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의 운동이야기
운동이 뭐죠?
운동과 멀리 떨어져 있던 나의 삶
꾸준히 운동을 했고, 지금도 운동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4살 때 '무혈성 괴혈퇴(무혈성 괴사)'라는 병을 앓아, 다리가 온전하지 않았고 거의 1-2년을 병원에서 지냈으며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체력장을 하면 윗몸일으키기 0-1개를 해서, 친구들이 머리 앞에서 '연호야! 힘내!!!! 올라와!!!'라는 응원을 받기도 했고, 오래 매달리기는 고등학생 때까지 0초, 오래 달리기(1km)는 15-18분(천천히 걸어도 더 빨리 나올겠지), 유연성 테스트는 항상 마이너스가 나왔었다.
반사신경은 좋은 편이라 '피구' 같은 구기 종목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등산을 해도 늘 숨이 차서 친구들의 발목을 잡았고, 달리기를 해도 늘 꼴찌... 체육 점수는 늘... 꼴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먹성이 좋아 나는 늘 통통했다. 뚱뚱 까지는 아니지만, 동글동글 동그란 학생이었다. 동그란 눈에 동그란 코, 동그란 입에 동그란 안경, 동그란 체형.
그렇게 대학생이 됐고, 그때가 키 162cm, 62kg 정도 되었다. 어느 날 남자 친구가 이별을 고했다. 엄청난 한마디를 남기고
너 뚱뚱해서 싫어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엄마가 대학생이 됐으니, 스스로를 가꿀 줄 알아야 한다며 헬스장에 등록시켜주었다. OT를 받고, 엄마와 나는 PT에 영업되어 PT 30회를 끊게 되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PT는 죽을 맛이었다. 기초 체력도 따라주지 않았고 몸 상태도 엉망이었다. 나는 끈기도 없었고, 걸핏하면 주저앉아서 '못하겠어요!'를 외쳐댔다. 나는 매일 주저앉고 울고, PT선생님도 울었다.(죄송해요.. 잘 지내시나요?... 갑자기 보고 싶네요)
3개월이 지나도 변화가 없었다. 그때 받았던 식단은 지금 생각하면 바디프로필 급의 힘든 식단으로 기억한다. PT선생님이 다른 분으로 바뀌고, 탄수화물을 조금 더 챙기고 유지가 가능한 식단으로 짜주셨다. 그러니 갑자기 몸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몸이 변하고 기능이 좋아지니 나도 재미를 느꼈고 탄력을 받았다. 그때 12kg 감량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PT가 끝나고도 운동을 계속했다. 헬스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말에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식도 없고, 잡아주는 선생님이 없으니 다이어트에 강박이 생겨버렸다.
하루 4-5시간 고강도로 운동하고 탄수화물은 챙겨 먹지 않는.. 엉망인 다이어트를 지속했다.
보기에는 말라 보였지만,
사실은 체지방 비율이 엄청 높은 마른 비만의 몸이었다.
회식과 야근이 많은 회사에 입사하다
첫 직장에 취직을 했다. 처음 출근한 날 23시 30분에 퇴근을 한 걸로 기억한다. 매일 야근을 했고, 야근이 익숙했다. 한 달에 80-100시간 초과근무를 하던 힘든 직장이었다.
일만 많으면 상관이 없는데, 회식도 많았다. 또 상사들도 술을 좋아하고 먹을 것을 좋아했다. 나도 한 먹성 하니 무럭무럭 자라났다. 회식이 없어도 직원들끼리 맘이 잘 맞고 친해서 늘 '무언가'를 먹으러 다녔다.
2012년도에 입사해서 2015년도에 나는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162cm 76kg
학교 사람들은 나를 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도 나를 걱정했다.
과체중, 고혈압, 고지혈증 위험.... 24살 건강검진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욕먹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건강
미관상의 문제보다 어린 나이에 고지혈 위험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살다 간 죽겠다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야근을 해야하니, 운동으로 하려면 새벽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새벽에 다닐 수 있는 운동은 수영뿐이었다.
처음에 시작한 수영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수영하고 오면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점심을 5분 만에 먹어치우고 늘어져서 잠들었다. 그래도 신기한 게 3개월 정도 지나니 그것도 몸이 익숙해지더라
마침 그때, 인사이동이 있어 조금 덜 힘든 업무를 맡게 되었고, 나는 아침엔 수영, 퇴근 후에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회식자리를 거절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회식 빼고는 거절했고, 직원들과 어울리는 저녁, 술자리는 모두 피했다.
'죄송합니다!!' 소리 지르며 가방 매고 도망갔다.
정말 모진 욕 많이 들었다. 정말 잘 먹고 잘 즐기던 막내 직원이 맨날 운동하겠다고 도망갔으니……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나부터 살아야 했다. 이대로 살면 내가 먼저 골로 갈 것 같았다.
식단과 운동을 철저히 지키니... 한 달도 안되어서 12kg 감량이 되었다. 그렇게 감량을 하니 쓴소리 하던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했고,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달라진 나의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다이어트는 평생, 그리고 다이어트보다 중요한 건 건강
운동에 탄력 받고 할 때즘, 술 마시고 넘어져서 발목에 인대가 늘어나 한 달 깁스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게 몸무게는 원상태 복구, 다시 74kg가 되었다.(방 먹깨비가 어딜 가나....)
허무함이 밀려왔다. '아 다이어트는 평생이구나. 한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평생 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구나...'를 그때 느꼈던 것 같다.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던 나의 강박을 바꾸기로 했다. 느려도 천천히, 즐겁게, 일상에 지장이 안 가도록!
늘 칼같이 거절하던 약속도 융통성 있게 잡고, 오늘 운동을 못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내일 운동하고, 오늘 많이 먹었으면 내일 적게 먹고, 금요일에 약속이 있으면 그 전에는 더 열심히 하고... 그렇게 천천히 즐겁게 했고, 천천히 바르게 변화가 일어났다.
힘들고 힘들던 첫 직장을 퇴사하고, 다시 새로운 직장에 입사하게 됐다. 새 직장은 워라밸이 훌륭한 회사였다. 덕분에 나는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 해외여행 계획으로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PT는 8-9년 전 받은 게 전부이지만, 유튜브와 여러 정보를 통해 혼자 열심히 끙끙거리며 운동했다. 그리고 다양한 운동도 도전해봤다. 클라이밍, 마라톤 등...
마라톤 10km를 완주하고 엄청 기분이 묘했다. 오래 달리기 1km를 15분 동안 헥헥거리던 내가 10km를 쉬지 않고 달렸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 정도로 체력이 올라간 것도 너무 신기했다. 희열이 장난 아니었지만, 딱 한번 도전하고 더 이상 도전하지 않았다(다 각자 취향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클라이밍도 해봤다. 체험 3번 다니면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변에 클라이밍장이 없어 아쉽게 등록하진 못했다.
초등학생 때, 식목일마다 등산을 했던 게 기억난다. 난 늘 숨차 하고 힘들어해서 애들의 발목을 잡아채었다. 그 이후로 등산은 정말 싫어했는데.... 관악산, 수리산 등반을 해보니 재밌었다. 아. 이렇게 사람이 바뀔 수도 있구나.
헬스도 꾸준히 하면서 처음으로 인바디의 D라인을 보게 되었다.
혼자 운동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성장에 한계를 느끼던 나는 작년에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단기간 준비하는 이벤트성이 아닌 습관 형성이 목표였고 목표가 아닌 지속된 동기가 되기를 바랐다.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많은 걸 느꼈다. 유지어터 기간도 다이어터의 기간도 길었기에 '나름 나는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매일이 위기고 매일이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정말
늘, 생각한다.
운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운동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체력장 꼴찌였던 내가,
운동과 정말 거리가 멀었던 내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정말 큰 행복을 준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