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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글 Nov 02. 2021

10_인성의 근원은 탄수화물이다.

내 파탄난 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본성이 이렇게 쓰레기였나.









나는 안 그럴 줄 알았어

식단 관리에 대한 자신감



나는 유지어터 식단을 거의 2년째 하고 바디프로필을 준비한 거라 식단에는 나름 자신감이 있었다. 또, 내가 참고 인내하는 것에 큰 희열감을 느끼는 편이라 가족들끼리 배달음식을 먹을 때 일부러 옆에서 닭가슴살을 먹으며 '난 유혹을 잘 참아, 정말 나는 대단해'라고 생각하며 나를 위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변태잖아...? 하지만 식단이 점점 길어지고, 탄수화물의 양도 점점 줄어드니 점차 나에게 행동의 변화가 생겼다.


가족들 먹는 피자와 나의 저녁식사





점차 변해가는 나

점점 참을 수가 없어





1단계 (10월 초)


어느 순간부터 길거리 음식, 빵공장, 식당 가게 음식(토스트, 와플, 닭강정, 호떡, 분식 류 등)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딱히 그 음식이 먹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멍 때리면서 하루 종일 봤다. 바디프로필과 보디빌딩 대회 경험자는 그건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땐 그럴 리 없다며 비웃었지...


그리고 먹방을 보기 시작했다... 먹방을 왜 보는 건지 도대체 이해 안 갔는데 이제는 끼니 먹을 때마다 내가 먹방을 틀었다. 딱히 그들이 먹는 걸 먹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그냥 봤다.





2단계 (10월 중)


처음으로 자제력을 잃을 뻔한 날이 발생했다. 동생이 신나서 사온 '생크림 카스텔라 꽈배기' 그걸 내 앞에서 먹는데 순식간에 이성이 마비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야 저거 먹어 먹어... 먹어!!
먹어야 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먹으라고 외쳤고 조금 과장하면 눈이 헤까닥 돌아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정신 차리고 동생이 다 먹은걸 확인하고 다시 거실로 나오니 엄마가 웃으면서 얘기하더라


야 너 눈이 맛이 가던데?
위험했지?


그렇다. 식단에 자신감이 있던 나는, 내 이성이 그렇게 마비될 수 있다는 것에 나무나 놀랐다. 나는 자제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다이어트 중 입터짐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였다.



'왜 다이어트하면서 입터짐이 있는 거야?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깝지도 않아?

아까워서라도 못 먹겠다. 그것도 못 참나'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내가 그만큼 해보지 않아서였다. 눈이 여러 번 돌아가 보니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서 겪어봐야 안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이제부터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3단계 (11월 중 ~ D-1)

음식의 대한 충동, 입터짐은 많이 자제가 되었으나 점차 나는 예민해져 갔다. 잦은 짜증이 늘어났고 사과하는 빈도 수도 늘어났다. 한참을 예민하다가 고구마 한 입 먹으면 예민함이 가라앉았다.





차라리 배고픈 게 낫지

배고픈 거 참으면 되는 거 아니야?


배가 꼬르르륵 고픈 게 아니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야 배고픔만 참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럼 쉬운 거지!!' 차라리 배고픈 게 더 나았다. 그냥 온몸에 힘이 없고, 신경은 자꾸 예민해져 갔다. 처음엔 고구마나 닭가슴살 그램 수에 예민하더니... 점차 다른 쪽으로도 예민해져 갔다.


예민함은 그냥 일상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다 꼬여서 들렸다. 다 나를 공격하는 것 같았고, 비꼬는 것처럼 들려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평소에 그냥 넘겼던 농담과 장난들이 더 이상 넘겨지지 않았다. 늘 웃으며 장난과 농담을 받아주던 사람이 갑자기 성을 내니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할까? 처음에는' 배고프니까, 몸이 힘드니까 당연히 예민하지~'라고 말하며 이해해줬던 가족들도 점점 힘들어했고 상처를 받게 되었다. 이해한다고 해서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니까.


눈빛과 말투도 바뀌었다. 정말 입만 열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싸움이 났다. 그렇게 엄청 예민하다가도 예민 모드가 풀리면 또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내 본성이 쓰레기인 건 아닐까



'뭐야 나, 왜 이렇게 인성이 개쓰레기야... 아무리 못 먹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까지 남한테 상처를 주는 못돼 먹은 사람이었나?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선택으로 하는 건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사실은 이게 진짜 내 본성 아닐까? 가장 힘들 때 본성이 나온다는데 난 정말 쓰레기 중에도 개쓰레기네...'


혼란스럽고 자괴감이 들었다. 예민해지고, 상처를 주고, 후회를 하는 그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다. 운동과 식단보다 더...



계속된 예민함에도 이해해주던 사람들



초예민 모드가 지나가면 방전 모드가 왔는데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또한 고역이었다. 말을 할 힘도, 고개를 끄덕일 힘도 없었다. 그렇게 초예민 모드와 방전 모드가 반복되면서 나도, 주변도 너무나 피로해졌다.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어



다른 생각을 하자,
생각을 비우자


나는 귀를 틀어막고 입을 틀어막는 작전을 세웠다. 내 귀에 들리는 모든 말이 공격으로 들리고, 내가 입으로 하는 모든 말이 공격으로 나가니 귀와 입을 틀어막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왓챠'를 결제해서 집에서 비는 시간에는 하루 종일 영화를 봤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하지 않던 QT(말씀묵상)을 하고, CCM을 틀어 마음을 안정시켰다.





엄청 좋아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걸로 멘탈 관리에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도 예민하게 굴었던 가족과 남자 친구, 직장동료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운동을 하는 것, 식단을 지키는 것은 오히려 나에게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절제된 식단으로 인해 내 의지와 달리 성격이 바뀌어 가는 것, 그로 인해 주변이 상처 받는 것, 내가 후회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내 본성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디 프로필을 추천드립니다!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 내 본성은 좋지 않구나..........ㅎ' 건강하게 먹으면서, 늘 웃던 빵글이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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