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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지원 Apr 05. 2024

지 분수도 모르고

24년 3월과 4월 사이

 

 네 분수를 알아라. 어른들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가 있음을 모르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을 주의하라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다.


 요가를 하다 보면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피하려는 건지, 아니면 진짜 여기까지가 한계인데 무리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한계를 넘어 무리하면 다치게 되고 불편함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제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내 삶도 마찬가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어디까지 욕망해도 되는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려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깊은 안도감이 든다.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라고, 거꾸로 활자세라 불리는 자세인데 그토록 무겁게 느껴졌던 내 몸이 근래에 아주 가뿐하게 들리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인사, 경조 모의고사에서는 늘 하위권을 맴돌다가 올해 처음으로 10등 안에 들었다. 노동법도 C+(보완이 필요한 경우)을 받더니만 B+(조금만 노력하면 합격권인 경우) 이상의 점수를 받기 시작했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지만 아주 다행히도 그 성공 방정식이 통하는 몇 개의 분야가 남아있다. 몸을 쓰는 일이 그렇고, 엉덩이 힘으로 버티는 일이 그렇다. (요가와 공부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일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이 저 멀리 점처럼 보일만큼 나아가 있을 테고, 처음 목표했던 그 자리는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에 당도해 있을 거란 믿음이 요즘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장자도 여기서 저기로 '건너가는 것' 자체가 최고의 지혜이지 건너가서 그곳에 어떤 지혜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머리서기 자세를 완성하는 것, 합격증을 받는 것, 어떤 성취와 완성이 아니라 그 순간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답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그러니 제 분수 좀 모르면 어떤가. 욕망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 마음껏 욕망하고 마음껏 애써보기. 남은 봄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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