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고생 많았어
지금 아들이 수능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시간을 보니 마지막 4교시가 진행 중이겠네요.
최근에 아들에게 집중하느라 글을 쓰는 것을 잠시 중단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아빠가 도움이 될 게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고요.
특히, 아들의 논술 시험 준비를 위해 며칠 전까지 논술 선생님을 알아보고, 일정을 맞추고, 아들을 데려 다니면서 수업에 참가시키느라 좀 바빴습니다. 그 힘든 과정을 무사히 끝내고 지금은 수능을 치고 있습니다.
어제는 일찍 퇴근해서 아들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아들의 학원으로 찾아가서 콩나물국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혹시라도 내일 시험에 영향을 미칠까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콩나물국밥을 선택했습니다.
아들은 식사를 하자마자 마지막 정리를 위해 학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들은 학원에 갔고, 저는 카페에서 아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썼습니다. 미리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을 손 편지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동안 아들이 쏟은 열정과 수고를 알아주고 싶었고, 또 아들이 진 무게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1시간 넘게 옮겨 적은 후에 아들의 학원으로 가서 편지를 전해주고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제 편지를 받고 긴장이 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조용히 지내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아들이 깰까봐 다들 움직임이 둔화되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저는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잠이 많아 새벽기도를 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저지만, 오늘은 알람 소리에 그냥 잠이 깨더라고요. 평소 기도를 잘하지 않고, 잘할 줄도 모르지만, 오늘은 그저 하나님만 붙들고 싶었습니다.
하나님께 아들의 시험에 함께 하시고, 아들이 실수하지 않게 하시고, 어려운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을 깨우고, 아내가 준비해 놓은 식사를 함께하고, 도시락과 가방을 챙기고, 수험표와 주민등록증을 챙겼습니다. 목마르지 않게 삼다수 2병과 혹시 당이 떨어질까 봐 초콜릿 몇 알도 챙겼습니다. 그렇게 아들과 아내와 함께 고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다행이 날씨는 따뜻했습니다. 아들에게 차분하게 평소 준비한 것처럼 시험을 치라고 격려하며 아들을 등교시켰고, 현재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집에 와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다시 교회로 갔습니다. 한낮의 예배당에는 처음 가보았는데 그 시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더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기도하고 왔습니다.
점심 한 끼는 금식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의 저에게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도 힘든데, 오늘의 저는 상당히 경건합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사실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긴장감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이 시간을 버티는 방법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선택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독자분들에게 작은 격려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1시간이 지나면 제2 외국어를 치지 않는 학생에 한 해서는 수능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수능에 임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올 한 해 고생한 고 3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