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유랑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주말에만 열리는 어우리의 스노클링 모임. 평일에도 가고 싶었으나, 대부분 직장인들이어서 평일에는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스노클링을 즐길 수는 없어,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우리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좀 특별한 곳에서 스노클링 해볼래?”
평일에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니! 그것도 늘 가던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이라니! 들뜬 마음으로 알겠다고 했다. 정확한 주소가 없는 곳이라 인근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했다.
사람들 알려진 장소가 아니었다. 숨겨진 명소 같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찾아가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누가 드나들긴 하는지 가파른 경사로에 밧줄 하나가 있었다. 밧줄 하나 잡고 끙차 끙차 험한 길을 헤치며 들어갔다.
도착한 장소에는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바다와 동굴, 그리고 암벽까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장소에 미리 와있던 사람들은 늘 보던 분들이 아닌 새로운 분들이 있었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들이 게셨다. 40대 중후반 정도? 모두 얼굴에 스노클링 마스크 자국만 남기고 검게 그을렸다.
‘다이버 분들인가?’
그냥 취미로 스노클링을 즐기는 분들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여기도 소모임이었다. (모임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4년이 지난 지라..) 백패킹을 즐겨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발길이 가는 데로 가고, 여름에는 스노클링을 즐기고, 겨울에는 한라산을 즐기고, 경치 좋은 곳에서 텐트 치고 자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정말 이렇게 환상적인 삶이 있을까? 부러운 삶이었다. 그중에 한 분은 스노클링 하다가 중간중간 나와서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뭐야 이거 한국이 맞는 건가?’
이런 삶 살고 싶다.
낯선 곳에서 스노클링은 너무나 즐거웠다. 같은 제주 바다인데도 바닷속 안은 많이 달랐다. 정신없이 스노클링을 했다. 한 줌의 아쉬움도 남기기 싫어 필사적으로 스노클링을 했다.
수온이 낮기로 유명한 제주 바다에서 슈트 없이 래시가드만 입고 몇 시간씩 스노클링을 했다.
우리는 라면을 끓여먹기도 하고, 파스타도 해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모임장 언니가 말을 걸었다.
“재밌나 봐요 엄청 열심히 하네?”
“네 이런 거 처음 해봐요. 왜 이제 알았나 싶어요.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말 하지 마요~. 나 나이 43살인데 이 재미를 이제 알아서 다니는 걸? 사람들이 늙어 노망 났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지금 내가 즐거운 게 중요한 거고 지금 알게 돼서 즐기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아직 나는 젊고, 수영도 할 수 있다. 퇴사 후 즐거움을 막 알기 시작한 때이고, 지금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괜히 그 말을 꺼낸 게 민망해졌다.
“그러네요. 지금 알아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그렇게 거의 5-6시간쯤 놀고, 출수할 시간이 왔다. 물놀이 용품을 정리하고 우리가 쓴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모임장 언니가 소리를 질렀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뭘 시작하자는 소리인가 싶어서 돌아봤더니, 큰 포대 자루와 긴 집게를 여러 개 들고 나오셨다. 그리고 모임 분들에게 나누어주고, 모임 분들은 아주 익숙하고 능숙하게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담기 시작했다. 나도 깜짝 놀라 이들을 도와 쓰레기를 주웠다.
“여기도 이제 사람들이 많이 알았나 봐, 여기저기 쓰레기가 많네”
“입소문 타면 더러워지는 건 순식간이지”
“왜 여기서 담배를 피울까”
“여기 노다지다 노다지!!”
이들은 관광객들이 숨겨 놓은 쓰레기까지 샅샅이 뒤져서 주웠다.
“매번 이렇게 들려온 곳 청소하세요?”
“네~ 그럼요. 잘 놀고 잘 있다간 곳이니, 조금이라도 보답해야죠. 사실 보답이라고 하기엔 뭐해요, 사람들이 더럽힌 곳이니까. 그래도 최대한 다 치우고 가려고 노력해요”
이들은 주운 쓰레기를 차에 실었다. 돌아가면서 쓰레기들을 처리한다고 한다. 내일은 어디서 만날지, 무엇을 할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계속 트렁크에 실린 쓰레기 더미에 시선이 갔다.
‘정말 제대로 제주를 즐기고, 사랑하시는 분들이네.’
“잘 놀다 갑니다!!”
모임 분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헤어졌다. 숨은 명소라고 했던 장소의 바닷속보다 계속해서 그분들이 쓰레기를 주웠던 장면이 생각났다.
만약, 내가 자유로운 일을 하게 되어 제주에 온다면,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그분들이 쓰레기를 줍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