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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경 Jul 07. 2023

1장 - 애견미용과 PTSD

애견미용실 방문시기, 5개월? 너무 늦어요!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덜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의 행동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와 반대의 사고를 합니다. 


반려견에게 문제행동이 보이지 않거나,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저는 반려견의 애견미용과 관련한 행동 문제를 자주 치과 치료에 비유하곤 합니다. 


충치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 되어 치과를 방문하게 되면, 치료를 하지 못하고 이를 뽑고 새로 심어야 합니다.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도 엄청나게 불어나지요.

평소에 양치질을 잘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여 치아 상태를 체크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애견미용과 관련한 트라우마나 문제행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이미 문제가 터지고 곪을 대로 곪은 다음에서야 교육을 고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교육을 통해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면, 충치 치료를 미루다 치과에 방문한 것처럼 교육에 소모되는 비용이 훨씬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미 발생한 문제행동을 수정하는 것보다, 문제가 없을 때부터 미리 예방 교육을 해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전염병 예방만큼 중요한 트라우마 예방


 애견미용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의 최적기는 반려견의 나이로 생후 약 8주부터입니다.

최적의 사회화 시기가 끝나는 생후 약 12주 전에는 반드시 미용실에 방문해야 합니다.


이 때 우리가 반려견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미용이 아닙니다.

미용과 관련한 다양한 자극을 소개하는 교육입니다. 

매주 한 번 정도 미용실에 방문하여 교육을 진행합니다.

미용실 환경을 스스로 탐색하고, 미용사가 주는 맛있는 먹이도 받아 먹고, 스킨십과 관련한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교육과 털을 자를 수 있는 도구인 클리퍼와 가위 중에서 적어도 1가지 정도는 익혀두는 것이지요. 


 이는 반려견의 뇌발달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정입니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경험과 뇌발달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과 쳇바퀴가 가득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쥐와 우리 안에 쥐만 덩그러니 있는 환경에서 자란 쥐의 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출처 :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데이비드 이글먼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던 쥐들의 뉴런 (두뇌의 신경세포) 가지들은 무성하게 자라난 반면,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의 뉴런 가지들은 오그라들어 있었습니다. 


 반려견 나이로 약 3주부터 12주까지의 최적의 사회화기는 두뇌의 뉴런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때, 경험이 너무 적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면 사진에서와 같이 오그라든 뉴런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그와 관련된 뇌세포도 발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는 자극에서 더 쉽게 반응하고 그러한 반응성이 짖음, 달려들기, 무는 행동 등으로 표출됩니다.


그런데 사회화기 반려견들의 생활 양식을 살펴보면, 동물병원과 집만을 오가거나, 품안에 안겨 세상의 냄새를 조금 맡아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반려견들의 뇌는 어떤 모습일까요? 직접 열어보지 않더라도 이미 연구된 결과에서 예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아주 적은 뉴런 가지들만 형성된 채로 낯선 자극에 쉽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겠지요. 


반면 뉴런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사회화기에 다양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해왔던 반려견들은, 자신감이 있고, 스킨십이나 핸들링, 미용과 관련한 다양한 자극에도 놀라거나 겁먹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미용실을 좋아하고, 미용사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즐기게 되지요. 


애견미용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반려견들이 미용실에 처음 방문하는 시기가 모든 예방 접종이 끝나고 난 후라는 것입니다.

예방 접종이 끝나는 시기는 생후 약 16주로 최적의 사회화기가 끝나는 시기와 맞물립니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동안 뇌는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신체적 건강은 삶의 질 전체가 아닌 일부입니다. 
건강한 동물이라면, 사회적인 활동을 즐기고, 두려움이 아닌 기대감을 가지고 미용실을 방문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 개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다소 강하게 사회화기에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을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행동문제 이기 때문입니다. 


반려견이 집에만 있으면서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나기는 했지만,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면 여러가지 행동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반려인들은 지쳐버리게 되고 결국 반려생활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전염병에 걸려 죽은 개체보다, 행동 문제 때문에 버려지거나, 파양, 안락사 당하는 개들이 더 많았다는 리서치 결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반려견이 견생을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린 시절 전염병만 예방할 것이 아니라, 이 개가 평생 살면서 받아야 할 진료나 미용 상황, 다른 개와의 마주침 등 생활 전반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없어서 교육을 안하면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얼마 전 정말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동 상담을 왔던 반려견이 파양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이를 공격성으로 표현하는 반려견이었습니다. 

이미 너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공격성이 가장 효과적으로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을 학습한 반려견은, 미용 뿐만 아니라 스킨십과 관련한 모든 상황에서 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반려견의 행동 수정을 위한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설명을 드리니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이 고민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반려견은 파양되었습니다. 


만약 이 아이가 사회화기부터 미용실, 미용사, 스킨십, 미용 도구 등에 대해 미리 배워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고 미용실에서도 즐겁게 미용을 받고 돌아가는 반려견으로, 주어진 견생을 충분히 즐기다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것입니다. 


 전염병에 걸린 개를 치료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전염병이 없을 때에 미리 예방 접종을 철저히 하는 것이지요.

교육도 마찬가지 입니다. 

핸들링이나 미용과 관련한 문제가 생긴 다음 교육을 하려고 하면 시간, 금전, 감정의 소모가 훨씬 더 크고 지난합니다.


뇌 발달이 한창일 때 미용과 관련한 다양한 자극과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교육을 통해 반려견의 두뇌를 쑥쑥 키워주시면 어떨까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반려견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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