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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etterpot Nov 11. 2021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Body Positive

Listen to your body

부정적으로 살기는 참 쉽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사람들은 이기적이며, 신호는 늘 당신 앞에서 빨간 불로 바뀌고, 당신은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근방 50m만 돌아보더라도 불평할 거리들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그 시선은 꽤 합리적이고 타당해 보인다. 


바깥을 그렇게 보는 사람이 안을 다르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보면 안 좋은 점, 좋을 뻔했는데 안 좋은 점, 좋아 보이지만 안 좋은 점, 좋은 척해도 안 좋은 점 등 안 좋은 점만 줄줄줄이다. 그러다 보면 안에도 바깥에도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사방이 적이고, 경쟁자이다. 심지어 나도 나의 적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선이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당신을 기다려 줄 것이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것이 진실이다. 무엇보다 당신을 보는 시선이 틀렸다. 당신은 좋은 점, 안 좋을 뻔했지만 좋은 점, 안 좋아 보이지만 좋은 점, 안 좋은 척 해도 좋은 점이 무수히 많은 사람이다. 


밤중에 목이 말라 아주 달게 마신 물이, 다음 날 아침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원효대사는 구역질이 나 물을 게워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어젯밤 고마움에서 오늘 아침 역겨움으로 변한 것은 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세상은 내가 믿는 만큼을 나에게 보여준다. 내 몸도 정확히 그렇다.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받아들이자는 개념이다. 부정적인 당신은 이 말에 담겨있는 뉘앙스를 보고 벌써 비난할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살다 죽으란 말이야?', '마음에 안 드는데 억지로 좋은 척하는 것보다 솔직한 게 낫지!') 하지만 결코 바디 포지티브는 패배자의 정신 승리가 아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세뇌당해왔다. 대중매체에서는 손바닥 만한 옷을 입은 여자 연예인들의 깡마른 몸매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살이 찐 것을 당연하게 웃음거리로 삼아도 되는 양 취급한다. 기사에서는 얼토당토않게 적은 식사를 그들의 몸매 노하우라 말하며 조회수를 올린다. 옷가게의 프리사이즈는 당연하게도 77 사이즈는 제외다. 


비정상은 정상이 되고, 정상의 기준은 자꾸만 높아져간다. 그 왜곡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자신을 조이고, 깎아내고, 학대한다. 바디 포지티브는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는 그저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정형화된 틀에서 찍어내는 붕어빵이 아니다. 하물며 같은 틀에서 나오는 붕어빵조차 다 다르게 생겼는데, 사람은 어떻겠는가. 모든 형태의 몸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나는 지느러미가 긴 붕어빵을 좋아한다. 



출처 Pinterest


실은 어떤 몸이든 아름답다는 말이 나에게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요가를 할 때면 팔다리가 길고 마른 선생님들의 아사나Asana(동작)가 훨씬 더 우아하고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그들이 될 수 없고 그들 역시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무의미한 비교를 멈추고, 요가를 할 때조차 인정받고 싶어 했던 내 안의 나를 돌아봤다. 머릿속에서 '판단 중지' 사이렌이 윙윙 돌아갔다.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 날씬하다, 뚱뚱하다, 얼굴이 크다, 작다, 비율이 좋다, 비율이 안 좋다 등은 모두 우리의 판단일 뿐이다. 외면의 가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 너무 익숙해진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품평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자신 역시 몸으로 판단되지 않을 권리를 포기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살 빠졌네!"를 칭찬으로 건네는 일을 그만두자. 비현실적인 몸의 모델과 연예인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말자. 내 몸을 부위별로 뜯어보며 집착하지 말자. 우리는 정육점에서 팔리는 고깃덩이가 아니다. 


불안과 초라를 부풀리지 않고도 우리는, 당신과 나는 잘 살아낼 수 있다. 세상도, 내 몸도 더 좋게 바라 볼 필요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비교 없이, 판단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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