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바로 설 수 있을 때 하고 싶었던, 하지만 내게는 너무도 먼 미래와도 같았던 그걸, 제가 합니다. 결혼이란 걸요. (전혀 다른 삶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또 가정환경이라는 게 집집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그와 제가 이제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가기로 했어요.
언제 결혼을 결심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남들처럼 귓가에 종소리가 들린다든지, "아! 이 남자다" 같은 운명적인 확신은 없었어요. 다만 우리가 만난 세월이 도합 8년이니 함께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조금씩 물들어 갔던 게 아닐까 싶어요. 실내 온도가 제게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에게는 조금 덥다는 걸 이제는 느낄 수 있고, 표정만 봐도 그의 에너지 게이지가 보인다고나 할까요. 제 배고픔 수치(?)나... 불편해하는 작은 요소들까지 단번에 알아채는 걸 보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스물한 살, 우리가 처음 연애를 시작하던 그 해에 저는 이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었어요. 결혼을 하게 된다면 표현은 조금 서툴러도 진중하고, 성실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과 하고 싶었거든요. 이 사람이 딱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어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제 모든 선택을 응원해주는 멋진 사람이에요. 제가 가지지 않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고요.
생각해보니 우리는 지금껏 인생의 변곡점을 늘 함께해왔어요. 고등학교 3년을 같이 지내면서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졸업장을 받았고, 대학 입학의 기쁨을 함께 누렸고, 그의 군 입 · 제대를 지켜보고, 국제전화로 받은 합격 통보 이후 저녁 만찬도 함께했어요.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늘 함께였는데, 앞으로 언젠가 찾아올 생명의 탄생 혹은 상실. 기쁘고 슬픈 순간을 여지없이 함께하게 되겠지요.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란 무모한 용기가 어딘가에서 샘솟는 걸 보니 역시 하나보단 둘인가 봐요.
어떤 사람은 작은 묘목을 받아서 큰 나무로 성장시키고, 반대로 잘 자란 나무를 받아서 시들게 만드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만남이란 시작일 뿐, 중요한 건 이후의 날들일 거예요. 때로는 서로의 믿을 구석이 되었다가 어느 날엔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다가. 아끼며 사랑하며, 잘 키워나가 보려고요. 우리의 세상을.
2023년 1월 7일. Our Big Day. 인생 2막의 출발점이 곧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