔던 아트 수업에서 골라 온 아이들이다.
게와 랍스터라니! 웬 해산물인가...
터틀이가 인형을 고를 때 배가 고팠나?
Good taste doesn't exist.
It is our taste. We have to be proud of it.
좋은 취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취향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Franco Moschino
터틀이의 취향이 가득한 침대 위 인형들을 보며 터틀맘은 오늘도 바다에 온 기분이다.
터틀이가 거북이라서 바다에 사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걸까?
아무튼 터틀이의 취향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